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도 공공병원이 필요하다
울산에도 공공병원이 필요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5.0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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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7일 경상남도 홍준표 도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결정한 이후 각계각층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3일 휴업조치를 실시하고 12일 경상남도 문화복지 위원회 상임위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관련 조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홍지사가 이렇게 일사천리로 밀어붙이자 주위의 철회 요구가 점점 거세졌고 결국 오는 22일까지 유보한 상태다. 노조 측과 병원 측이 의료원 정상화 방안을 놓고 협상 중이기는 하나 홍 지사는 폐업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 23일 ‘경상남도 서민의료대책’을 발표했다.

그 내용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되는 조항이 있다. 내년부터 의료급여 1종 수급자에 대해 진료비 중 건강보험 대상이 되는 본인부담금 전액을 지원하겠다는 조항이다.

홍 지사는 이를 ‘무상의료’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의료급여 1종은 건강보험 급여 안에서는 거의 무상이기 때문에 홍 지사가 발표한 내용은 별반 새로울 것이 없다. 또 지방의료원의 공공성을 강화해 저소득층을 위한 전문병원으로 기능전환을 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방의료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어떻게 저소득층을 위한 전문병원이 되는 것인지 궁굼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발상은 공공성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 지방의료원을 저소득층만 이용하는 곳으로 치부할 위험이 있다.

공공병원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곳으로 국민 누구나 이용하는 병원이며 상업 의료가 판을 치는 현실에서 돈벌이에 연연하지 않고 의료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응급실, 분만실, 전염병 환자 집중치료 등 수익과 상관없이 민간 병원이 회피하는 ‘필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불필요한 검사 및 처치 등을 하지 않는 적정 진료를 함으로써 전체적인 의료비 상승을 제어하는 곳이다. 치료중심 서비스에서 벗어나 예방서비스를 확대함으로서 국민을 건강관리의 주체로 세우고 더 나아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건강관리 및 치료 등을 시행하는 곳이다.

우리나라는 공공의료기관 비중이 5.9%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최하위다. 공공병원 병상수도 2011년 기준, OECD평균 (75.1%)의 5분의 1에 불과한 14.4%다. 우리나라 1인당 GDP 수준과 비슷한 체코, 스페인의 공공병상 비중은 각각 91%, 74%다. 우리보다 경제수준이 낮은 멕시코조차 공공병상 비중은 65%다. 심지어 전 국민 건강보험이 실시되지 않는 미국도 병상 수 기준 26%에 이른다. 의료기관 수 기준으로는 30%를 넘는다.

이런 사실을 참조하면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토대가 얼마나 허약한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앞으로 계속 공공병원을 늘리고 그 역할을 높여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3년의 역사를 가진 진주의료원을 하루아침에 없애버리겠다는 것은 의료를 그냥 시장에 내맡기겠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열악한 우리나라 공공의료 현실에서 더욱더 열악한 곳이 울산이다. 지역 총생산 1위임에도 민간에 위탁돼 있는 시립노인병원(150병상)을 제외하면 병상을 갖춘 공공의료시설이 하나도 없는 부끄러운 도시이다. 또 시 자체에 울산 현실에 맞는 의료정책을 만들고 관리하는 전문가도 없다.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 인력과 시설이 절대 부족한 셈이다. 응급의학 전문의 수가 인구대비 전국 최저인 1천 명당 0.5명이다. 미숙아가 연간 500명 발생한다. 응급 뇌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3개인데 전문의가 6명이다. 응급심혈관 수술이 가능한 병원은 전국 최저인 3개다. 전문의는 11명이다.

양질의 재활병원도 없다. 조류독감, 신종플루 같은 전염병을 관리하고 집중 치료할 수 있는 공공병원은 하나도 없다. 한마디로 불안하기 짝이 없는 도시다.

곳곳에 메디칼 빌딩이 즐비하다. 그러나 의료 본연의 목적보다 돈벌이를 위한 미용, 성형 등 상업 의료기관이 넘쳐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누가 어떻게 시민의 진정한 건강과 삶을 보장해줄 수 있을까. 우리는 이 답을 의료 공공성 강화에서 찾아야 한다. 그 방편의 하나로 공공병원을 곳곳에 지어 누구나 필요할 때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제 울산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공공병원을 유치해야 한다. 지난 10여년간 줄기차게 제기됐던 공공병원 설립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지자체와 정치권이 이를 위해 나서야 한다.<김현주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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