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업인의 ‘기업정신’
어느 기업인의 ‘기업정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2.18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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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사회기여를 두고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같다’고들 한다. 혹자는 심하게 ‘천지개벽할 일’이라고까지 말한다. 가진 자가 자기 것을 내놓기가 결코 쉽지 않음을 빗대는 말들이다. 그러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믿는 사람이 드물고 기업인의 재산 사회 환원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특히 맨주먹으로 일어선 자수성가형 일수록 재산집착이 강하다. 어렵사리 일궈 낸 것을 선뜻 내 놓으려면 그 만한 인격이 동반돼야 한다. 그런것을 두고 우리는 기업인 정신이라고 한다.

매출액 3천200억원대 회사의 대표이사직을 동업자에게 물려주고 자신소유 주식 50만주를 회사직원들에게 넘겼다면 기업인 정신이라 일컬을 만하다. 지역 중견기업 티에스엠텍은 최첨단 신소재 금속인 티타늄을 가공해 부품소재로 만드는 회사다. 이전에는 티타늄부품을 해외에서 주문·제작해 들여왔었다. 특히 티에스엠텍은 다른 경쟁업체들이 단순 가공제품에 주력한 것에 반해 고부가가치 제품생산에 주력해 세계1위 티타늄 장비제조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1998년 직원 10명으로 이 회사를 시작한 마대열 회장과 박대주 사장은 ‘15년 후의 약속’을 했다고 한다. 2013년이 되면 마 회장이 박 사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것이다. 첫해 매출 20억 원이었던 회사가 지난해 매출 3천200억원을 기록했으며 마 회장은 약속대로 다음 달 박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긴다. 평소 “이 회사는 내 것이 아니다. 난 지분이 좀 많은 관리직원 일 뿐‘라고 말했던 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건실한 지역 중견기업들이 최근 대기업에 합병·인수됐다. 성진지오텍과 심창이 포스코로 넘어갔다. 한텍은 후성그룹에, DKT는 GS 글로벌 계열사에 편입됐다. 국내 반도체 가격이 국제시장에서 하락하면서 디스플레이,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던 티에스엠텍의 주가도 최근 소폭 하락했다. 이럴 때 다수 기업인이 보이는 행태는 일률적이다. 주가가 더 이상 하락하기 전에 팔아 치우는 게 대개의 경우다.

하지만 마 회장은 하락한 주식을 장외에 처분하는 대신 5% 싸게 전 직원들에게 내놨다. 직원들로 하여금 주인의식을 갖고 현 불황국면을 타개해 나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한 기업인이 보인 모범 사례는 많은 기업과 기업인들이 해야할 바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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