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이 도시 품격 결정한다
공원이 도시 품격 결정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4.2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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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인상을 나타내는 공원
한삼건교수의도시이야기
▲ 태화강대공원을 따라 무질서한 건물들이 밀집해 있으며 태화로나 남산로같은 간선도로에서는 공원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신록이 푸르러서 나들이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느티나무 가로수의 연녹색 새잎이 아름다운 문수로를 따라서 공업탑로터리에서 무거동으로 가다보면 두 번째 육교가 보이는 곳에 ‘군청사거리’가 나온다. 울주군청이 있어서 붙은 네거리 이름이지만, 울산시민이라면 누구나 가까이에 울산대공원 정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지난 회에 살펴본 울산법원청사와 검찰청사가 각각 13층 높이로 신축 중에 있지만 문수로라는 간선도로에서 보이지 않듯이 대공원 정문으로 들어가는 군청 네거리에서는 대공원의 ‘대’자도 찾을 수 없다.

잘 알려진 것처럼 울산대공원은 1997년 7월부터 SK(주)가 1천20억원, 울산시가 505억5천만원, 국비 26억5천만원 등 총 1천552억원을 들여서 조성한 울산을 대표하는 도시공원이다. 공원면적은 무려 365만3천㎡로 1980년대부터 구상이 시작돼 약 20년 후 1차 시설은 2002년에, 2차 시설은 2006년에 준공됐다. 이렇게 완성된 도시공원은 오늘날 시민들은 물론 인근 도시에서도 방문하는 울산의 명소가 됐다. 그렇지만 공원과 문수로 사이에 들어선 시가지에 가로막혀서 공원이 있는지를 알기 어렵고, 공원부지 주변이 일찍부터 아파트 단지로 개발돼 공원이 아파트 정원처럼 돼 버린 것은 옥의 티다. 만일 대공원이 문수로에서 시원하게 조망 되고, 공원을 벽처럼 둘러싼 아파트가 없다면 방문객이나 시민에게 울산의 인상은 전혀 다르게 다가가지 않을까?

▲ 군청사거리. 대공원을 알리는 조형물이 없어 대공원 입구란 사실을 알기가 어렵다.

한편, 울산대공원의 입지를 생각하면 오히려 현재의 남산공원과 묘지공원(울산공원묘지) 그리고 남산일대 자연녹지 지역이 모두 대공원부지가 되고, 반대로 현재의 대공원 부지가 주거지역으로 개발됐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왜냐하면 현재의 대공원은 무거천 상류가 있기는 하나 물도 부족하고, 무엇보다도 지형이 완만해 주택지로 개발하기 쉽고 접근도로를 개설하기도 쉽다. 반면에 남산일대는 태화강에 접하고 있어서 풍광이 수려하고, 대공원부지에 비해 높은 봉우리가 솟아 있어서 주변 조망도 일품이다. 그 대신 지형의 기복이 심해서 주거지 등으로는 개발하기에는 불리한 점이 많다. 실제로 옥동 군부대 일대의 주택지를 보면 지형이 복잡하고 도로망도 답답하다. 공원으로 개발했을 때 훨씬 효과가 높은 곳이 시가지가 되고, 개발이 쉬우면서도 재미가 없는 땅이 공원으로 개발된 것은 땅이 가진 적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은 아닌가 싶다.

지난 일은 접어두고 울산대공원을 십이분 활용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군청네거리 대공원 방향 입구에는 커다랗게 ‘울산대공원’이라는 아치형 입간판이라도 세워서 공원의 입구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울산대공원-옥동군부대-남산공원-태화강-태화강대공원을 녹지로 연결하면 좋을 것이다. 울산대공원 정문에서 태화강대공원 대숲언저리까지는 직선거리로 불과 1.5㎞에 불과하다. 하지만 옥동이나 태화동에 거주하는 사람이 각각 울산대공원이나 태화강대공원을 방문하려면 적어도 5~8㎞를 돌아 가야 한다. 거리도 줄이고, 자동차가가 아닌 보행 중심의 녹지 축을 만들면 그 효과는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렇게 하는 가장 큰 의미는 울산을 대표하는 두 대공원을 직접 연결해 울산시의 중심적인 도시 축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보행로 조성을 위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옥동군부대 이전 후 그 부지활용 계획 수립 때 남산과 대공원 연결방안이 반영되면 좋겠다. 이와 함께 군부대와 울산대공원 사이에 이미 시가지가 조성돼 녹지가 단절된 옥동 구간에도 녹지와 보행 축을 담아내면 남북 보행녹지 축의 완성도는 높아지게 된다.

