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사람(Key Person)
중요한 사람(Key Person)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5.1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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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전시 때 대학생쯤 돼 보이는 아들과 엄마가 지나가다 들러 작품을 둘러 보더군요. 그런데 아들이 엄마에게 자기 방에 걸고 싶은 그림이 있다고 말하자 그 엄마아들이 원하는 그 작품에 흔쾌히 판매됐음을 의미하는 빨강딱지를 붙이셨어요. 보통 옷이라든지 다른 필요한 걸 사 달라는 아이는 종종 봤어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매우 감탄하고 감동했습니다.

새 주인의 손에 직접 작품을 전달해야 마음이 편한 나는 직접 배달을 갔어요. 아니, 사실은 내 작품이 어떤 곳에 걸릴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분과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싶어서 이기도 했어요. 그분과의 시간가는 줄 모르는 대화는 잘 키운 자식 시집장가 보내는 마음이 되어 다시 한 번 확신과 안도를 하게 했어요. 그림 좋아하는 엄마를 보고 자란 아이에게 전시장에 와 그림을 보고 또 마음에 드는 작품을 선택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그들은 서로에게 Key Person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물론 부모 자식 간, 유대의 중요성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는 것이겠지만요.

불안정하고 고단한 삶의 연속인 우리에게 Key Person은 과연 누구일지, 또한 나는 누구의 Key person 인지 생각 해 봅니다.

Key Person 이란 기간요원, 조직기관의 중요인물 혹은 언제나 나를 지지해주고 사랑해주고 어떠한 말도 나눌 수 있는 대상을 뜻합니다.

현대사회에 이러한 존재의 부재는 많은 영역에 문제를 남깁니다.

사랑하는 이들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그들의 얘기를 들어야합니다. 공감해야합니다. 한없는 지지를 해주어야 합니다. 이때는 꼭 눈을 맞춰야합니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인정해주고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서로의 감정을 읽고 생각해 주는 존재가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더욱 희망적일 것입니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그것이 알고 싶다’ <비열한 거리> 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가출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거리의 방황하는 10대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했던 거리의 아이들에게도 Key Person 은 존재했습니다. 선배들에게 당한 가혹한 학대와 세상에 대한 반감과 불신만을 온통 흡수한 아이는 선배와 같은 리더가 되었고 의지할 곳 없는 아이들은 그 리더가 된 아이를 Key Person 으로 생각하고 따르는 듯 했습니다. 이렇게 잘못인식 된 Key Person 은 점차적으로 더 큰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그 리더가 된 아이를 들여다보니 중학교 때 이미 부모에 의해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누구도 자신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지는 않았습니다. 부모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자신이 설 곳이 조금씩 사라져갔습니다. 그리고는 선하던 눈동자는 서서히 그 빛을 잃어가고 주변의 아이들과 어둠의 눈빛을 나누었습니다.

가출한 아이들의 최초 범죄발생 시간은 단 일주일이라 합니다. 영국에서는 Bad and Breakfast의 앞 글자를 딴 B&B 제도를 만들어 거리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그 기간 동안이라도 잘 곳과 먹을 것을 제공 한다합니다.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단 한사람만 있었어도 자신의 나이보다도 많은 수의 전과를 가지는 결과는 낳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시가 끝나고 이번에는 결혼 앞 둔 오빠네 집에 남겨둔 내 짐들을 옮겨왔어요. 작품과 책들, 얼마 없을 꺼라 생각했지만 챙겨보니 무척이나 많은 양이었습니다.

막연한 안개 속에 언제 나타날지 모를 반딧불만을 쫓아 걸음을 옮기는 일. 사실 그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일을 지속적으로 해내야 하는 것이 작가의 운명이기도 합니다. 그 모습을 온전히 지켜봐야하는 가족들 역시 다양한 고통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은 나의 Key Person 이며 나 역시 그들의 Key Person 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혹시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여러분의 Key Person 이 떠오르지 않고 있나요?

그렇다 해도 좌절하거나 쓸쓸해마세요. 방법은 있습니다.

일단 어딘가에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세요. 예컨대 운동이라 가정한다면 한참을 땀을 내고 같은 행동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 반복하세요. 동적인 활동이 싫다면 동네 사격장을 방문해 온 정신을 집중해 총을 쏴보세요. 그것도 별로라면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서 배우 신하균 씨가 잘하는 복잡한 퍼즐 맞추기라도 해보세요. 그리고는 세면대 앞으로가서 세수를 하세요. 그리고는 거울을 보세요.

이때 거울 속에 보이는 그분의 눈을 아주 뚫어져라 바라보세요.

그렇게 하면 분명, 단 한사람이 보일 꺼 예요. 그 사람을 믿고 앞으로도 정진 또 정진하는 겁니다. 여러분의 Key Person 은 누구인가요?

이하나 미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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