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비행(飛行)을 희망한다
청소년의 비행(飛行)을 희망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5.2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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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을 흔히 가정의 달, 청소년의 달이라 한다. ‘청소년의 달’로 지정하고 청소년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 우리 청소년은 과연 행복한가. 꿈을 꾸고 있는가. 우리나라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3년 연속 OECD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아시아권이면서 공부 압박이 심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청소년기는 아동도 아니고 그렇다고해서 성인도 아닌 어정쩡한 시기다. 그러면서도 갖가지 사회변화와 자극에 대한 호기심이 불 같이 일고 탐색의 욕구가 충동질하는 시기이다. 때문에 미성숙한 그들의 정체성은 역할 혼미를 경험하게 되고 심리적 갈등을 유발시킨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사회규범과 제도가 청소년의 행동을 제한하고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강요할 때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 방황을 시작하게 되더라도 가정에서 따뜻한 보살핌이 있다면 더 큰 성장의 계기가 되지만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른들의 뜻대로 행동하도록 강요하면 ‘가출’을 선택하게 된다.

경찰에 따르면 해마다 신고되는 가출청소년이 약 2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신고되지 않는 건수까지 합치면 10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런 가출청소년들은 가출과 동시에 ‘어디서 자고 무엇을 먹을 수 있는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숙식의 문제에 부딪힌다.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 청소년들은 자의, 타의로 범죄의 길로 들어선다.

최근 10대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수준은 어른 못지않게 대담해 섬뜩할 정도다.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야 할 청소년들이 이런 범죄의 늪에 빠지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 이 고위험군 청소년들이 보이는 행동 중 하나가 ‘가출’이며, 그에 이어 발생하는 것이 비행이다. 따라서 ‘가출’은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청소년들의 호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가출 청소년에 대한 법적근거도, 지원체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방치했다가 미래 사회적 비용을 더 비싸게 치른 후에야 허둥댄다.

가출청소년이 생존문제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보내고 보금자리를 마련해 줘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청소년쉼터가 생겨났다. 청소년쉼터는 가출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시설로 전국에 92개, 울산에 4개가 있다. 쉼터 청소년들은 60%이상이 가정문제로 입소한 아이들이다. 돌아갈 가정이 없어서 자립을 준비하는 청소년도 있다.

남구는 2005년 11월부터 여자 단기 청소년쉼터를 운영해 오고 있다. 그러나 단기쉼터는 입소기간이 최대 6개월이어서 이 기간이 지나면 중장기쉼터로 옮겨야 한다. 하지만 울산에 여자 중장기쉼터가 없어 인근 지역으로 옮겨가거나 일부 낯선 시설로 가야했다. 이것을 꺼려 일부 아이들은 단기쉼터를 퇴소한 뒤 집으로 복귀한 후 다시 거리로 나오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어 왔다. 특히 여자 청소년의 경우 성폭력 피해 등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중장기 보호시설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올해부터 남구는 중장기쉼터도 개소해 울산기독교사회봉사회를 통해 위탁운영하고 있다.

중장기쉼터의 최우선 목표는 자립지원이다. 단기쉼터에서 보호기간이 짧아 가정적인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다면 중장기쉼터에서 좀 더 긴 시간을 가지면서 가족상담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뒤 집으로 복귀시킨다. 그래도 돌아갈 수 없다면 자립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되도록 자립훈련을 시킨다. 자립을 위해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일상 생활훈련에서부터 건강한 문화 활동, 개별사례관리를 통한 학업지원, 직업훈련에다 심리검사, 상담, 건강검진 등 의료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이런 지원을 통해 이들이 안정감을 느끼고 편안히 본인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길을 찾게 해야 한다. 꿈이 없고 행복지수가 낮은 청소년이 아니라 자신만의 푸른 꿈을 안고 그 꿈을 향해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뒤에서 받쳐주고 지켜봐 줘야 한다.

우리는 비행(非行)청소년이 아닌, 비행(飛行)청소년이 되도록 도와줄 것이다. 청소년이 보호받고 건강하게 성장해야 우리의 미래도 밝고 건강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상처받고 학교도 품지 못한 그들을 우리가 품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박주영 남구 자치행정과 학교환경개선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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