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기스칸의 매(鷹)
징기스칸의 매(鷹)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1.2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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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평상시 독서를 많이 하지 않지만 관심 있는 강연이라면 어디든 쫓아가서 듣는 버릇이 있다. 그 옛날 중학교 담임선생님의 통 큰 생각이 나를 잘 인도해 주신 것 같아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몇 년 전의 일이다. 울산대학교 내 평생교육원에서 주최한 초청강연회다. 다름 아닌 신바람 웃음 전도사로 유명한 황수관 박사의 강연이다. 그는 강연에서 자주 웃으면 누구든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의 얼굴 모습은 좀 무서워 보이지만 늘 억지로 웃으려하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다. 이 각박한 세상에 웃어야할 일은 별로 없지만 그럴 때 그냥 웃기만 하면, 웃는 그 모습이 우스워서 또 웃게 된다는 원리이다. 매일 매일 화내지 말고 웃으면서 산다면 아픈 병도 낫고 건강히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동물에게 없는 것이 딱 하나 있는데 그것이 웃음보이지요. 여러분들 집에서 키우는 개를 한번 웃겨 보세요! 그 놈이 웃는지. 웃지 않으면 간지럼을 한번 태워보세요! 깨갱깨갱 … 소리만 내지 웃지는 않아요” 그 웃음박사가 구랍 30일 타계하셨다. 아직도 필자의 눈에는 그 분의 인상적인 모습이 생생히 남아 있다. 웃고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항상 재미있고 정열적으로 설명하던 그 분인데, 지면을 빌어 삼가 조의를 표한다.

우리나라는 월남전쟁 때 우방국으로 맹호부대 군인을 파견하여 도왔지만, 중국 북쪽에 위치한 몽골국은 말(馬)을 지원해 줄 만큼 말이 많은 나라다. 한때 세상에서 가장 넓은 땅을 정복한 몽골의 징기스칸이, 전쟁터에서 돌아와 잠시 막사에서 쉬면서 잘 조련된 매(鷹)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리고 사냥을 하려고 활을 겨누고 있을 때, 매가 갑자기 주인의 팔을 탁 쳐버렸다. “아니 이놈이 …” 감히 어처구니없는 짓을 한 것이었다. 다시 쏘려고 하니 또 쳐버렸다. 너무 화가 난 징기스칸은 순간적으로 그의 애매를 그 자리에서 죽여 버렸다. 바로 그 순간 징기스칸의 발 아래쪽에는 독사가 그를 덮칠 기세였다. 이런 연유도 모른 채 홧김에 죽였으니 …. 후일 그는 애지중지 키운 애매를 기리기 위해 순금으로 된 조형물을 만들어 미안한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그 다음부터는 어느 누구가 잘못하더라도 매사 신중하게 판단하기로 결심했다. 오랜 옛날 로마의 초대 황제 옥타비아누스가 말한 좌우명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가 생각난다.

1995년 미국 정신의학회는 울화병이라고도 하는 ‘화병(火病)’을, 한국어 발음그대로 ‘Hwa-byung’으로 표기했다. 그 병은 화를 참는 일이 반복되어 스트레스성 장애를 일으키는 신경질환으로 한국인에게서 가장 많이 보이는 특이현상의 병이라고 했다. 이유인 즉, 한국민족은 문화 특성상 자신의 감정을 분출해내기보다 잘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성품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연구할 만하기도 하다.

정신의학적으로 화의 증상에 대하여 그 진행과정을 보면, 먼저 화가 나서 자극을 받는 충격기를 거쳐 그 다음 갈등기로 이어 간다. 이 갈등기의 환자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 차츰 자신의 불행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즉, 운명으로 생각한다. 다음에는 신체에 증후가 나타나는 증상기의 단계로 이행한다고 한다.

태국의 유명한 틱낫한 스님은 ‘화를 다스리는 법’을 몸소 깨달았던 것 같다. 그의 저서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화가 났을 때는, 일단 동작을 멈추고 호흡에 집중하여 화를 자각한다. 그리고 내 안에서 화의 원인을 찾은 후, 부정적인 에너지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변화시키면 화가 풀린다는 것이다. 또한 화는 마치 갓난아기와 같아 세밀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 되며 아기를 보듬어 주듯 화를 자각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화와 소통할 수 있고 화를 곱게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화는 그 자체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 기쁨 등 좋은 감정과 같이 살고 있다. 잠시 화를 인지하고 보듬은 후에야 비로소 가슴에 아름다운 꽃이 핀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일주일에 적어도 서너 번 화를 낸다고 한다. 징기스칸의 매에 대한 순간 화풀이는 오늘날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시사하는 바 크다. 화를 다스리는 방법은 이같이 선각자들의 경험도 중요하다. 그러나 필자의 경우는 평상시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 잠을 푹 자는 것, 땀이 흐를 정도로 걸어보는 것, 그리고 힐링(healing) 음악을 듣는 등으로 무서운 화의 소굴에서 벗어나고 있다.<김원호울산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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