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존경받고 활짝웃는 세상 왔으면”
"노인들이 존경받고 활짝웃는 세상 왔으면”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3.06.18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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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홍 울산시 노인보호기관장

올해로 벌써 8회째지만 매년 6월 15일이 UN이 정한 ‘세계 노인 학대 인식의 날’이란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울산에서도 기념행사가 지난 14일 오후 남구 옥동 가족문화센터 대강당에서 열렸다.

박맹우 시장, 서동욱 시의회의장, 김복만 교육감, 노인단체 대표들이 ‘은빛지킴이단’과 ‘실버스마일사업단’ 어르신 250여 명과 자리를 같이했다. 그 자리는 ‘사회복지법인 통도사 자비원’이 맡아 운영하는 ‘울산시 노인보호전문기관’이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었다.

대한노인회 울산시연합회 염수환 회장의 축사는 짧지만 의미가 깊었다. “노인 학대는 가족단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그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늙기도 서러운데 가족으로부터 학대당하는 일은 얼마나 서럽겠습니까? 이번 기념일을 계기로 찾아내고 신고해서 울산에서는 더 이상 노인 학대 문제가 신문지상에 오르는 일이 없도록 힘을 모읍시다.” 염 회장은 노인보호전문기관의 관장 이름도 떠올렸다. “이 어려운 일을 문재홍 관장님이 맡아서 정말 고생 많이 하십니다.” 사석에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몇 안 되는 직원들 데리고 맨발로 뛰는 그 모습,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18일 오전 남구노인복지관(남구 야음동 577-6) 2층에서 곁방살이를 하는 울산시 노인보호전문기관을 직접 찾았다. 바쁜 일로 자리를 비운 문 관장을 대신해서 이수정 사례·교육팀장이 손님을 맞았다. 찜통 같은 좁은 사무공간에서 각자 맡은 일에 몰입한 직원들은 한눈 팔 새도 없는 듯했다. 직원이래야 팀장 2명, 상담원 4명이 고작이지만 그래도 전원 ‘사회복지사 1급’ 유자격자들이라 했다. 중구 관내에 있는 ‘학대피해노인 쉼터’엔 사회복지사 1명, 요양보호사 3명이 더 있다고 했다.

직원들의 업무는 결코 간단치 않아 보였다. 24시간 열어둔 신고전화(1577-1389)로 노인 학대 신고를 받고, 상담을 하고, 현장조사에도 나서야 한다. 노인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홍보도 도맡고 있다,

이 모든 사업들을 빈틈없이 보살피고 뒷받침해주는 이가 있다. 바로 울산시 노인보호전문기관 문재홍 관장(59, 해군사관학교 32기 출신)이다. 문 관장이 각별한 관심을 가진 사업은 이런 일 말고도 따로 두 가지가 더 있다. 경로당 연계 사업인 ‘은빛지킴이단’과 노인 일자리 사업인 ‘실버스마일사업단’의 운영이 그것이다. 은빛지킴이단 사업은 올해 중구와 남구 관내의 경로당 어르신 대표 131명으로 시작했고, 내년엔 나머지 구·군으로도 넓혀나갈 참이다. 실버스마일사업단 사업엔 현재 어르신 119명이 동참하고 있다.

지난 14일 가족문화센터 기념행사 때 은빛지킴이단을 대표해서 이이길 어르신이 ‘노인 학대 예방 행동수칙’을 낭독했다. 이 수칙 일곱 가지는 은빛지킴이단의 행동강령이기도 하다.

-하나! 누구도 노인을 학대할 수 없음을 확실히 안다. 둘! 가능한 한 건강을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한다. 셋! 자기 소유의 재산을 스스로 관리한다, 넷! 여가 및 사회활동을 지속한다. 다섯! 변화하는 사회(신세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여섯!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한다. 일곱!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사랑한다.

같은 날 문 관장도 인사말을 통해 노인 학대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특히 은빛지킴이단과 실버스마일사업단 어르신들을 격려하면서 노인 학대 근절에 다 같이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문 관장은 이들 두 어르신단체가 훌륭한 도우미 역할에 앞장서 줄 것이란 확신을 버리지 않고 있다.

“노인 학대는 주로 가족에 의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학대를 받는 어르신들은 가족 일이기 때문에 창피도 하고 자식에게 피해가 갈 것을 염려해 신고도 하지 못하고 혼자서 신세한탄만 하며 세월을 보내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은빛지킴이단 어르신들께서는 경로당을 거점으로 주변에서 학대받는 노인이 있는지 살펴봐 주시고…실버스마일사업단 어르신들께서는 경로당과 어린이집,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노인 학대 예방 교육과 인형극 공연, 길거리 캠페인 활동에 나서면서 복지사각지대도 찾아가 학대받는 어르신들을 찾아내 주시고….”

실제로 노인 학대 현상은 매우 심각하고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이수정 팀장이 밝힌 신고·상담 현황만 훑어봐도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접수된 울산지역 노인 학대 신고건수는 136건(상담횟수 1천13회)이나 되고 이 가운데 41건이 ‘학대’ 사례로 분류됐다. 이 가운데 ‘쉼터 입소’로 이어진 건수는 13건에 이르고 지금도 할머니 세 분이 보호를 받고 있다.

지난해 ‘학대’ 판정을 받은 건수는 106건으로 집계됐다. 2010년(41건)보다 80%, 2011년(65건)보다 34% 늘어난 수치로 해마다 증가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가해자는 친족인 아들과 딸이 절반을 웃도는 65%였고, 치매로 의심 또는 진단받은 경우가 27%나 됐다는 사실 역시 가볍게 보아 넘길 사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제8회 세계 노인 학대 인식의 날, 가족문화센터 대강당 연단에 오른 문 관장이 간절한 소망을 이렇게 말했다. “어르신들을 조금이라도 더 일찍 학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서 어르신들이 존경 받으면서 활짝 웃으시는 세상, ‘노인 학대’란 단어가 영영 사라지는 사회가 어서 왔으면 참 좋겠습니다.”

1954년 6월 15일 부산서 태어난 문재홍 관장은 해군사관학교 전자공학과(1978), 한성대 행정대학원(2007, 사회복지학 석사)을 차례로 졸업했다. 해군대학 해병교관, 국방대학교 교리연구관, 남구종합복지관 노인복지센터장, 도솔천노인전문요양원 사무국장을 거쳐 2010년 1월부터 울산시 노인보호전문기관장 일을 맡고 있다. 김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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