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살아있는 생명체’ 균형잡힌 건강성 중요
'도시는 살아있는 생명체’ 균형잡힌 건강성 중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1.1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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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도시 올인’ 50년 편식 허약성 드러내
시민 행복 증진·환경친화 공간구조 찾아야
한삼건 교수의 도시이야기
▲ 잘 정비된 일본 무라사키강 수변과 기타큐슈 시청사.

흔히 도시를 유기체라고 말한다. 이 말 속에는 도시가 사람 같은 생명체와 닮았다는 뜻이 담겨있다. 도시가 처음 탄생한 다음, 성장과 변화를 겪다가 드디어는 쇠퇴해서 사라져 가는 점이 유기체와 닮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세상에는 많은 도시가 있지만, 언제나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울산도 도시 중심이 끊임없이 이동해 왔고, 그 외형적인 모습도 늘 바뀌어 왔다.

도시가 유기체라면 지금 울산은 그 몸 상태가 어떤지, 검사하고 진찰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울산은 지난 20세기 100년간 유사 이래 가장 큰 변화를 겪었다. 일본에 의한 식민지 지배를 받으면서 일본인이 주체가 돼 이 도시를 변화시켰고, 1962년부터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업센터’로 지정돼 개발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두 사건 모두 우리가 아닌 남, 즉 타자(他者)에 의해 도시계획이 이뤄지고 개발이 추진됐다는 점이다. 물론, 울산이라는 땅에서 도시개발이 진행된 만큼 이곳에 살던 사람이 완벽하게 소외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울산개발의 목적만큼은 분명히 울산을 소외시키고 있었다.

즉, 울산개발의 목적을 민족의 번영, 민족의 빈곤타파에 뒀지만, 결코 울산시민의 빈곤타파나 번영, 행복은 거기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문제는 단순하지 않아서 공업센터 개발 50년이 지난 지금도 울산을 ‘공업’에만 가둬 놓고 있다. 그 영향은 여러 분야에서 확인된다. 울산 스스로 자가 발전할 수 있는 인재도 제대로 키워내지 못했고, 지역의 독특한 자연과 문화유산도 적지 않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교육, 문화, 의료 수준이 동급도시에 비해 뒤쳐지고 있는 것은 그 단적인 예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울산은 중앙정부에서 바라볼 때 많고 많은 지방 도시 가운데 하나로 취급받고 있다.

사실, 1962년부터 1971년까지의 1,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울산에서 시작해서 울산에서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5, 6급 공무원이 시장을 맡고 있는 도시에 중앙부처에 속한 울산특별건설국을 둬서 2, 3급 공무원이 국장을 맡았고, 울산-언양 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보다 반년 앞서 개통됐다. 울산정유공장이나 현대조선소 등 울산지역 공단에서 양성된 인재는 전국으로 퍼져나가 산업입국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당시 이 모든 계획을 진두지휘하던 박정희 대통령에게 있어서 울산이라는 도시가 없었다면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됐고, 또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이 지금 수준에 이를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1960년의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불과 1억6천만달러였다. 이 돈도 울산개발 1년 만에 바닥이 나고 말았던 그 시절이고 보면, 울산 없는 대한민국 경제성장이 과연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당시 울산에는 일제강점기때 추진됐던 공업도시개발로 수백만평의 토지가 확보돼 있었고, 항만, 수면매립, 정유공장 건설 등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이 나라 경제발전 50년의 시발점이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자신감을 심어준 이 도시의 역할을 잊고 있다. 지금도 울산 소재 세무서 2곳에서 해마다 걷어 들이는 국세만 10조가 넘는 것으로 알 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민자 고속도로 시대를 열었던 울산에는 태어날 때 모습 그대로의 고속도로가 아직 남아 있고, 새로 생긴 것은 울산을 위한 고속도로라고 하기 어렵다. 시 외곽으로 나가는 산업도로는 언제나 포화상태인데다가 위험물을 실은 트럭과 승용차가 뒤엉켜 있다. 울산에는 재벌계열 공장이 하늘의 별처럼 많지만, 실제 본사 기능을 둔 회사는 거의 전무하다. 그러다 보니 화이트컬러 보다는 블루컬러 직장인이 압도적이다.

철도사정도 마찬가지다. 기초시인 의정부나 용인, 김해 등지에는 경전철이 깔리고 있지만 울산광역시는 아직 본격적인 도시철도를 시작하지도 못하고 있다. 재작년에 개통된 KTX가 있어서 그나마 수도권과 소통이 되고 있지 그 이전에는 교통오지나 마찬가지였다.

도시공간 구조는 어떤가. 태화강은 남구와 중구의 경계를 이루고 있고, 맑아진 물에 산책로와 공원은 있지만 강을 중심에 둔 도시디자인은 요원하다. 중구는 북구가 신설될 때 염포, 양정동을 떼어내 주면서 울산광역시에서 ‘바다’가 없는 유일한 구가 됐다. 동구는 반도에 갇혀서 이미 가용지는 소진돼 버렸다. 북구는 아파트 도시로 변해버린 지 오래 이고, 울주군은 온갖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구는 가장 처량하게 됐다. 세계적 공업도시 울산에서 공업용지가 단 1평도 없는데다가, 시가지는 노후화 됐고, 개발 가용지도 별반 남아 있지 않다.

도시 구성원을 보면, 이미 베이비부머 노동자들의 퇴직 러시가 시작됐다. 그들 대부분이 블루컬러이다 보니 은퇴 후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많지 않다. 손에 기술은 있지만, 그것은 산업현장에서나 통할 뿐 일반사회에서는 별 소용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금 수준이 높은 울산에서 이들이 모은 퇴직금을 쏟아 부은 원룸 건축 붐은 장차 또 다른 사회문제가 될 듯 싶다.

앞으로 울산이 풀어나가야 할 물리적인 도시 문제는 너무나 많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도로의 경우는 산단물류와 일반 도시 교통량의 철저한 분리가 시급하다. 현재 시가지 외곽을 중심으로 계획된 많은 간선도로를 개설하기 보다는 시가지 내의 교통문제를 우선 해결하기 위한 도로계획이 시급해 보인다. 그리고 도시철도를 가장 안전하고 편리하며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으로 보고 정비해야 한다. 사람이 편하게 이동하고, 소통하지 않으면 나머지 모든 일이 엉키게 마련이다.

시가지 주변의 산과 강, 바다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에서 다뤄야 한다. 태화강의 경우 강물이 맑아진 것에 더해서 울산이라는 도시의 진정한 중심이 되고, 시민생활의 중심무대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강변을 개인의 사적공간으로 개발하지 말고 공공시설로 채워가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현재 공사 중인 ‘울산-포항 고속도로’가 통과하는 ‘태화강대교’를 비롯해서 ‘오산대교’는 그 어떤 교량보다 아름답게 디자인해서 태화강 풍경을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토지가격이 가치에 비해 너무 올라버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시민생활을 서포트하는 시설은 꾸준히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토지와 시설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번영로와 같은 광폭 도로나 광장 지하를 주차장으로 한다든지, 도심지의 야산에 지하주차장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태화강변을 사람 중심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강변도로를 입체화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방법은 모두 토지비용 없이 시설 정비를 가능하게 해 준다.

<한삼건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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