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의 길목 란저우(蘭州)
실크로드의 길목 란저우(蘭州)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4.2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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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과거의 빛 잃은 란저우

둔황에서 란저우 가는 길목에는 가욕관이 있다. 장성의 서쪽 끝 관문으로 ‘천하제일웅관’이라는 현판에 걸맞게 733m의 둘레에 11m의 높이로 위용을 자랑하며 고비사막 하서회랑 한 가운데 서있다. 장성의 동쪽 끝 산해관과는 6천㎞나 떨어져있다.

간쑤성 성도인 란저우는 당나라 시절 황금시기를 맞는다. 당시 수도였던 장안 즉 시안(西安)에서 실크로드로 가는 길목에 란저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후 서역과의 교류가 뜸해지면서 란저우는 빛을 잃어갔고, 현대화 과정 중에도 동부 연안지역이 발전하는 동안 내륙의 기타 지역과 함께 낙후 일로를 걷게 된다. 최근 서부대개발의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발전의 계기가 마련되고는 있지만, 중화학공장들이 시내에 자리하여 공해가 심하고, 교통시스템이나 사회기반시설 부족으로 교통체증도 심하고 다소 무질서한 편이다.

역앞 거리에는 모직제품을 파는 잡상인, 과일 노점, 군것질 파는 난전, 구두를 닦으라고 외치는 아주머니들로 가득 찼다. 구두약에 따라 3위안짜리와 5위안짜리로 가격이 다르지만 물가는 여전히 싼 편이다. 고속성장으로 강대국이 되고 있는 중국이지만, 7억명의 절대빈곤층을 줄여나가고 부의 균형을 이뤄 전반적으로 잘사는 나라로 만들려면 아직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시원하고 담백한 우육라면

란저우의 특산요리인 란저우라면을 맛보고자 금미덕란저우우육라면(金味德蘭州牛肉拉面)이라는 간판이 걸린 식당에 들어갔다. 가격은 10위안에서 22위안까지 다양하고, 크게는 건면(乾面) 즉 볶음면 종류와 육수에 담겨 나오는 물국수 종류가 있다. 라면 맛은 시원하면서도 담백하며 살짝 매콤한 맛도 났다. 무가 많이 들어가고 쇠고기 중 우남 즉 소갈비나 양지머리 부위를 넣어 끓여 갈비탕 맛이 나면서도 매운 향료와 향채(香菜)가 들어가 매콤하면서도 중국적인 맛이며, 간장으로 간을 해 탕은 검붉은 색이다.

100년 전통 란저우 대학

길을 걷다가 란저우 대학이 눈에 들어왔다. 간쑤성 중점대학이자 10대 대학에 꼽히는 명문대학으로 이 지역의 수재들이 모여 공부하는 곳이다. 정문에는 1909년 즉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숫자가 새겨져 있다. 외국인 유학생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 옛 실크로드의 교류 전통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캠퍼스 역시 활기차다. 학생식당 앞에서는 대학원원우회가 주관하는 행사 중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가 울려 퍼진다. 중국에서도 한류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역시 대학은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젊음의 에너지로 넘쳐흐른다. 노래에 맞춰 여러 명이 단체로 말춤까지 춘다.

중국 대학을 보면 대학원생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도 학력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취업을 못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증가하고 있다. 주변 게시판에는 대학원 시험 준비반, 유학반, 편입반 등 우리 대학과 별반 다름없는 포스터 광고전단들이 눈에 많이 띈다. 중국도 대학원 진학이나 유학, 편입 등이 보편화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학 내 학생식당은 학생 수가 많은 만큼 그 규모도 크다. 메뉴도 다양해 각종 면과 밥, 즉석요리와 냉채, 만두와 빵, 탕, 그리고 후식 등 그 가지 수가 수백 가지나 되고 가격도 한 사람이 배불리 먹어도 5위안 남짓이면 충분할 정도로 저렴하다. 예를 들어 2위안짜리 고기나 생선 요리 두 접시와 1위안짜리 야채요리(蔬菜) 한 접시면 5위안이니,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학생식당에서 저렴하게 음식을 먹는다면 생활비는 그다지 많이 들지 않을 것 같다. 중국 대학은 대부분 국립이라 정부 보조를 받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등록금이 비싸고 숙소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대학들이 등록금으로 적립금을 쌓아두는 경우와 대비된다. 충전식 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쉽게도 시식은 못하고 구경만 하고 나왔다.

실크로드 여행코스 간쑤성박물관

란저우의 과거를 알기 위해 간쑤성박물관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실크로드 관련 유물들이 많이 진열돼 있었다. 종이 이전에 사용했던 죽간 서신, 로마에서 제작된 은 접시, 고대 이란 동전, 그리고 청동기로 제작한 말의 형상인 마도비연상(馬跳飛燕像)은 인상적이다. 실크로드 여행객들이 우루무치박물관, 투루판박물관, 둔황박물관과 함께 꼭 들려야 할 곳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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