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금야금’ 세 번째 매립, 거덜난 어촌
‘야금야금’ 세 번째 매립, 거덜난 어촌
  • 정인준 기자
  • 승인 2013.02.11 22: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양해안, 경관매몰·환경호르몬·백화현상 등 문제 많아
설맞아 방문한 우봉리주민 “신한기계, 일부라도 남겨야”
▲ 설연휴를 맞아 고향 우봉마을 앞바다를 찾은 김상근(54)씨가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낚시를 즐기고 있다. 김씨는 신한기계의 해안매립으로 아름다운 고향 앞바다가 사라진다는 사실에 대해 가슴 아파했다. 정동석 기자

“한번도 아니고 세 번째 야금야금 매립하면서 경관 요지 가운데 한 뼘도 양보 못한다 해서야…”

설을 맞아 고향을 잃은 우봉리 주민들이 하나 둘씩 매립된다는 해안을 찾았다. 자신들의 삶에 깊은 영향을 준 바다를 못잊어서다.

11일 오후 2시 큰 썰물로 물이 빠진 강양-우봉 해안을 거닐던 임성춘(54)씨는 “신한기계가 33만여㎡(10만여평)을 매립한다던데 이 좋은 해안 중 일부만이라도 남겨준다면 두고두고 고향의 바다를 찾아 망향의 정을 달랠 수 있을텐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임씨는 “우봉 마을이 처음 이주할 때는 동해펄프 굴뚝에서 나오는 메르캅탄이란 메운 연기 때문에 동의했지만, 떠날 때쯤에는 환경이 개선돼 냄새가 덜 났다”며 “그래서 고향사람들은 이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정책상 불가피하다며 내쫓기듯 내 보냈고 그런 뒤 바로 신한기계가 매립하고 공장터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박경환(51)씨는 신한기계가 두 차례 우봉항을 매립한 것도 지나치지만 세 차례 매립면적을 늘리고 천혜의 경관마저 묻어버리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 못마땅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우봉과 강양의 해안은 어린 시절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데 산업단지 조성으로 고스란히 내줬다”며 “그나마 남아있던 경관을 모두 묻어버린다면 고향 잃은 사람들의 아쉬움도 크겠지만 울산의 중요한 해안자원 하나도 사라지는 셈”이라고 밝혔다.

아직 어업을 영위하는 강양어민들은 신한기계가 새로운 공장용지를 개발하고 난 뒤 생겨날 일을 걱정했다.

강양 어촌계 박종주(60)씨는 “선박의 녹을 방지하려고 바르는 방청제인 주석화합물이 흘러나오면 해양생물의 암컷과 수컷이 바뀌어 생태교란이 생긴다고 하는데 강양 어민으로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TBT라는 주석화합물은 각국의 조선업체 주변에서 보고된 환경호르몬 물질이다. 방청제 가운데 미량의 주석화합물이 퍼져나와 담치와 같은 부착생물의 성(性)교란이 일어나 종의 번식에 악영향을 주는 현상이다.

강양주민들은 얕은 바다가 매립되면 수산기초생물이 산란하고 성장하는 터전이 없어질 것을 걱정한다.

가뜩이나 강양항에는 당월, 이진, 목도에서 이주한 어민들이 옮겨와 어업활동을 하고 있다. 서생면 진하리 어촌주민들도 우봉항 매립으로 해양환경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다.

스쿠버 자격증을 갖고 강양·서생 해저환경을 두루 살피고 있다는 서생면 진하어촌계원 허해웅(47)씨는 “지금도 이 일대는 해저암반이 허옇게 변색하는 백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인근 해역에 대규모 매립을 하게되면 해저사막화가 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강양·서생은 해안경관을 통해 아름다운 어촌관광마을로 탈바꿈하려는데 산을 벗기고, 바다를 메워 거대한 철구조물이 즐비하면 영원한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인준 기자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