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쉬나메 역사적 사실 가능성 높다”
“쿠쉬나메 역사적 사실 가능성 높다”
  • 양희은 기자
  • 승인 2013.01.3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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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교수, 학술대회서 주장
아랍왕자와 신라공주가 결혼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고대 아랍의 서사시 ‘쿠쉬나메’의 배경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31일 서울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쿠쉬나메 연구 국제학술대회 ‘페르시아 서사시 전통에서 본 역사와 신화의 경계’에서 한양대 이희수 교수는 “사산조 페르시아 이후 편찬되는 서사작품에는 신화와 역사가 혼재하는 경우가 다수”라며 “페르시아 서사시는 정교한 분석을 통해 신화를 넘어 실제 있었던 역사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쿠쉬나메는 처용설화 주인공의 정체를 밝히는데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간주된 페르시아 서사시다. 이 시 40% 이상이 고대 한반도 내용을 담고 있고, 신라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 처용의 아랍인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로 관심 받고 있다.

이날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고운기 교수는 ‘삼국유사에 나타난 국제결혼의 양상’이란 발표에서 “삼국유사에는 김수로와 허황옥, 탈해와 남해왕의 딸 등 국제결혼담이 다수 있다”며 “경문왕의 결혼 과정에서 나타난 풍속이 쿠쉬나메에 그려진 것과 유사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경문왕이 등극하기 전 응렴이라는 이름으로 관직에 있을 때 왕이 두 딸을 두고 그에게 선택하도록 한 것은 쿠쉬나메에서 신라왕이 아비틴에게 자신의 딸 프라랑을 내어주고 결혼하도록 한 것과 비슷하다고 풀이했다.

고 교수는 “삼국유사를 쓴 일연이 활동한 당대 고려에도 국제결혼의 예는 있었다”며 “삼국유사를 기술하는 일연에게 국제결혼은 낯설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양대 박물관장인 이희수 교수는 ‘페르시아 문학에서 역사와 신화의 경계, 쿠쉬나메를 중심으로’ 발표에서 “사산조 페르시아를 멸망시킨 우마이야 왕조의 박해를 피해 신라까지 피신처를 마련했다는 기록은 아비틴 일행의 신라등장과 무관치 않다”며 “이란인들의 신라거주는 경주에서 페르시아풍 유물이 대거 출토되는 것으로 구체화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페르시아 문학이나 서사시에 등장하지 않은 ‘신라(바실라)’라는 나라의 설정이 독창적이므로 단순히 신화로만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제학술대회에는 이희수 교수팀과 함께 쿠쉬나메를 연구중인 이란의 다르유시 아크바르자데 전 이란 국립박물관장이 ‘언어학, 신화학, 역사학 관점에 본 쿠쉬나메 연구의 새로운 방향’이란 기조연설에서 언어학 관점으로 쿠쉬나메에 등장한 ‘바실라’의 ‘바’는 아랍어에서 ‘좋다’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랍권 학자들이 펴낸 각종 역사서는 신라를 좋은 날씨와 마실 물, 그리고 비옥한 토양을 가진 천국으로 표현하고 있고, 이것이 쿠쉬나메에서 표현한 ‘바실라’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아흐마드 마수미파르 주한이란대사도 참석해 ‘한국과 이란의 역사-문화적 교류와 미래’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현재 쿠쉬나메 연구는 이란의 다르유시 교수팀과 한양대 이희수 교수팀이 중심이 돼 4년째 번역과 해설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국제학술대회에는 이희수, 고운기 교수를 비롯해 한국외대 이란어과 곽새라·신규섭 외래교수, 세계지역문화연구소 장준희 책임연구원이 발제자로 참여해 페르시아어와 문학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했다. 양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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