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 반구대암각화?
국보 1호 반구대암각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5.0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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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는 국보가 2점 있다. 국보 제147호 천전리 각석과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다.

보물 제173호 망해사지 승탑과 제369호 석남사 승탑, 제370호 간월사지 석조여래좌상, 제382호 청송사지 삼층석탑, 제441호 태화사지 십이지상 사리탑, 제1006호 이종주 고신왕지 및 이임 무과홍패도 울산에 있다.

울산에는 천연기념물도 4곳이나 있다. 천연기념물 제64호 울주 구량리 은행나무와 제65호 울주 목도 상록수림, 제126호 울산 극경(쇠고래) 회유해면, 제462호 가지산 철쭉나무군락이다. 국보와 보물 그리고 천연기념물은 울산에 있는 문화재 가운데 그래도 더 중요하고 더 귀중한 문화재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반구대암각화는 최고의 문화재다. 지금 보존문제를 두고 논쟁이 되풀이 되고 있지만 나아가 국보 1호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반구대암각화 기사를 쓰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이런저런 질문을 받는다. 반구대암각화가 그렇게 중요하면 왜 국보 1호가 아니냐는 우문은 그래도 괜찮다. 문화재 애호가의 관심쯤으로 보니까.

문제는 반구대암각화가 국보 몇 호냐는 질문의 반복이다. 그러면 간단하게 285라는 숫자만 말한다. 개인적으로 기사에 적시하기 싫고 몇 호라는 숫자와 서열을 중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보면 국보지 어느 것이 더 하고 덜 하랴? 똑같이 소중한 국보 문화재를 굳이 서열을 매겨 등급을 둬야하는지 의문이다. 무엇이든 일류, 이류, 삼류…로 구분하는 우리 사회의 서열지상주의에 다름 아니다.

문화재만큼은 서열을 매겨선 안 된다. 어느 지역에 있든 어떤 문화재이든 그만의 가치가 있고 문화재로 지정된 이상 소중하게 보존하고 전승해야 한다. 서열로 중요도를 나누는 것은 문화와는 동떨어진 천박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문화재에 번호를 매겨놓았다. 그러니 국보 1호는 훈민정음이라야 한다, 반구대암각화가 돼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는 게 아닌가.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 자신들의 문화재에 번호를 매기고 서열을 정하는가. 자료를 확인해 보니 우리나라와 북한, 일본만이 국보에 번호를 매겼다고 한다. 그나마 일본은 몇 년 전에 번호를 모두 없앴다고 한다.

우리의 문화재청도 국보와 보물에 대한 번호 매기기를 없애려 한 적이 있다. 숭례문 화재가 나기 한 달 전인 2008년 1월 10일이었다. 일련번호를 없애 문화재 등급·분류체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발표를 했는데 숭례문 화재로 추진방안 자체가 없어졌다.

물론 문화재청은 국보1호가 유물의 가치 순서가 아니라 관리번호 지정순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또 국보를 교체하면 교과서도 바꿔야 하고 각종 문서와 서적, 백과사전 홍보물 등 모든 것을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과 혼란이 따른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국보1호는 숭례문이고 보물1호는 동대문이라고 알고 있다. 가치의 순서나 중요도의 순서로 그 번호를 이해하는 것이지 편의상 붙인 관리번호로 인식하지 않는다.

국보의 가치와 중요성, 상징성을 고려하거나 예술적 문화재적 가치로 일련번호를 매긴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 번호가 그런 뜻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번호를 없애는 게 나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 반구대암각화는 국보 285호로 지정돼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세계적인 문화재이다. 그러나 이 ‘285’는 국보의 등급 순서가 아니다. 가치의 순서도 아니다. 번호 순서로 서열을 인식하면 안된다.

반구대암각화는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 문화재의 최고 맏형’이고 ‘우리 미술사의 첫 장’이라고 한다. 또 누구는 ‘바위를 종이 삼아 쓴 최고(最古) 역사책’이라고 한다. 285번째쯤 가치있는 문화재가 아니란 말이다.

<김잠출 국장·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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