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이락(烏飛梨落)
오비이락(烏飛梨落)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6.0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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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쓰촨성 일대를 강타한 강진으로, 미얀마(버마)는 사이클론(태풍)으로 대재앙의 충격에 휩싸여 있다. 유엔과 국제사회에선 발 빠르게 구조대가 파견하여 복구를 돕고 있다. 이에 한국정부는 물론 종교단체들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불가항력의 자연 재해 앞에선 인종과 국적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인도주의 차원으로 우리 절에서도 법당에 모금함을 마련하고 있다. 재난 앞에서 군사 정부의 실정이나 주변의 여타 논란의 문제를 떠나 이러한 노력과 동참은 인지상정이다. 중국이 국가적 재난을 어서 빨리 극복해서 올림픽을 차질 없이 치러내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북경 올림픽을 앞두고 최근 중국에 의해 무력으로 강점당한 티베트가 분리 독립을 외치며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주적이고도 평화적인 시위를 벌인 라사의 승려 한 두 명이 중국 공안으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사태가 커지면서 국제적 이슈가 되어 버렸다. 중국 정부의 무력 진압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티베트인들의 분노와 반중 시위는 더욱 격해져만 갔다.

특히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라마는 국제 사회를 향하여 라사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 행위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절규 하다시피 외치고 있다. 그러나 소수 민족의 비극에는 자국의 손익 계산을 앞세워 어느 국가도 공식 개입을 하지 않을뿐더러 강한 메시지 한 장 날리지 않고 있다. 또한 티베트는 히말라야 산맥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중국 정부가 인민 전쟁이나 생사를 건 투쟁이라는 극한 표현으로 티베트를 탄압하는 것은 엄청난 자원 때문이라 보겠지만 무엇보다 뿌리 깊은 중화사상에서 유발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이들이 많다.

이보다 먼저 일어난 미얀마 민주화 사태에서 보듯이 불교 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닌 나라에서 정권 유지를 위해 스님을 감금 내지 폭행하는 행위나 이번 티베트 시위는 우리가 겪은 5·18 광주항쟁과 거리가 멀다고 보고 싶지 않음이다. 무력이나 권력으로 일삼는 폭력행위에 대해서 우리는 물론, 전 세계는 관심과 참여의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총칼로 생명을 위협하거나 학살하는 행위는 당연히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지금이라도 당장 멈춰야 된다.

이후 중국에 찾아온 지진과 미얀마의 태풍을 보면서 그들의 처사에 대의적으로 격분했던 문명인들의 목소리가 잦아드는 것은 이 또한 인지상정일까, 한편에서는 신의 저주니 약자에게 가한 벌의 인과응보라고들 하지만 사실 이번 재해의 인과응보를 굳이 따지다면 환경문제에서 언급해 볼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바다가 더워지고 이로 인하여 자연은 인류에게 씻을 수 있는 재앙을 불러왔다는 결론이다. 신은 죄를 벌하기 전에 다만 죄에 대해서 알고 뉘우치고 참회하면 좀 더 나은 이상을 실현토록 삶을 마련해 준다고 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란 말이 있다. 까마귀는 배나무에 앉아 있다가 날아갔을 뿐, 그때 우연히 배가 떨어져서 마치 까마귀가 떨어뜨린 것으로 이처럼 오해를 받고 있는 중국과 미얀마 정부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의 상황을 가지고 종교적 합리화를 내세우길 잘한다. 천벌이라느니 죄값이니 하는 것은 우연 심리에 해당할 뿐이지, 과학적 근거에선 이를 철저히 배격하기도 한다.

종교란 진실된 마음의 그릇이다. 인과응보의 연계성을 떠나 진심으로 그들의 처지를 헤아리고 위로하며 마음을 보탠다면 인간과 인간의 평화는 두루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신의 영역은 거기까지다. 이번 중국과 미얀마의 유혈사태와 더불어 재앙은 단지 오비이락일 뿐이다.

/ 남천 매물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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