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존심
진정한 자존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6.0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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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에 출판된 책을 펼쳐 들었다. ‘현대인의 정신건강(이동식, 불광출판부)’이다. 이 책을 대학에서 정신위생 강의를 위해 18년 전에 읽었는데, 지금도 기억되는 부분이 ‘진정한 자존심’이다. ‘진정한 자존심은 자기 자신이 자기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이다. 자기가 자기를 존중하기 때문에 남이 나를 칭찬하거나 없이 여기거나 멸시하거나 욕을 하거나 홀대(忽待)를 해도 동요를 느끼지 않는다. 정신건강이란 바로 진정한 의미의 자존심이고, 석가모니 부처님이 외치신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의 경지가 최고의 정신건강이다. 이러한 경지는 자기가 다른 사람보다 잘났다는 뜻이 아니라 나 자신에 있어서는 내가 가장 존귀하다는 자각이다(p.113)’

모 대학의 교수에게 들려주고 싶은 구절이다. 얼굴을 묘사하고 싶어도 인격모독이 되기 때문에 삼간다. 그의 표정은 항상 화난 얼굴이며, 대한민국 걱정 혼자 다 한다는 주위의 평이 있을 정도로 수심에 저려 있으며, 어쩌다 웃기라도 하면 그 모습은 정말 우는 모습 그대로다. 그는 마음이 꼬여있다. 남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지 못 한다. 동료가 열성으로 학생들을 지도해도 비웃음으로 넘긴다. 동료가 연구를 많이 해도, 발표한 논문 한 편도 읽어주지 않는다. 동료들이 그 논문의 주제를 화제로 삼아도 말을 잘라버리고 다른 고속버스 시간표이야기를 꺼낸다.

그는 모순 덩어리이다. 그는 평소에 패거리 짓기를 좋아하여 동문 모임에 가서, ‘뭉쳐! 이 XX들아!’하는 사람이다. 그러고서 자기 비위에 맞지 않으면 자기가 졸업한 대학의 선배를 멸시한다.

반면에 후배가 캠퍼스 내에서 인사를 먼저 하지 않는다고 호통을 친다. 후배한테 라면을 끓여주는데 그 태도가 어른스러움의 배려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자기한테 복종을 강요하는 강아지 밥 먹이기 식이다. 하긴 강아지가 된 이 후배 교수도 자격미달을 채우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20년 동안 선배의 그늘 속에 숨어서 약점을 감추고 지금까지 안주하고 있다. 한마디로 진정한 자존심이 없는 교수이다.

국내의 대기업 S는 사원들 역량을 최대로 이용하기로, 때로는 착취한다고까지 할 정도로 철저한 회사이다. 노력하여 능력 발휘를 하지 않으면, 영업실적이 없으면 상여금 지급에서 입사 동기들 간에도 차등을 주어 퇴출될 가능성이 있음을 예고하는, 스트레스 제공 최대의 기업이다. 자본주의 상징으로까지 불린다. 이런 기업에 그 교수가 입사하여 그 버릇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면 3개월을 못 버티고 쫓겨나갔을 것이다.

필자의 인척(姻戚) 중에 약간 게으른 이 사람은 그래도 명문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3년은 버티었다. 자본주의 체제가 경쟁체제임을 온 세계에 확인시켜주는 회사이다.

진정한 자존심이 있는 사람은 경쟁체제에 초연(超然)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최대의 노력으로 정당한 경쟁에 임하고, 그 경쟁의 승자를 진심으로 인정하고, 패자가 된 자기 자신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동식의 ‘진정한 자존심’ 정의(定意)에 첨가하고 싶은 내용이다. 공적인 일에서 실력으로 경쟁하여 패배하는 것과 사사로운 연애에서 인연이 없어 실연(失戀) 당하는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 / 박문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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