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은 첫 ‘쉴 권리’요구 희생 기리는 날
일자리·노동권 확충 산재예방 “갈 길 멀다”
노동절은 첫 ‘쉴 권리’요구 희생 기리는 날
일자리·노동권 확충 산재예방 “갈 길 멀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4.3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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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준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장
“문제는 기업의 능력입니다.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생산성이 높으면 고임금도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그런 고려 없이 투쟁만 하다간 회사가 무너집니다. 그렇게 되면 근로자만 더 큰 손실을 입게 되죠” 요즘 노사분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노동 전문가가 대답한 말이다. 하지만 ‘철탑 농성’, ‘비정규직’과 같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진행 중인 노사문제에 대해 노동관계자가 가부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집단적 노사관계, 즉 노사교섭, 중재, 조정, 예방업무에만 31년 간 매달려온 노동 전문가로선 그런 사안이 기피대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근로자의 날을 맞아 고용노동부 최성준 울산지청장을 만나봤다.

근로자의 날을 맞아 어떤 바람을 갖고 있는가.

노동절(근로자의 날)은 1886년 인간다운 삶을 위해 8시간 근로를 요구하다가 희생된 근로자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그 후 근로조건과 근로복지가 꾸준히 개선돼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가장 시급한 노동현안은 3가지다. 첫째는 청년 실업을 비롯한 고령자, 여성, 장애인 등의 취업 취약계층의 취업문제다. 다음은 일하는 사람 사이의 차별 등 정규직·비정규직, 원청·하청,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근로조건 격차 즉 양극화 문제다. 끝으로 근로자들의 생명과 신체·건강을 위협하고 가정을 파탄시키는 산업재해다. 이런 문제들을 조속히 해결하는 게 개인적 바람이다.

임금 격차가 사회의 주요 문제 가운데 하나다. 울산지청은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가.

고임금 근로자와 저임금 근로자의 격차 문제는 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국가 경쟁력은 과거와 같이 대기업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의 역할분담에서 좌우된다. 따라서 고용노동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의 상생 관계를 강조하고 그런 관계를 조성하고자 지원하고 있다. 특히 산업재해 예방분야에서는 법적으로 원청의 책임을 확대·강화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기업도 사회적 책임과 기업의 도덕적·윤리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용노동부도 대기업이나 원청기업들이 노사간의 교섭을 통해 이런 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어떻게 푸는게 좋은가.

비정규직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용관계가 불안하고 임금수준이 낮다는 점이다. 이것은 사회양극화와 연결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비정규직은 기업의 비윤리적인 경영에서 기인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대기업 근로자들이 강성노동운동을 전개함에 따라 고용이 경직되고 고임금 구조가 형성되면서 기업이 고용의 유연성을 살리고 전체 급여수준을 맞추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용하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이미 채용된 비정규직 해소는 기업이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물론 이럴 경우 노사가 양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해와 양보 그리고 협조로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문제다.

요즘 노사분규에서 강성노조의 문제점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투쟁 일변도의 노조활동은 무엇보다 기업가들의 투자의욕을 감퇴시킨다. 또 노사 간의 대립관계를 유발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근로자들에게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근로조건, 근로복지 수준을 위협하기도 한다. 노동절도 투쟁적 노사관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이미 투쟁적 노사관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협조적 관계로 전환한지 오래다. 현재는 모두 합리적·협조적·상생적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과 독일 그리고 미국이다.

근로자들에겐 고용불안과 저임금이 가장 큰 문제다.

고용불안이나 저임금 문제는 일차적으로 노사가 협조해 기업 차원에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정부가 하는 일은 이런 차원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지난해 울산지청은 취업 등의 고용안정을 위해 2천214건, 연인원 56만2천173명에 대해 48억9천200만원을 지원했다. 그 중에서 해고해야 할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고 휴업하도록 해 휴업급여를 지급한 경우만 43건에 661명, 2억5천300만원에 달한다. 또 근로감독관들이 410개 사업장을 점검해 그 중에서 최저임금 이하로 지급한 140건을 적발하고 추가지급 하도록 조치했다. 그리고 최저임금 취약 사업장 30개소를 점검해 21명의 근로자에게 492만원을 추가 지급하도록 조치했다.

이제 노사문화가 선진화돼야 한다. 외국의 우수 사례는.

협조적 노사관계를 가장 먼저 편 나라는 일본이다. 노조는 어느 나라나 할 것 없이 전국 또는 일정한 지역을 범위로 직종별 또는 산업별로 결성하고 활동하는데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노조활동을 기업의 울타리 안에서 기업의 사정을 고려하고 기업과 협조하기 쉬운 ‘기업별 노조’로 전환했다. 그 결과 교섭을 이해와 양보로 쉽게 타결할 수 있었고, 파업도 ‘춘투’라는 형식으로 3일 정도 하는 것에 그쳤다.

다음은 미국이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이 일본경쟁력에 밀리면서 그 원인을 분석한 결과 대립적 노사관계가 주요 원인임을 알게 돼 협조적 노사관계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일본식 경영을 모방하게 됐다. 하지만 그 모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게 됐다. 미국의 협조적 노사관계 추구에서 보여준 재미있는 사례는 ‘임금인상 자동공식’이다. 그들은 교섭에서 매년 물가상승률과 생산성 증가율을 고려해 임금 인상률이 자동으로 계산되는 공식을 만들어 냈다. 때문에 자동인상 공식을 바꾸기 위한 교섭은 5~6년에 한 번만 해도 충분하게 됐다.

다음은 독일이다. 독일 노조는 회사 내에 ‘경영협의회’라는 것을 만들어 인사, 노무, 교육 등 모든 경영사항을 노사가 공동으로 결정하고 공동으로 책임지는 제도를 택하고 있다. 그러니 근로자들이 회사 일에 책임의식을 갖고 능동적, 창의적, 협조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또 앞으로의 관심사항은 노동행정은 모든 분야가 어렵고 지역 주민과의 협조 없이는 그 목적 달성이 어렵다. 고용창출, 일하는 사람 사이의 양극화 해소, 산업재해 예방 등 모든 것이 그렇다. 30여년의 공직생활 중 대부분을 집단적 노사관계 즉 노사 간의 교섭 중재·조정, 분쟁예방·해결 업무에 할애해 왔다. 그래서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는 협조적 노사관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정종식 기자·사진=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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