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돌봄이 필요할 때
길고양이, 돌봄이 필요할 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5.0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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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걷다 길고양이 한 마리가 불쑥 나타나 깜짝 놀란 적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동네에서 때옷을 꾀죄죄하게 입은 떠돌이 개 몇 마리를 보는 게 다였지만, 요즘에는 고양이 수가 꽤 늘었는지 밤만 되면 발정기를 알리는 암고양이들의 아기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설칠 때가 많다.

집에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동물 애호가는 아니지만 출근길 도로에서 동물들의 사체를 볼 때마다, 그리고 얼마전 온몸에 불이 붙은 채 카센터로 돌진했던 길고양이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이 그리 편치는 않았다. 우리와 똑같은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아닌가.

길고양이는 집 앞에 놓아둔 쓰레기봉투를 죄다 찢어놓아 거리를 더렵혀 놓기 때문에 불청객으로 여겨지곤 한다. 어느 동네를 보면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이 있지만 골칫거리에 불과한 동물들을 왜 돕는지 모르겠다며 이들까지도 핍박을 받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그간 우리들의 시선에서만 세상을 바라봤다. 이 땅에는 처음부터 오직 인간들만 있었다는 듯이 그 외의 존재들을 내쫓고 구박했다. 길고양이들이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이유는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 즉 살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동물들이 살던 공간을 모두 빼앗아버린 채 우리는 자비도 없이 ‘나가라, 사라져라’고 목놓아 소리친다.

이곳은 원래부터 우리만의 공간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우리의 모든 것을 내주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길고양이들이 최소한 지저분한 쓰레기를 뒤지지 않을 권리쯤은 만들어 줘야 하지 않겠는가.

‘캣맘’들이 먹이를 챙겨주는 동네의 길고양이들은 쓰레기봉투를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울산에서는 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올해 300마리를 중성화 시킬 예정이다. 수술을 받은 고양이들은 한쪽 귀 모서리를 조금 잘라내어 표시를 해둔다.

우리는 그간 유아독존식으로, 지구의 정복자 행세를 해왔다. 덕분에 자연은 파괴되었고 인간의 삶은 더 혼탁해졌다.

이제 한걸음 물러서서 길고양이를 비롯한 작은 동물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과연 그런 삶이 불가능한 것인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중구 태화동 강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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