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납 전문가 양성… 여성자립 도우미로
수납 전문가 양성… 여성자립 도우미로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3.04.23 21: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살림 대표 김애랑씨 ‘유망직종’ 기대감에 上京수강… ‘4050 프로그램’에도 참여
▲ 김애랑 (주)살림 대표

여성들의 유망직종으로 떠오른 ‘정리·수납 전문가(컨설턴트)’. 그 씨앗 퍼뜨리기에 여념이 없는 중년여성의 활약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2월, 설립과 동시에 ‘지역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주)살림의 김애랑 대표(44). 사무실은 중구 다운동, 강의실은 남구 수암동에 두고 있다.

김 대표는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수암동 울산행복신협 문화센터 강의에 심혈을 기울인다. ‘수납전문가 양성과정 2기’의 교육인원은 가정주부 12명. 네 번째 강의 날인 23일에도 그녀의 강의에는 열정이, 주부 수강생들의 표정에는 진지함이 묻어났다.

“총량규제의 법칙과 파레토 법칙, 잘 아시죠? 7대 3의 비율, 아주 중요해요. 옷가지를 수납할 땐 30%의 여유공간, 물건이 들어오고 나가는 통로를 비워두는 지혜가 반드시 필요하죠.”

 

▲ ‘찾아가는 맛있는 학교’프로그램을 즐기는 어린이들.

 

대부분의 가정에서 주로 입는 옷가지는 20% 남짓이고 나머지 80%는 묵혀두는 점에 유념할 것을 주문했다. 수납의 목적이 ‘아름다움’보단 ‘편리함’에 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김 대표가 정리·수납에 흥미를 느낀 것은 우연하게 눈여겨본 TV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시청시간 내내 ‘각광받을 여성일자리’란 예감이 지워지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학원(서울 서초구 반포1동)을 알아냈고, 가까이 지내던 주부 3명도 끌어들여 곧바로 수강을 신청했다. 수납전문가 2급, 1급, 강사 과정을 열정으로 채웠고 자격증도 차례차례 따냈다. 민간자격증이긴 해도 엄연히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재된 자격증이 아닌가.

 

▲ 중구 다운동 (주)살림 사무실에서 일정을 논의하는 회원들.

 

US 뉴스&월드리포트가 ‘미래의 직종’으로 손꼽은 ‘정리·수납 컨설턴트’가 국내에서 관심을 모은 것은 제법 최근의 일이다. 사단법인 ‘한국정리·수납컨설턴트협회(KAPO)’의 설립은 불과 1년 반(2011년 11월)전이다. 하지만 선진국은 사정이 다르다. 미국은 1980년부터 시작됐고 일본, 캐나다, 영국에선 이미 일반화된 직종이다. 현 KAPO 회장이 캐나다 이민 시절의 구상을 실천에 옮겼다.

 

▲ 울산행복신협 문화센터에서 강의중인 김애랑 대표.

유망한 여성 직종의 확신이 선 김 대표는 내친 김에 일을 서둘렀다. 강사 자격증을 같이 따낸 장세정, 김혜정, 이정화씨가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지난해 11월에 KAPO 울산지부 등록을 마쳤고 올해 초, (주)살림을 직접 설립했다. 취지는 명함에도 새겼다. ‘여성의 힘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나눔과 사랑의 여성공동체’.

내공을 쌓은 김 대표는 3월 들어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내민다. ‘정리·수납 전문가 교육’을 명분으로 울산발전연구원 내 울산평생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4050 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신청서를 낸 것. 결과는 보람으로 돌아왔고 수납전문가 2급, 1급 양성 기회가 덤으로 주어졌다. ‘40∼60대 퇴직자 및 퇴직예정자’ 60명이 그 대상으로 지원금의 길도 트였다.

‘정리·수납 컨설턴트’가 여성에게만 유망한 것은 아니다. 서울의 학원 수강생 동기 가운데 열에 한 명은 남성이었다. 동기생인 KAPO 강릉지부장, 김해지 부장도 실은 남성이다. 그런데도 김 대표는 굳이 ‘여성’을 고집한다. 기왕이면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더 주어야겠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녀는 (주)살림을 “울산 여성들이 참여한 가운데 공동출자, 공동소유, 민주적 의사결정 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사회적 여성협동조합”이라고 정의한다. “돌봄 및 교육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서비스 제공을 통해 여성의 자립과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는 취지도 덧붙인다.

그러기에 (주)살림이 펼치는 사업은 정리·수납 컨설턴트 양성에만 그치지 않는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지역아동센터를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맛있는 학교’와 ‘찾아가는 재활용 환경교육’도 있다. 오븐과 식재료로 즉석요리를 만들어 보는 ‘맛있는 학교’와 버려지는 재활용품으로 다양한 친환경 생활용품을 만드는 ‘재활용 환경교육’은 반응이 예상 외로 뜨겁다.

김 대표는 받은 만큼 되돌려 드린다는 ‘나눔’의 철학에도 철저하다. 기회가 생기면 홀몸노인(독거노인)이나 취약계층에게 정리수납 서비스를 무료로 베풀어 드릴 참이다.

▲ 지난 2일 수납전문가 2급 양성과정의 첫 수업을 마친 2기 수강생들.

그녀는 다시 정리·수납 전문가의 전도사로 돌아와 있었다. “기분이 울적할 때 집안정리를 하고나면 마음이 홀가분하잖아요? 정리·수납 서비스는 생활환경을 편리하고 쾌적하게 꾸며 드리는 일인데 고객이 만족하시면 보람이 크죠.”

‘4050 프로그램’에 대한 권유도 빼놓지 않는다. “아이 다 키운 엄마들도 전문가가 될 수 있어요. ‘무자본 창업’도 매력적이고. 용기 내시면 전혀 딴 세상을 구경할 수 있어요.”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수납전문가 2급, 1급 자격증을 취득하면 새로운 개념의 ‘일자리’가 기다린다. 강사 자격증까지 취득하면 강사로 설 수도 있다. (주)살림 1기 수료생 21명 가운데는 정리·수납 서비스의 대가로 ‘수고비’를 받아간 사례도 있다. 다운동의 어느 신혼부부 집을 포함해 벌써 세 차례나 실습삼아 일을 도운 덕분이다. 수납전문가 2급 양성과정은 15시간, 1급 양성과정은 50시간 교육을 받는다. 수강료로 2급 25만원, 1급은 35만원이 들어간다.

(주)살림의 김애랑 대표는 부산 카톨릭대학(전 지산간호전문대학) 의무행정 전문학사 과정을 마쳤고 현재 방송대 교육학과 4학년 졸업반이다. 지난 1월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평생교육 프로그램개발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247-2823. 김정주 기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