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회의(鳩首會議) 2
구수회의(鳩首會議) 2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6.1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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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전문가들에 따르면 까치가 전봇대에 둥지를 짓거나 앉아있는 것은 주로 서식지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새들이 살아갈 수 있는 자연환경을 파괴해놓고 새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일이다.

실제로 숲, 습지, 농경지, 하천 수로, 덤불 등 서식환경이 좋은 곳에서는 새들이 전봇대나 전선에 앉는 것을 거의 볼 수가 없다.(그해변 가까이 사는 갈매기들은 전봇대 꼭대기에 잠시 앉아 있는 것이 때로 관찰되기도 한다.)

새들이 편안한 자리를 두고 왜 불편한 전선 위나 전봇대 같은 곳에서 휴식하거나 둥지를 만들겠는가. 인간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인간은 참으로 모순적인 동물이다. 특히 자기 잘못은 모르고 있다. 매몰차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철거대상이 되는 새의 둥지에는 아무런 죄도 없는(전봇대나 전선에 앉은 적이 없는) 새끼들도 사는 곳이다. 신종 연좌제 같은 것이다.

주민들의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피해, 민원의 이유로 유해야생동물을 지정해야 하는 정부의 난감한 입장은 이해하지만, 친근했던 야생동물들이 차츰 유해동물로 변하는 등의 근본 원인은 우리 인간이 행한 서식지 파괴나 환경오염 등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생태학의 전체적인 그림(Grand Design)에서 본다면, 인간을 오히려 ‘유해동물’로 먼저 지정하는 것이 순서이고, 정당하지 않는가를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사람 가까이/사람과 같이 사랑하고/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성북동 비둘기」 일부, 김광섭(1905~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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