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는 TV에서도 ‘옥의 티’가 없어야
지도자는 TV에서도 ‘옥의 티’가 없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7.12.25 2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 문 태

논설실장

약 5년 전 청와대 홍보실에서 제작했음직한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뒷면의 그림은 잘 떠오르지 않지만 책상에 앉아 마우스를 잡고 컴퓨터 화면을 드려다 보는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카메라를 의식하는 아주 어색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방송을 많이 보아온 TV 시청자들이 금방 알아볼 수 있는 얼굴 표정이다. 필자의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우선 컴퓨터 화면에서 대통령 얼굴에 반사되는 빛이 전혀 없는 점이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목적으로 했으면 반사되는 빛의 양이 적었다 많았다 하여, ‘지금 컴퓨터를 보고 계시고나’라는 반응이 나오도록 했어야 했다. 컴퓨터가 켜있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장면이다. 다음이 책상 위의 무슨 서류에 만년필로 글을 쓰는, 사인하는 장면이다. 다시 필자의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대통령의 만년필이 저 유명한 MONT BLANC(몽블랑)의 흰 눈꽃 무늬가 새겨진 뚜껑이다. ‘어? 저것 몽블랑 만년필이잖아?’ ‘그래, 대한민국 만년필도 많은데…’ ‘민족 민족, 자주 자주’하는 정권의 대통령인데 외국 유명 브랜드의 만년필을 선전하고 있는 모습이 되어버린 화면이다. 아마 그 만년필 회사에서 광고료를 지불하고 광고하고 싶었을 것 같다.

끝으로 약간은 TV방송, 특히 드라마를 연출해본 경험자의 눈으로 보는 장면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며 정국(政局)을 구상하는 옆모습에서도 관찰되는, ‘카메라를 의식하는 얼굴 표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보고 있거나, 어떤 서류에 사인을 하거나 옆얼굴인데도 계속 카메라를 의식하여 자신의 표정을 관리하려는 모습이 역력히 나타난다. TV드라마 연출자, 당연히 영화 연출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연기자의 카메라 의식하기’가 과거 지도자의 이미지 부각에 나왔고, 지금도 새 지도자의 이미지 부각에 나오려고 한다. 조심할 일이다. 이런 옥에 티가 TV 드라마에 가끔 등장하여 시청자의 ‘발견하는, 수수께끼를 푸는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나라 살림에는 없어도 되는 옥에 티이다.

미국 대통령 중에서 옥에 티를 만들어 스스로 인기를 떨어트린 대표가 지미 카터이다. 기독교의 계율에 가장 충실하여 정직했던, 그러다 보니까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옥에 티가 PLAYBOY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나왔었다. 도색잡지(桃色雜誌)인 ‘PLAYBOY를 보신 일이 있으십니까?’에서 대답과 함께 ‘네 글자 낱말(four letter word)’이라고 해야 할 ‘F K’ 을 정직하게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정치라는 것이 도덕성을 충분조건으로 하지 않음을 카터는 직접 경험했다.

지금도 미국에서 부시의 걸음걸이를 두고 비웃는다. 꼭 뒷골목의 건달들이 양팔 벌리고 걸어 다니는 모습이라고 놀린다. 정치를 잘 못하면 이것도 옥에 티가 된다. 이명박 당선자의 걸음걸이에서는 건달들의 건들거리는, 양 어깨를 위·아래로 건들거리는 모습이 없어서 다행이다. 아직은 옥에 티가 안 보인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