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존중에 앞장서자
생명존중에 앞장서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4.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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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한 땅을 밀어내고 얼굴을 내미는 새싹을 보며 새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는 봄이다. 하지만 연일 주변에서 들려오는 자살에 대한 비보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특히 청소년들이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이어져 더욱 가슴 아프다.

울산의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5.7명 꼴이다. 전국평균 21.3명보다 높으며, OECD 국가 평균 12.9명보다 2배 정도 높은 숫자다. 그런데 이런 자살사망자 수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라니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일이 더 악화되기 전에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자살에 대한 원인은 나름 다양하다. 청소년들에게는 집단따돌림이나 학업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질환자에게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직장인들에게는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승진탈락 등에서 오는 좌절감을 이기지 못해 이런 최악의 선택을 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배우자나 연인의 부재로부터 오는 상실감 등도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점점 다양해져 가는 자살의 이유들을 살펴보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런 극단적인 선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자살은 극단적인 이기주의적 행동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후의 파장이나 남은 사람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죽음으로 자신만 현실에서 벗어나려 하기 때문이다.

자살 시도자의 30%는 1년 이내에 또다시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 한 사람의 자살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6명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듯 자살은 어느 한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런 연쇄적인 비극의 도미노를 막으려면 자살 시도자와 자살 성공자의 주변인에 관한 관심이 필요하다. 자살이 해당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체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구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지난해 6월 개소한 이후 지역주민의 생명존중을 위해 자살예방센터를 열었다. 센터는 행정안전부 주관 2012년 지자체 합동평가에서 재정인센티브로 자살예방사업비 3천만원을 추가로 확보해 다양한 생명존중사업을 펼치기 위해 발판을 다지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아동과 청소년 조기검진을 통해 자살 고위험군을 관리하고, 생명사랑 시범학교를 운영하는 등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자살예방 게이트키퍼(생명사랑 지킴이)를 100명 양성할 예정이다. 케이트 키퍼는 자살위험자의 자살신호를 감지해(보기) 대화하고(듣기) 전문가에게 의뢰하는(말하기) 과정을 통해 전문가와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자살신호에는 “이젠 정말 끝내고 싶어”처럼 무심히 던진 말, 아끼던 반지를 주는 사소한 행동, 승진누락과 같은 스트레스 상황, 손목에 그은 상처가 있거나 자살도구를 준비하는 위험상황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러한 위험 신호를 주변에서 알아차려 위험으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해 게이트키퍼들이 활동한다.

센터는 또 자살을 고민하는 상담자들이 좀 더 편하고 쉽게 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상시 상담실응 운영하고 있다. 또 위급 시 24시간 상담전화를 통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상담시스템체계도 마련해 뒀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8일 자살예방 홈페이지를 열어 자살문제와 생명존중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자살예방센터의 다양한 활동과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등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말 못할 고민을 온라인상에서 상담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다. 이를 통해 주민의 생명존중 문화조성에 힘쓰고자 한다.

하지만 이런 생명존중 문화는 어느 개인이나 단체의 힘만으론 일궈 내기 어렵다. 개인이나 단체가 북구주민 전체를 들여다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북구 주민 전체가 게이트 키퍼가 돼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주민들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가 필요한 것도 그래서다. 물론 북구 자살예방센터도 사회안전망으로서 이 봄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정근화 북구자살예방센터장·마더스병원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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