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의 ‘불편한 진실’
반구대 암각화의 ‘불편한 진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4.1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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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일, 처음 본 인물, 광경 등이 이전에 언젠가 경험하였거나 보았던 것처럼 여겨지는 느낌’이 있다. 기시감(旣視感) 또는 데자뷰(deja vu)라고 한다.

최근 불붙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 논쟁을 보면 꼭 그런 느낌이다. 뭔가 많이 본 듯하지 않은가? 무대의 주역은 여전히 울산시와 문화재청이다. 문화계와 학자들이 진영에 따라 지지하거나 과장된 표현을 내놓는 모양도 데자뷰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 논란과 관련한 불편한 진실을 정리해 보자. 일단 논쟁은 10년 넘게 되풀이 중이다. 숫자만 다르지 2002년 2006년 2007년 2008년 2010년 2011년의 논쟁이 재현되고 있다. ‘원형보존, 주변경관, 엄청난 훼손, 식수확보, 수위조절, 명승지정’ 등 단어, 내용, 형식도 다르지 않다. 울산시의 주장이 터널형 물길변경에서 생태제방안으로 바뀐 것만 그 때와 다를 뿐이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 논쟁에서 드러난 불편한 진실은 또 있다. “암각화의 암벽 표면이 호온펠스로 덮여있다”, “풍화가 잘되는 스멕타이트가 많다”, “불타는 숭례문을 보는 듯 하다”는 주장들이 마구 나왔다. 문화계는 물론 시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이런 주장은 검증도 없이 잊혀졌다.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주장이었다.

반구대를 200번 넘게 답사했다고 자처한 분은 최근 20년만에 엄청난 훼손이 이뤄져 곧 사라질 것이라 경고했는데 아차, 출처가 불분명한 사진을 제시해 진위공방에 시달리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전문가의 나라다. 대학교수 등 전문가 명함이면 통한다. 반구대 역시 그랬다. 이들은 연구라는 이름으로 마구잡이 탁본을 했고 해머로 암면을 두들겨 바위를 깨기도 했다. 일반인들은 접근도 못하고 멀리서 바라만 보는데 전문가들은 마구 손을 댈 수 있었다. 가히 전문가의 나라다운 행태다. 6~7천년 동안 눈비 맞으며 견뎌온 암각화가 불과 수십년 만에 전문가들의 손에 의해 더 훼손이 되었다고 해야 할 정도였다.

불편한 진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서울의 한 문화계 인사는 울산은 물부족 도시가 아니라면서 울산시를 고발하고 울산을 반문화적이고 토건족을 위한 도시인 것처럼 폄하하기도 했다.

과속에다 급하긴 문화재청도 마찬가지다. 과거는 묻지 않겠지만 지난 11일 현장 설명회에 제시한 자료집은 “문화재가 물속에 잡깁니다”란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물에 빠져 신음하는 암각화를 표지그림으로 담았다. “영원히 사라질지 모르니 관심을 가져 지켜달라”는 글도 밑에 실었다.

21일부터 시작되는 기획특별전 역시 “문화재가 물에 잡깁니다”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반구대 상류에 대곡댐이 만들어지고 나서 물에 잠기는 기간이 많이 줄었는데도 여전히 “국보인 반구대 암각화가 8개월 동안 물에 잠긴다”는 오래된 데이터를 내밀고 있다.

‘반구대 청장’이 있는 문화재청의 실수는 또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기획특별전이 졸속으로 준비돼 급조된 전시라고 한다. 초기탁본을 소장한 국립중앙박물관에 대여요청을 했다는데 박물관이 대여 공문을 받은 것이 10일이었다. 보통 1년 전에 전시 기획을 짜고 작품 대여는 3개월 전까지 요청하는 관행을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그 중요한 기획특별전을 2주만에 처리하는 문화재청의 효율적인 행정력이 놀랍다.

반구대 암각화 최초 발견자는 문명대 교수이다. 문화재청이 일반 전시장에선 처음 공개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최초 탁본은 관심있는 분들은 다 봤던 것이다. 여러 번 공개된 낯익은 탁본이다. 지난 2월 ‘울산 반구대 포럼’ 창립식에서 문 교수가 직접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면 최초 공개가 아니라고 지적했어야 한다. 또 최초 탁본과 발견 당시의 작업 모습 등 사진자료를 울산시에 기증하겠다고 스스로 밝혔다. 정리되는 대로 약속이 지켜지길 기대한다.

반구대 관련 용역에만 관심있는 학자는 이제 사라졌으면 한다. 중구난방 경쟁적으로 했던 주장이 보존에 무슨 보탬이었나. ‘반구대 청장’이 왔으니 반구대를 활용해 자신의 문화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욕심이라면 더더욱 버려야 한다. 불편한 진실은 계속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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