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轍之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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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2.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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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철지부: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의 물고기>

중국의 도가 사상을 대표하는 장자(莊子)는 전국시대 송나라 사람으로 집이 너무 가난해 당장 먹을 양식이 없었다. 친구 중에 하천을 관리하는 하급직에 있는 친구에게 가서 양식을 꾸어 달라고 부탁했다. 물론 장자는 이 친구 같으면 그 정도 부탁은 들어줄 것이라 믿고 부탁을 했다. 그 친구가 하는 말이 “그렇게 하지. 이제 곧 세금을 거둬 드리게 되면 삼백 금을 꾸어 주지”라고 말했다. 장자는 즉시 이 친구가 빌려줄 의향이 없다는 눈치를 알아차리고 내심 그 친구가 원망스럽기도 해 그 친구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이곳을 오고 있을 때 길가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기에 이상해서 잠시 주위를 살펴봤는데 바퀴자국에 고인 물에 붕어 한 마리가 당장 물이 말라 죽을 지경에 있어 날더러 물 한 되만 퍼 주어달라고 애걸복걸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붕어에게 지금 나는 남쪽 월나라 임금을 만나러 가는 중인데, 그곳에 있는 양자강에 도착하면 거기의 물을 이쪽으로 끌어다 주지라고 했다. 붕어가 하는 말이 ‘나는 지금 한 되의 물이라도 구걸해 목숨을 부지하려는 것인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차라리 나를 고기를 삼는 솥에다 넣는 것이 좋지 않겠소’라고 이야기하더라”고 말했다.

‘학철지부’란 말은 이 이야기에서 유래된 말로 이는 일반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으면서도 당장 눈앞에 있는 이익에만 눈이 멀어 있음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을 오히려 궁지로 몰아넣는 경우’ 즉 ‘속담에 동냥을 주지 못하면서 쪽박만 깨고 만다’는 말과 같은 의미다.

지금 북한의 속박으로부터 이탈해 우리 사회에 정착하려다 적응치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살기 위해서 죽음의 사선을 넘어온 이들에게 일률적으로 돈 얼마 주어 세파에 던져 놓고 스스로 자립하고 적응하기를 바라다 오히려 우리사회를 불신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그들로 하여금 각자의 능력에 맞춰 우리사회에 완전히 적응 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만들어 하루속히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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