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걷기 다음가는 보편 교통수단
자전거는 걷기 다음가는 보편 교통수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6.1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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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길
▲ 동천강변의 자전거 도로는 보행로와 함께있어 보행자들에게 위험요소가 있다.

일본의 유용한 생활수단, 자전거

이웃나라 일본은 토요타와 닛산 등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를 보유한 자동차 선진국이다. 일본의 2012년 자동차 생산대수는 994만대로 455만여 대를 생산한 우리나라의 2배가 넘는다. 그러나 일본은 이렇게 우리의 2배를 넘는 자동차 생산국이지만 시민들의 일상적인 도시 활동에서는 자동차(자가용) 중심이 아닌 대중교통수단과 자전거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05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일본의 수단별 여객 수송분담률은 버스가 6.2%, 승용차가 59.9%, 철도가 27.7% 등이었다.

우리나라처럼 승용차의 비중이 가장 높기는 하지만 이 수치는 1990년 이후 늘어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생활해 보면 대도시에서는 도시철도가, 중소도시에서는 시내버스가 시민들의 중요한 발이 됨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또 다른 통계에서 자전거와 승용차, 그리고 오토바이를 소유한 세대 수를 보면 자전거는 82.8%로 승용차의 86%와 거의 차이가 없다. 오토바이 종류를 소유한 세대는 전체 세대의19.9%였다. 이 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자전거는 앞의 수송분담률 통계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일본 대부분의 가정에서 이용하고 있는 이동수단임이 확인된다.

필자 역시 25년 전 유학생활과 직장생활로 만 7년을 일본에서 살았을 당시 자전거가 매우 중요한 이동수단이었다. 그 때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대학에는 주로 자전거를 이용해서 통학했고, 도시 내의 다른 지역에 용무가 있을 때는 시내버스를,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는 거의 예외 없이 철도를 이용했다.

1988년 1월에 처음으로 일본에 입국해서 교토(京都)대학을 찾았을 때 한국인 선배의 첫마디가 ‘자전거를 구입하라’는 말이었다. 그 선배의 조언대로 이후 자전거는 유학생활 내내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유용한 생활의 수단이 됐다.

 

▲ 지장물로 굽어져 있는 대학가의 자전거 도로.

 

레저활동에 치우친 우리의 자전거 도로

이런 감각을 가지고 있는 필자로서는 현재 우리나라의 자전거 관련 시책을 보면 다소 이질감을 느낀다. 자전거를 시민의 일상생활에 녹아들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특별한 교통수단으로 보는 것 같고, 특별한 계층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반듯하게 정리된 멋진 자전거 전용도로와 그곳을 질주하는 중무장한 자전거 라이더들의 행렬을 바라보면 보행자나 일반 자전거를 타고 나선 이들에게 소외감마저 느끼게 한다.

특별해 보이는 자전거는 기본이고 고글에 헬멧을 쓰고 컬러풀한 유니폼을 갖춘 이들을 바라보노라면 자전거 도로 정비 방향이 도시생활자들의 일상적인 저렴한 운송수단을 보조하기 위한 정책이라기보다는 취미생활이나 레저활동 서포트에 더 무게를 둔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자전거는 자동차에 비해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공해물질 배출도 없으며, 건강까지 덤으로 얻게 해주는 친환경 웰빙 교통수단이다. 그런 만큼 오늘날 급증하는 자동차로 인해서 교통사고, 소음, 매연 같은 각종 도시문제가 생겨나고 지구온난화와 자원고갈 등의 전 지구적 당면문제를 생각하면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런 맥락에서 울산시의 자전거 관련 정책을 살펴보면 2021년까지 1천6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국가자전거도로, 태화강 자전거 도로, 생활형 자전거 도로를 합쳐서 193개 노선 733㎞를 조성할 것이라고 ‘시정백서’에서 밝히고 있다. 이런 시책을 위해 지난 2007년에 울산시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만들고, 이어서 2008년에는 ‘자전거 시설 이용 정비계획’을 수립한 다음 2009년부터 본격적인 시책을 펼쳐 왔다.

또 자전거도로를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중고자전거를 수리해서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희망자전거 벼룩시장’, 자전거 이용 편의를 위한 ‘시민자전거보험제도’를 도입하고, 각종 자전거 대회와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이런 시책과 더불어서 시민생활의 질을 높인다는 도시디자인 본연의 목적에 맞추어 개선방안을 몇 가지 제안해 보면 다음과 같다.

