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에 인색한 자원봉사 1위 도시
기부에 인색한 자원봉사 1위 도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2.20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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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민들이 자원봉사에는 적극적이지만 기부는 경제적 이유 때문에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발전 연구원 여성가족정책센터가 19일 밝힌 자료 내용이다. 기부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대상자의 63%가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전국 최고의 자원봉사 도시에서 나온 반응치고는 의외다. 이번 통계는 통상 자원봉사=기부라는 도식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현재 울산시에 등록돼 있는 자원봉사자 숫자는 약 18만 명이다. 시민 6명 중 1명인 셈이다. 인구대비 전국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기부를 하지 않고 있다는 시민이 전체의 절반(남성 약58%, 여성 약67%)을 넘는다. 그리고 그 중에서 63%가 경제적 이유로 기부를 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자원봉사와 기부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때문에 기부를 경제적 도움이나 금전적 지원에 한정시켜 생각해선 안 된다. 자원봉사도 일종의 기부행위다. 저소득층, 소외계층 그리고 독거노인이나 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도 사회적 기부행위 가운데 하나다. 또 은퇴자들이 젊은 층에 기술을 전수한다든지 취업에 필요한 지식을 교육하는 것도 기부다. 어떤 면에선 이런 생활형 봉사와 나뭄 문화가 물질적 기부보다 효용가치가 훨씬 높은 경우도 있다. 돈을 내는 금전기부가 1회성이 대부분인데 반해 재능·지식기부는 지속적인 기부형태란 점에서 한 단계 진화된 기부 모델로 평가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이런 기부형태가 이미 일반화 돼 있다. 의료, 보건, 건강과 관련된 슈바이처 프로젝트, 문화, 예술부문을 지원하는 오드리 헵븐 프로젝트, 저소득층과 사회복지 쪽을 돕는 마더 테레샤 프로젝트 등이 그 예다.

공동체 규모가 크면 클수록 자원봉사활동과 기부행위가 크게 일어난다. 공공기관이 일일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고 그에 필요한 소비재를 모두 충당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업과 인종문제, 국내경기 침체 등으로 허덕이고 있는 미국 사회가 거뜬히 유지될 수 있는 것도 이런 기부문화에 힘입은 바 크다. 그리고 그런 기부와 봉사활동이 활성화 돼 있다는 것은 그 집단이 민주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점에서 보면 울발연이 이번에 내 놓은 브리프 내용은 자못 실망스럽다. 전국 최고 소득도시 주민의 절반 이상이 경제적 이유로 기부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기부의 개념을 아직도 물질적·금전적 표준에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재능·지식기부도 기부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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