擧世皆濁
擧世皆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12.3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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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개탁:세상이 모두 흐려져 있다
이는 ‘세상이 모두 흐려져 있다’라는 뜻으로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詞)에 전하는 이야기이다.

굴원은 전국시대 초(楚)나라 사람으로 출중한 지혜와 풍부한 지식에 시문과 언변에도 뛰어나, 초 회왕(懷王)의 총애를 입어 벼슬이 삼려대부(三閭大夫)에 올랐다. 왕의 지시로 나라의 법령과 제도를 정비하는 중책을 맡아 이를 수행하면서 조정의 많은 훈구 세력들의 미움을 사 변방으로 쫓겨나기까지 한다. 그 후 다시 복권됐으나 당시 강대국으로서 제국의 제패를 도모하고자 하던 진(秦)나라 장의(張儀)의 연횡외교에 휘말려 나라가 어렵게 되자, 그를 시기하던 관리들이 모든 책임을 그에게 뒤집어 씌워 다시 강남으로 유배된다.

유배지에서 그는 간신배에 둘러싸여 있는 왕에 대한 원망과 자신의 억울한 심사를 가눌 길이 없어 강가를 거닐고 있었는데, 한 어부가 그를 알아보고 “당신은 나라의 삼려대부가 아닙니까 어떻게 이 지경이 되었습니까”라고 물었다. 굴원은 “온 세상이 더러운데 나 홀로 깨끗하고, 모든 사람이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라도 나 홀로 깨어 있다 보니 이렇게 되었소(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 是以見放)”라고 대답했다.

어부가 안쓰럽게 바라보다가 놋 대로 뱃전을 두드리며 “창랑에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에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리라(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고 노래하며 떠났다. 그 후 굴원은 끝내 돌덩이를 안고 멱라수(覓羅水)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다. ‘거세개탁’이란 말은 이 이야기에서 유래한 말로 얼마 전 교수 신문에서 전국 교수들의 추천과 지지로 새해의 상징적 사자성어로 택한바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굴원의 이야기처럼 모든 전문 분야의 인사들이 정치판에 드나들다 보니, 그 터전이 황폐한 일로에 있다. 정치판의 갈등과 술수가 사회 전 분야에 물들여지게 되면 자칫 나라의 기초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초심으로 돌아가 각자 제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향해 달릴 수 있는 사회적 기틀을 바로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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