안전문제 교육보다 문제발굴 능력을
안전문제 교육보다 문제발굴 능력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6.12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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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운전을 해 본 사람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고향의 어른, 가족 친지를 찾아가는 명절은 아무리 갈 길이 멀어도, 가다서다 차가 막혀 많은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좁은 차안 운전대에 매달린다. 참으로 갸륵한 마음을 지닌 심성이 착한 한국인이다. 그러나 지나고 나면 크나큰 슬픔이지만 교통사고도 많이 발생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 하나, 만약 이렇게 운전중 사고를 당한다면“구불구불한 도로와 곧은 도로 중 어디에서 교통사고가 더 많이 날까?”이다. 이미 답은 알고 있겠지만 “곧은 도로”이다. 쭉 뻗은 직선도로에 들어서면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과 옆 차로를 달리는 차와 속도 비교를 하고 마침내 속도경쟁을 하게 된다. 자연스레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발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악마의 유혹, 사고의 위험성이 아무런 저항 없이 순간적으로 높아지는 순간이다.

이처럼 곧게 뻗은 직선도로에서 속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바람에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전체 교통사고 10건 중 9건이나 된다고 한다. 경찰청이 2005년 발생한 교통사고 21만 4000여건을 분석한 결과이다. 직선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88.9%, 곡선도로에서 일어난 사고는 8.6%에 불과했다고 한다. 곡선도로에서 사고가 많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다른 결과이다. 직선도로 중에서도 오르막이나 내리막보다는 평지에서의 사고 발생률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쉽게 말해 만만하게 보다가는 큰코다치는 것이다.

산업현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다. 기업에서 경영진과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그 보다 위험한 장소에서는 사고가 나지 않고 생각지도 못한 안전하다고 믿었던 장소에서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황당하고 어처구니없었다는 얘기를 종종 듣게 된다. 정말 그럴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니라고 설명해 드리지만 쉽게 납득하려 하지 않는다. 경영진이 얘기했듯이 벌써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설비 또는 장소에는 안전장치를 설치하거나 안전표지판 부착, 안전담당자 배치 등을 통해 스스로 위험을 통제하고 안전을 확보하고자 안전조치를 했기 때문이다. 그 분들이 말하는 예기치 못한 장소가 바로 쭉 뻗은 곧은 도로라는 생각이 든다.

기업은 근로자에게 각종 교육을 통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안전과 관련된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도록 교육하는 것은 과거의 방식이다. 이제는 문제 자체를 근로자 스스로 찾아내고 정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안전교육이 필요하다. 지금 글로벌 시대의 특징 중 하나는 모든 것이 예측 불가능성에 있다. 기업은 점점 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안전과 관련된 변화의 흐름을 빨리 읽고 이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기업은 많은 시간과 투자를 통해 근로자에게 안전지식 전달과 훈련을 통해 안전문화 확산에 노력해 왔다. 그로 인해 근로자는 업무에 필요한 안전지식을 습득하고 기업에 적합한 인재로 태어난다. 그럼에도 산업재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것은 훈련된 근로자로써 정형화된 자격은 갖춘, 문제에 대한 해결능력은 있지만 문제가 발생하기 전 문제 발굴능력은 기업의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함일 것이다. 기업의 존재 가치인 고용과 이윤창출도 재산과 소중한 인명 보호 없이는 할 수 없기에 안전분야는 아직도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우스개 이야기이다. 요즘 회식자리에서 누군가에게 건배 제의를 부탁하면 건배 제의자가 9988하고 외치면 좌중은 234하고 답한다. 내용인 즉 99세까지 88하게 살고 2~3일 앓다가 조용히 생을 마감하자는 의미이다. 본인은 아프지 않고 가족에게 짐이 안 되게 건강하게 살자는 바램 일 것이다. 모두의 소망을 빌어본다.

근로자가 일하는 산업현장에서는 오늘도 산업재해로 인해 목숨을 잃고, 다쳐 현업에 복귀할 수 없는 근로자가 발생하고 있다. 건강하고 팔팔하게 오래 살고자하는 우리의 바램이 바로 꺾이는 순간인 것이다. 또한 가족의 행복기대를 과감히 저버리는 것이다. 가족에게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쭉 뻗은 곧은 도로에서 말이다. 이제부터는 알고 있는 소박한 지식일지라도 곰곰이 음미하면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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