▲ 문화공원 위성사진.

남산에서부터 남산로와 태화강을 넘어가는 구간은 공중에 보행전용 다리를 만들면 좋겠다. 이 아이디어는 오래 전부터 필자가 구상해 왔는데, 최근에는 지역 정치인들도 주장하고 있다. 말하자면 제2의 십리대밭교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 보행교 설치에 적합한 곳은 태화강전망대가 있는 곳이다. 날렵한 현수교나 사장교로 걸되, 남산로도 함께 넘어가도록 하면 더욱 좋다. 이렇게 단 한줄기의 보행로만 연결돼도 중구 주민이 남구에 있는 울산대공원을 도보로 찾을 수 있고, 옥동지역 주민들 역시 편하게 태화강대공원을 방문할 수 있다. 굳이 공업탑로터리나 신복로터리를 돌지 않더라도 걸어서 이 구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 보행축이 연결되면 태화강변의 동서 보행축과 두 대공원을 연결하는 남북 보행축이 이곳에서 교차해 보행 결절점이 탄생하게 된다. 이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전망대 부근에 대한 디자인은 크게 바뀌어야 한다.

울산대공원에 이어서 시민들이 즐겨 찾고 있고 또한 널리 알려진 공원으로 문수체육공원이 있다. 이곳은 2002한일 월드컵이 개최됐던 문수축구경기장 주변의 녹지와 자연호수를 배경으로 조성된 친환경적인 테마공원이다. 공원은 2001년 6월에 완성됐는데, 91만2천310㎡ 면적에 문수축구경기장과 함께 문수실내수영장, 롤러스케이트장, 보조축구경기장, 옥동저수지와 저수지 주변 2002산책로, 호반광장, 야외공연장, 노천카페, 매점, 주차장 등이 갖춰져 있다.

체육공원은 그린벨트에 위치하고 있는데다가 기존 옥동저수지를 정비해 수(水)공간을 갖췄고, 가까이로는 문수산을 비롯한 녹지가 둘러싸고 있어서 풍광이 뛰어나다. 주 시설인 문수축구장도 월드컵개최 당시 ‘빅크라운(big crown)’이라는 애칭으로 불렸을 만큼 아름다운 건축물이어서 공원 전체가 보석같은 곳이다. 그러나 문수체육공원도 이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굳이 숨기고 있어서 아쉽다. 차량 통행량이 많은 간선도로인 문수로에서 축구장이 잘 보이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다. 문수로에서 바라보면 축구장 건물은 일부만 노출돼 있는데다가 경기장 주변의 녹지와 가로수에 가려서 하절기에는 거의 건물을 볼 수가 없고 그마저도 이미 경기장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이 일부러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을 경우에나 시야에 들어오는 정도다.