시민 이동수단 목적에 맞는 도시디자인

먼저 태화강과 동천 자전거도로의 경우 현재 조성돼 있는 폭이 넓고 왕복 차선이 구분돼 있는 곳은 고속도로처럼 자전거 전용도로로의 지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 길은 울산 도심을 가로지르고 있는데다가 시가지 서쪽과 북쪽의 주거지역과 동남쪽의 공단, 즉 주거지와 직장을 연결하는 최단 노선이기 때문에 자전거를 이용한 통근길로 사용하고 있는 이가 적지 않아서이다. 따라서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이가 많은 만큼 보행자가 뒤엉키면 자전거도로의 효율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보행자 안전에도 큰 위협이 된다. 오히려 이런 성격을 강화해서 자전거 전용도로로 전환하고 보행자를 위한 길을 이 길 가까이에 별도로 조성하면 어떨까. 보행로는 자전거도로만큼의 예산은 필요하지 않는 만큼 걷는 이의 감성과 이용목적에 맞게 저 예산으로 새로이 노선을 찾는다면 더욱 효과가 높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자전거 도로 이용효율을 높이기 위해 시가지 내에서 강변의 자전거도로와 접속하는 도로 확충에 신경을 써야 한다. 강변자전거도로가 아무리 좋아도 시가지에 위치한 집에서 강변 자전거 도로까지의 접근이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면 그 의미는 반감된다. 이점은 현행 간선도로와 국도 중심의 생활형자전거도로 노선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또한 이 도로는 국가자전거도로 노선과도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예산문제를 생각하면 국가자전거도로와 시가 추진하는 자전거도로의 중복을 피하는 것이 맞지만, 이 두 자전거도로가 편하게 접속이 된다면 타 도시에서 찾아오는 자전거 이용 방문객에게 태화강이나 동천강이라는 울산의 명소이자 랜드마크를 보여줄 수 있어 울산을 홍보하는 데에도 한 몫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문수로 옆의 자전거도로.

두 번째는 부산방향 기장군에서 회야강-남부순환도로-대학로-북부순환도로-염포로-동천-경주로 이어지는 현행 울산 통과 국가자전거도로 노선 가운데 북부순환도로같은 곳은 지형기복이 심하고, 남부순환도로는 대형 중차량 통행량이 많은 곳이어서 자전거 이용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역사적 유산이 있거나 풍경이 뛰어난 곳 등 울산이라는 도시의 자랑거리를 보여주는 노선을 선정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 경우 기존의 시골 농로 또는 국도나 지방도 가운데 선형변경으로 남겨진 도로를 활용할 수도 있겠고, 길이 없거나 끊어진 곳이라면 다리도 놓고, 고가형 자전거도로를 만들어서 연결하면 된다.

세 번째로 생활형 자전거도로 노선의 경우 역시 주요간선도로와 국도 중심으로 선정되고 정비되고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물론 광폭도로를 활용하는 만큼 자전거 길을 만들 수 있는 공간적 여유는 있겠지만 실제로는 기존의 인도 폭에 여유가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자전거 길 가운데에 전봇대나 가로수 같은 지장물이 서 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편으로는 이런 도로는 대부분 자동차 교통량이 많고 특히 울산이 공업도시인 만큼 대형 화물차 통행이 많아서 자전거 이용자를 공포속으로 내몰기도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생활형 자전거도로는 주요 아파트단지에서 시장이나 학교를 이어주는 노선,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태화강변이나 동천강변의 자전거 도로를 이어주는 노선 등을 우선 정비한다면 시민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소개한 울산읍성 둘레길이나 조선시대 간선도로 같은 길은 현재 보행자도 거의 없이 잊혀져 있다. 이런 길에 이름표를 붙여주고,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편리하게 통행할수 있도록 정비한다면 친환경 수송수단인 자전거 이용 활성화도 앞당기고, 울산을 알고, 또 알리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자전거도로는 모든 시민이 내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목적지까지 편하고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정비돼야 한다. 개설하기 좋은 노선만 좇아서 정비하거나 일부 시민의 레저활동 수준에만 머무르고 마는 방향으로 정비가 이루어져서도 곤란하다. 자전거가 시민들의 일상생활에서 진정한 발이 될 수 있고, 나아가서 울산이라는 도시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선을 개발하고, 자전거도로 디자인에 힘을 쏟는다면 머지않아 우리 울산도 자전거 선진국 일본이나 네덜란드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삼건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울산교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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