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이저우(貴州) 가는 길
구이저우(貴州) 가는 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1.1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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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때 안 묻은 관광지 급부상
계단식 밭… 열차 밖 풍경 이색
독특한 기차여행 문화 볼거리
구이저우성(貴州省)은 공리 주연의 영화 ‘귀주 이야기’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1970년대 초 닉슨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 주석, 그리고 저우언라이 수상이 미중 수교를 앞두고 마셨다는 마오타이주(茅台酒)의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구이저우는 현재 중국의 여러 성 중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낙후된 지역이지만, 인공적인 때가 덜 묻어있다는 점이 오히려 흡인력을 지니면서, 최근에는 훌륭한 관광지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구이저우 여행을 하려면 인천공항에서 윈난성 쿤밍으로 가는 항공편을 이용해야 한다. 구이저우 성도인 구이양(貴陽)으로 가는 직항로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이저우 여행은 윈난성 여행과 함께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볼만한 곳으로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안순(安順)의 황과수폭포(黃果樹瀑布)와 카이리(凱里)의 묘족동족자치주(苗族 族自治州)에 있는 묘족마을 시장천호묘채(西江千戶苗寨), 만봉림과 마링허협곡, 그리고 동족마을 등이 있는데, 이들 지역은 각각 독특한 매력으로 여행객을 끈다. 묘족과 동족 등 소수민족들의 독특한 생활풍속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쿤밍에서 카이리까지 가는 여정을 계획하고 열차에 몸을 실었다. 카이리를 거쳐 광시장족자치구의 구이린(桂林)과 후난성 장자제(張家界), 그리고 후베이 상양(襄陽)까지 가는 이 열차는 목적지까지 15시간, 종착역까지는 하루가 넘게 걸리는 장거리 기차이다. 쿤밍에서 동남쪽으로 훙궈(紅果), 류즈(六枝)를 거쳐 안순까지 약 10시간이 소요되고, 안순에서 구이양까지 3시간, 구이양에서 카이리까지는 다시 2시간 정도 걸린다. 침대칸으로 15시간 정도 이동하는 데 300위안 즉 50,000원정도면 되니까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

장거리 여행 시에는 잠자는 시간에 이동하면서 시간도 빨리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저녁에 출발해 다음 날 아침에 도착하는 열차를 주로 이용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침 6시에 출발해 밤에 도착하는 열차를 이용하게 돼 열차 안에서 지루하지 않을까 했는데 이는 기우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개되는 차창 밖 전경은 무척이나 색다르고 아름다운 풍경화 그 자체였다. 첩첩산중의 이 구간에서는 구이린(桂林)의 우뚝 솟아오른 다양한 형태의 산봉우리와 흡사한 모양의 언덕들과 돌 봉우리들이 가까이서 또는 저 멀리서 우리를 반기듯 서있었다. 평평한 논도 보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산언덕을 개간해 만든 계단식 밭에서 수수나 귀리 등을 재배하고 있었고, 돌산이 많아 채석장도 곳곳에 보인다. 그리고 귀이저우로 갈수록 윈난의 맑은 날씨는 구름과 안개가 낀 흐린 날씨로 변해갈 정도로 양 지역의 기후는 다르다.

루안워(軟臥) 침대칸 열차는 화장실도 깨끗하고 간식을 파는 카트도 여유롭게 이용할 수도 있으며, 옆 식당 칸에서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음식 맛도 괜찮고 저렴해 맥주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차창 밖 풍경을 눈에 담다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뜨거운 물이 항상 구비돼 있어서 컵라면으로 요기를 채울 수도 있다. 그리고 피곤하면 침대에 누워 허리를 펴면 된다. 다만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은 바로 중년 남성들이 내복만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이다.

승객들이 많기도 하고, 음식이나 물 보급을 받기 위해 몇몇 역에서는 20~30분정도 정차하기도 한다. 이 틈에 승객들이 우르르 내려 때맞춰 모인 임시포장마차에서 군것질거리를 마구 사간다. 그런데 탱크로리 같은 차가 오더니 호스를 연결해 기차 밑에 끼우는 것이다. 알고 보니 화장실 오물을 뽑아내는 작업이었다. 이런 모습은 중국 기차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식사와 담소를 즐기다가 보니 밖은 어둑해지고 어느새 기차는 카이리 시내로 빨려 들어갔다. 이제 구이저우 여행이 시작됐다. 울산대 국제학부 중국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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