또 하나는 문수체육공원 접근로가 철저하게 자동차 중심으로 조성되다보니 보행자에게는 불편하다는 점이다. 걸어서 이곳을 방문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무거동 방향에서 도보접근로는 두 곳이다. 하나는 지하도이고 다른 하나는 검문소 방향의 횡단보도다. 예를 들어서 울산대 방향에서 도보로 문수구장으로 가려면 여러 개의 신호등과 황단보도를 지나야 한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불편하다. 지하도가 불편한 것은 누구나 안다. 노약자나 유모차, 자전거 이용자에게 지하도란 큰 장애물이다. 2002월드컵 때는 지하보도 입구로 사람이 너무 몰려서 자칫 사고라도 날까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는 방법이 있다. 자동차만 다니는 입체교차로에 보행로를 함께 만들어 컨벤션입구로 바로 연결하면 편리할 뿐 아니라 동선도 아주 짧아진다. 동쪽과 북쪽에 있는 입체교차로는 자동차 전용인데, 평소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막상 월드컵경기 같은 큰 경기땐 일반 차량은 통행할 수 없어서 어차피 걸어야 한다. 대회 관계자나 VIP 전용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화석에너지를 쓰는 자동차 이용자보다 도보 이용자에게 불편한 이런 접근도로를 바꾸는 것이 진짜 도시디자인이 나아갈 방향이다.

다음은 삼산 도심의 대표공원인 달동 문화공원을 살펴보자. 이곳은 울산시가 282억5천여만원의 공사비를 투입해서 2003년 7월에 개장했다. 연면적은 5만6천312㎡로 59종류 5만6천220그루의 나무와 초화류 17만4천여그루가 식재돼 있고, 수경시설, 매점, 의자, 파고라 등 편의시설은 물론 2개의 지하층에 400여면 규모의 주차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이 공원은 울산문화예술회관, 남구청, 울산남구 문화원, KBS울산방송국 등과 접하고 시민들의 문화생활은 물론 여가와 휴식, 주차편의까지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시설 부지 면적의 40%정도인 2만3천666㎡가 잔디로 덮여있어서 그저 바라보는 공원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아쉽다. 무슨 말인가 하면 잔디는 대부분 보호 목적으로 출입을 금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의 공원풍경처럼 잔디밭에 눕거나 앉아서 책을 본다던지 음식을 먹는 일은 불가능하다. 나머지 포장된 부분도 사람들이 통과하는 곳이어서 머물 곳은 몇 안 되는 벤치 정도뿐이다(문화공원 위성사진). 그뿐 아니다. 사실 드넓은 삼산신시가지는 1990년 이전만 해도 무논이 펼쳐져 있어 여름에는 물을 가둬 홍수를 막고, 녹색이 푸르러서 산소탱크구실을 했다. 지금처럼 시가지로 만들 경우 넓은 녹지대가 함께 조성돼 환경적 균형을 맞춰 줘야 했는데, 겨우 문화공원만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필자라면 이 공원을 느티나무 같은 교목이 가득한 도심 숲으로 꾸며야 한다고 본다. 그리되면 공원은 숲이 돼서 계절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등 시민 정서에 도움이 되고, 잔디밭과 달리 공원 전체 면적을 이용할 수 있어 휴식 기능이 더 높아지고, 도심 공기정화와 오염물질 해소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문화공원이 1962년의 도시계획처럼 번영로에 붙여져서 조성됐다면 도심 녹지가 아주 풍성해 보였을 것이다. 또 최초의 도시계획에서는 지금처럼 한쪽만 공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번영로를 가운데에 두고 도로 좌우에 대칭으로 배치돼 있었다. 이것이 지금처럼 한쪽 공원이 사라져서 시각적인 균형이 깨지고 문화예술회관과 KBS방송국 등에 가로 막혀서 모습마저 숨기고 말았다.

최근에 조성된 50만㎡ 면적의 태화강대공원도 마찬가지다. 이 공원 가까이를 지나는 태화로나 남산로에서 공원조망이 잘 되거나 적어도 공원 입구라도 잘 인식되도록 도로와의 관계가 설정됐더라면 그것만으로도 울산을 녹지로 뒤덮인 공원도시라는 인상을 심어주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이다.

울산은 광역시 승격 이후 도시공원 조성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성과는 공원정비를 통해 도시디자인의 질을 높이고, 나아가서 도시의 품격을 끌어올릴 때 드러나게 되지 않을까.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울산 도심의 대규모 공원이 간선도로에 노출되도록 배치되고 디자인됐더라면 울산이라는 도시의 인상은 지금과 전혀 달라졌을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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