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어렵다가 지혜로워 진다
힘들고 어렵다가 지혜로워 진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5.29 2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살아가면서 육체적으로 근육의 힘이 부족하여 힘이 들 때는 어렸을 때와 늙었을 때이다. 요즈음 모내기철에 야외에 나가, 기계로 모내기 하는 모습을 보면 허리가 저절로 아파오는 느낌이 든다. 육체적으로 살아가기가 힘들었던 때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금은 최소한 육체적으로는 덜 피곤한, 힘이 덜 드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도로건설 공사장을 한 번만 보아도 얼마나 기계가 우리의 힘을 덜어주고 있나 알 수 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무엇이 어렵다’는 것은 ‘그것이 복잡하다’는 말과 같다. 다시 복잡한 것은 예외가 많다는 것을 말한다. 자동차 운전을 처음 배울 때는 무척 어렵다. 그 이유는 운전석 앞에 있는 것들이 여러 가지이어서 복잡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할 일도 여러 가지이다. 한 가지로만 되어있으면 ‘단순’하여 어렵지 않다. 자동변속이 쉬운 것은 단순하기 때문이다. 기어 넣기는 복잡하다. 예외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냥 가는 것이 아니라 속도에 따라 기어를 바꾸어 주어야 하는 예외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학교공부에서 내용이 어렵다는 것은 복잡하다는 것이고, 복잡하다는 것은 예외가 많다는 것을 말한다. 영어공부가 어렵다는 것은 문법이 복잡하기 때문이고, 문법이 복잡하게 되는 이유는 한 가지 법칙이, 예로서 명사의 복수에 s를 붙이는 것에 자꾸 예외가 생겨서 그때그때를 각각으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명사(名詞)도 명사 나름이다’는 말이다.

물가가 올라서 모든 사람이 물건을 사지 않게 되면, 단순한 일이고, 단순한 일이어서 쉽게 이해되는 일이다. 그러나 어떤 물건은 값이 오르더라도 사람들이 사게 되고,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는 예외가 생기면 물건과 물가의 관계는 복잡하게 된다. 따라서 어려워진다.

현대인의 사회, 직장, 가정생활은 예전에 비하여 복잡하다. 현대사회는 우리가 몰라도 될 것까지 알게 되어, 아는 만큼 복잡하게 되고, 복잡하게 되는 만큼 어려워진다. 미국의 9.11 테러는 우리가 당장은 몰라도 될 것을 알게 되어, 바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빈 라덴을 좋아하는 사람은 만세를 불렀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더 어려워진다. 사는 것이 어려워지는 실상이다. 직장의 연구원이 매출실적에 따라 연봉제와 성과급제를 병행한다고 하니 복잡해지고, 그만큼 직장생활이 어려워진다. 상·하 구별 없이 똑같이 월급을 준다고 하면, 단순하여 쉽고, 예외가 많이 생겨 복잡하게 봉급체계가 나눠지면 어려워진다.

지혜는 이렇게 복잡하게 된 현상에서 어떤 기본 원리를 찾아내어 단순화 시킬 때 나타난다. 한 사람이 지혜롭다는 것은, 예외가 되는 많은 사례를 경험을 통해, 또는 사물을 꿰뚫어보는 지적 능력이 있어서, 하나 또는 두 개 정도의 원리로 단순화 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직장의 인간관계가 복잡하고, 어려워질 때, 지혜로운 사람은, 하나의 원리로 전체를 정리한다. 그 원리란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다’는 것을 여러 사례에 적용하여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직장에서 지혜의 높이가 다를 때 ‘눈높이가 다르다’고 한다. / 박문태 논설실장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