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 노하우는 인생 이모작 밑거름”
“퇴직자 노하우는 인생 이모작 밑거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5.2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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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석 퇴직자 협동조합 이사장
“폐지, 헌 옷, 고물을 수집하는 고령 퇴직자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그런 분들은 영세하기도 하지만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지금 그대로 방치하면 그들은 영원히 지금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들 스스로 조합을 만들어 기업규모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고령 퇴직자를 위한 ‘늘봄 퇴직자 협동조합’ 정천석 이사장의 말이다. 무한 경쟁과 효율을 통한 승자독식보다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들이 상생과 협동으로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퇴직자 협동조합 발기인으로 현대중공업 퇴직자, 지역 고령자, 취약계층 등 100명이 참여했다.

조합을 설립하게 된 배경은.

“현대중공업 관련기업에서만 1년에 800~1천명 가까운 퇴직자들이 쏟아져 나온다. 일부는 재취업하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등산을 하거나 공원을 산책하는 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신들의 기술과 경력을 사장(死藏)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인생 2모작을 위해 몇몇 사람들이 뜻을 모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공원이나 막걸리 집에서 들었다.”

이런 피상적인 것이 아닌 다른 이유는 없나.

“기업의 수출둔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또 자동화 때문에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퇴직자는 증가하는데 기업이 이를 모두 감당할 순 없다. 기업을 대신해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기업이 필요하다. 지난해 말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돼 사회적 취약계층, 빈곤층이 주체적으로 협동조합을 만들어 자립할 수 있는 근간이 마련됐다. 우리는 이들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 준다.”

협동조합의 방향을 잡아야 되지 않겠나.

“일단 지방자치단체에서 민간에게 위탁해준 사업을 대상으로 할 생각이다. 또 지자체가 직영해선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공원 관리나 체육기구 수리 등은 퇴직 고령자가 맡아서 하는 게 옳다. 그러면 지자체의 가장 골칫거리인 퇴직자 일자리 만들기도 되고 그들의 생활에도 도움을 주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새벽에 폐지나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고령자들은 위험에 노출돼 있고 자신이 업(業)으로 만들 여력이 없다. 그들이 기업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을 것이다.”

협동조합을 만드는데 도와주는 것으로 끝나는가.

“그렇다. 퇴직 고령자들이 자신들 업종에 맞는 조합을 만들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 조합을 만들기 어려울 때는 우리가 직접 경영진으로 참여해 그들의 이익 창출을 도울 생각이다.”

참여 대상자는 어떻게 돼나.

“물론 울산시민 전체가 대상이다. 하지만 전체를 가입시킨다는 건 비현실적이다. 우선 일을 따 내고 거기에 맞춰 대상 범위를 정할 생각이다. 지자체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사업을 위탁 받게 되면 그 정도에 따라 조합 참여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당장은 동구부터 시작되지 않겠나.

“그렇다. 현대중공업과 협력업체 등 동구 고령 퇴직자를 중심으로 조합을 만들 생각이다. 일자리도 없는데 조합만 덜컥 만들 순 없는 일이다. 시작을 이쪽에서 했으니 이쪽 퇴직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게 정상 아니겠나.”

퇴직자 문제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

“자녀를 출가시키고 노부모를 부양한다든지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있다든지 의외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또 정부가 주도하는 일자리 사업에는 자격미달이고 수급혜택 대상도 못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일하지 않을 경우 굉장히 딱한 사정에 처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정부기관이 해결하도록 놔 두는 것 보다 협동조합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본적 자본이 필요하지 않나.

“사업에 따라 자본금이 필요 없는 분야가 있다. 예를 들어 직원 협동조합이라든지 소비자 협동조합은 자본이 필요 없다. 이런 곳에는 우리가 안정된 일자리나 적당한 소득만 만들어주면 된다. 퇴직자들은 예컨대 1만원~2만원 정도의 출자금만 내고 조합에 가입하면 된다. 그러나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그들이 자본금이 없다면 후원협동조합원으로부터 지원을 받거나 기존의 협동조합 등과 연계할 수도 있다.”

기업이나 지자체의 도음이 필요할 것 같은데.

“요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 동구지역 퇴직자들 대부분 현대중공업과 관련돼 있다. 그러나 기업에도 이익이 돼야 우리에게 일을 줄 것이다. 따라서 기업에 이익이 되고 우리에게 일자리도 생길 수 있는 상생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방적으로 도움만 요청할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한다.”

울산에서 퇴직자 협동조합은 처음이다. 기업,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없나.

“지나치게 경쟁하고 능률만 중시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따라서 기업 대신 협동조합이 요즘 각광받고 있다. 지역 주민, 자치단체, 기업이 많은 관심을 가지면 사회적 약자인 취약계층 협동조합이 자체적으로 뿌리내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지자체들은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센터를 이미 설치해 두고 있다. 울산 지자체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글=정종식 기자·사진=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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