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읽고 바다로 나아가다
나무를 읽고 바다로 나아가다
  • 구미현 기자
  • 승인 2013.05.0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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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화 대가’ 김상구 14일까지 서울서 개인전
본질벗고 자유로운 바다, 나무 주제 25점 전시
▲ No.1044.

‘목판화의 대가’ 김상구 작가는 40년 넘게 나무와 함께 해온 세월만큼이나 우직한 나무의 그것과 닮아있다. 이미 한국판화미술사의 역사가 되고 있는 김상구 작가. 그의 목판화전이 오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나무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바다’와 ‘나무’를 주제로 작업한 25점을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정해져 있지만 작품 하나하나마다 의미 부여는 하지 않았다. 김상구는 소재에 큰 무게를 두지 않는다. 소재보다는 방법을 우선시한다.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무엇인가 느낀 것이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물고기가 물속에서 사는 생물이란 지식이나 상식은 별로 중요하지않다.

 

▲오른쪽에서 2번째 판화가 김상구.

마찬가지로 새가 푸른 하늘을 나는 것도 하늘이 푸르러서가 아니라 작가에 의한 감각적인 색상의 선택이 코발트블루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작가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안된다. 관객이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이렇듯 김상구의 작품 소재들은 시작부터 대상과의 ‘닮음’이나 ‘사실성’을 배제한다.

그의 작품을 보고 ‘하늘에 떠 있는 나무가 쓸쓸해 보인다’라고 느낀다면 작가와 소통한 것이지만, 고정 관념에 사로잡힌 채 작품에 접근한다면 혼란스럽기만 할 뿐 소통은 불가능해진다.

김상구는 현대산업사회의 기계화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시대에 역행하는 인물이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노동집약적 판화, 그중에서도 나무로 하는 작업만 파고들었다. 목판화의 철저한 수공정을 고수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순수미술로서 판화의 다양한 형식 실험과 더불어 책 표지 등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개척하고, 전통적 개념의 현대적 변용에 힘을 쏟아온 한국 목판화의 대표 작가.

그는 “지속적 작업의 실행이야말로 나 스스로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언어다. 단 한 명의 관객이라도 진정으로 감상한다면 나는 영원토록 그 무대에 서리라”라고 다짐했다.

김상구의 작품세계는 화려한 것보다는 투박한 것,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한 가운데 스며드는 토담같은것, 입체적인 표현보다는 평면적인 것과 여백의 미로 함출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의 연륜과 미학을 관람객들은 한껏 누리게 될 것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진하 나무화랑 대표는 “김상구 작가는 조형성 이외에 즐겨 사용하는 기표(소재와 표현)에 어떤 기의(의미나 내용)를 애초부터 상정하지 않았다”며 “기의를 찾아서 즐기는 것은 관객의 몫이고, 그 과정에서 작가나 관객 모두가 서로 다른, 혹은 같을 수도 있는 의미나 느낌을 나름대로 즐기면 된다”고 말했다. 구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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