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위의 들꽃 이야기
천 위의 들꽃 이야기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3.06.0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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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맹임 천 아티스트
▲ 남맹임 천 아티스트

아름다운 들꽃, 오래남겨 두고파

‘천 아트’로 7년째 이어온 꽃과의 인연

6일부터 사흘간 울산시청 1층 전시관에서 여섯 번째 회원전을 여는 화담갤러리 대표 남맹임(55·천 아티스트·화담갤러리 대표·사진 아래) 여사. 꽃과의 대화 30년이니 반평생 넘게 꽃과 더불어 살았다. 그동안 꽃꽂이, 종이꽃(紙花) 만들기, 들꽃 그리기에 열정을 쏟았다.

꽃(花)과의 연이 질기다 싶은 화담에게 15년 전, 동아대 철학과 교수 한 분이 오행(五行)을 따져 지어준 아호가 있다. 그것은 기이하게도 ‘화담(花談)’이었다. 꽃은 그녀에게 거역할 수 없는 숙명 같은 존재인가.

미혼이던 시절 부산 살 때는 꽃꽂이부터 먼저 시작했다. 판매 수입뿐 아니라 강의 수입도 제법 짭짤했다. 그러다가 IMF를 맞았다. 쓰레기통 신세로 주저앉은 꽃꽂이에 허망함을 느꼈다. “오래 남고 실용성 있는 작품에 어떤 것이 있을까?” 궁리 끝에 손을 댄 것이 ‘생활그림 천 아트’였다. 햇수로 7년을 헤아린다.

자택은 양산 서창(삼호동)이지만 천 아트 작업실(화담갤러리)은 울산(남구 삼산동)에도 두고 있다. 제자가 곱절이나 많은 울산은 수, 목, 금요일 일주일에 꼬박 세 번씩 찾는다. 수요일엔 ‘여여정사 불교대학’(남구 신정동)에도 강의를 나간다.

지난 5월 17일 부처님 오신 날, 밀양 금오산의 ‘여여정사’ 안뜰에서 서화(書畵)의 대가 정여 큰스님(범어사 직전 주지)과 마련한 ‘2인전’엔 화담갤러리의 수제자들도 찬조 출연했다. 양은주(한지공예가·울산시 남구 달동 ‘대안공예’ 대표)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큰스님과의 연은 부임 첫 해인 5년 전 범어사의 ‘개산대제’가 맺어주었다.

▲ 부처님 오신 날, 전시공간인 밀양 ‘여여정사’ 등나무 쉼터에서 나란히 기념촬영에 나선 화담 선생(왼쪽에서 3번째)과 그의 수제자들

화담은 강의 없는 날을 골라 매주 사흘, 양산 쪽 대운산을 찾는다. 꼭대기 산행보다 오솔길 산책을 더 즐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림소재가 될 들꽃(야생화)을 눈여겨보는 것이 큰 낙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골라낸 들꽃들이 지금은 자그마치 60가지나 된다. 선택 받은 꽃들은 강의용 파일에서 섬세하게 되살아나고 ‘천 아트’로 거듭날 날을 기다린다.

화담은 그 중에서도 쑥부쟁이, 구절초, 연(蓮), 엉겅퀴, 여뀌, 찔레꽃, 달맞이꽃을 즐겨 그린다. 그림이 담길 그릇은 광목이나 무명 같은 천(옷감)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복, 아기옷을 비롯한 옷가지, 스카프, 방석, 커튼, 가방에다 나무, 기왓장, 검정고무신도 그 대상이다. 그녀의 손길을 거친 생활소품들은 싱그러운 생명력을 지닌 예술성 짙은 ‘작품’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 전시 소도구로 활용된 등나무 쉼터 바로 옆 동자상과 들꽃작품들.

울산 저명인사들과의 교유(交遊)도 화젯거리다. 2009년 늦가을 ‘웅상체육문화센터’ 전시회(11월 20∼23일)를 직접 살펴본 윤명희 당시 울산시의회 의장은 화담의 펄프아트 작품에 대해 극찬으로 예우했다.

2011년 3월 1일, 삼일절 행사를 마치고 울산문예회관의 천 아트 전시회(3월 1∼3일)를 둘러본 박맹우 울산시장 역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박 시장과의 만남은 화담에게 뜻밖의 기쁨을 안겨주게 된다. 한 달 뒤(4월 4∼8일), 울산시청 1층 전시실에서 ‘앙코르 전’을 여는 행운이 돌아온 것이다.

현대중공업도 높아 가는 그녀의 명성에 눈길을 돌렸다. 중공업은 올해 3월의 자사 사보(社報)에서 ‘무명천에 야생화가 피었네’란 주부 리포터 정기숙씨의 글을 2페이지나 할애해 실었다.

▲ 기왓장에 그린 들꽃. 화담 선생은 쑥부쟁이나 구절초를 즐겨 그린다.

6번째 회원전 7일~9일 울산시청

6기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문하(門下)를 거쳐 간 제자는 100명 남짓. 울산 문하생 20명은 이미 공방을 차렸거나 강사로 활약 중이다.

이번 주말(금, 토, 일) 울산시청 본관 1층 전시관에서 선보이는 화담의 여섯 번째 회원전에는 1기생인 정순희(양산시 삼호동, 2012년 문화예술 전국대회 은상)씨와 김종순(울산시 남구 야음3동, ‘한우리 공방’ 대표) 등 문하생 12명의 선별된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화담은 ‘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12월 문화예술축제 전국대회에서 미술부문 국토해양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대한민국 공예대전 대상을 비롯해 7회의 수상 경력을 지녔다. ‘초대작가’로 참여한 횟수만 벌써 다섯 차례다.

전남 나주가 고향. 4년 손위 황영철(59·나전칠기 도안가)씨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김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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