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탄 김유신
백마 탄 김유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3.31 2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끔 시간이 나면 울산에서 두동과 봉계 불고기단지를 지나 경주 황남동 쪽으로 해서 천년고도 경주 시내를 드라이브한다. 울산에 사는 필자로서는 여유 있는 삶의 한 방법이 된 것 같다.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산다. 기쁜 일 화나는 일 슬프고 즐거운 일이 매일 반복된다. 그 중 본인은 화를 낸 후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아 적지 않게 괴로워한다. 정말이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를 때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다.

정신의학에서 스트레스 종류에는, 자생력을 증가시키는 좋은 스트레스(Eu -stress)와, 건강의 적이 될 수 있는 나쁜 스트레스(Di-stress)가 있다고 한다. 또한 나쁜 스트레스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손실’에 따르는 스트레스. 예를 들면, 좋아하는 사람이 죽었거나 직업을 잃었을 때, 또한 자기의 바램이 너무 커서 실패하거나 자존심이 꺾였을 때 일어난다고 한다. 또 하나는 ‘두려움’에서다. 개인의 지위, 목표, 건강, 안전 등에 대한 걱정에서 생긴다. 그 증상은, 우울한 상태나 불안 또는 그 양자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옛날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김유신은, 젊었을 때 자기의 애마 백설총(白雪瘻)을 타고 자주 기생 천관녀(天官女) 집에 가서 술을 마셨다한다. 미실이와 정략 결혼한 김유신은 가뜩이나 출신을 따지는 그 당시, 가야출신인 그의 핏줄이 좋은 이미지가 아니어서 어머니는 늘 걱정이었다. 혹시나 아들에게 흠집이 갈까 노심초사하던 중, 어느 날 아들에게 통곡을 하면서 꾸중을 한다. 다시는 주막에 가서는 안 된다고. 애마를 타고 전장으로 가는 도중 말이 천관녀의 집으로 고개를 돌리는 습관적인 말의 행동에 화가 난 그는, 마중 나온 그녀 앞에서 애마를 단칼에 목을 쳤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 후 그는 만년에 경주 오릉 동쪽 들판에 천관사(天官寺)라는 절을 지어 미안한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고 김유신의 집터 재매정(財買井)에서 남쪽으로 500m정도 떨어져 있다.

보태어 유럽의 지도를 새롭게 그렸던 영웅 나폴레옹이 전쟁광이 되는데 일조한 사람은 다름 아닌 여인 조세핀이다. 그는 신기하게도 그녀와 함께 있을 때만 전쟁에서 승리를 거둬 프랑스 국민들로부터 승리의 여신으로 불리기도 했다. 19세기 초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대관식을 치룬 그는 전쟁막사에서 면도하던 중 갑자기 거울이 깨져버렸다. 혹시 사랑하는 애인 조세핀의 신변에 뭔가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하고, 142㎝의 작은 애마 마렝고(Marengo)를 잡아타고 그녀의 곳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녀의 신변은 전혀 이상이 없는 평상시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이와 같이 똑같은 동서양 위인이지만, 여성에 대한 자세를 역력히 구분할 수 있다. 화(火)나 스트레스의 대처방식이 확연히 다르다는 말이다. 김유신은 급한 성격이지만 남자의 기개를 잘 보여준다. 반면 나폴레옹은 낭만적이고 배려심이 있으며 여성에게 멋진 사나이로 보인다. 어느 쪽이 바르고 포용력이 있는지 우리 스스로 판단해 보자.

이러한 경우 외에도, 우리는 수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라는 마을에는 조그마한 호수가 있다. 이름하여 ‘월든 호수(Walden Pond)’라 한다. 이 호수를 떠올리며 나름대로 화난 마음이나 스트레스를 잠시 풀면 어떨까?

150여년전 ‘소로’(Henry Thoreau, 1817~1862)라는 미국의 대단한 문학가가 있다. 호숫가에서 넉 달 동안 통나무 오두막집을 손수 짓고 밭을 일구면서 살았던 환경생태 문학가이다. 불후의 명작 ‘월든(Walden)’을 통해 자연 속 인생살이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호수는, 하나의 경관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표정이 풍부한 지형이다. 그것은 대지의 눈이다. 그 눈을 들여다보면서 사람은 자기 본성의 깊이를 잰다. 호숫가를 따라 자라는 나무들은, 눈 가장자리에 난 가냘픈 속눈썹이며 그 주위에 있는 우거진 숲과 낭떠러지들은 굵직한 눈썹이라 할 수 있으리라.<월든에서>’라고.

에세이 작가 ‘화이트’(E. White)는, 미국 대학들이 현명하게 생각한다면 대학을 졸업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졸업장을 주는 대신, 이 책을 한권씩 주면 어떻겠냐고 할 정도로 강력히 추천하는 책이다.

작지만 강력한 ‘월든 호수’의 아름답고 감미로운 모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잿빛 콘크리트숲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을 스트레스에서 해방시켜주고 있다. 그리고 두 위인의 처신을 음미하면서 하루하루 희망차게 살아가면 어떨까?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교수>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