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12.2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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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대군과 만사형통. MB멘토 방통대군. 왕차관 그리고 강부자와 고소영…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 5년 전 얼마나 많이 들었던 단어들인가. 이명박 정권을 만들고 권력을 누렸던 이른바 상왕과 하수인들의 현주소를 묻는 말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더니 지난 세월이 참 빠르다.

역사는 우리에게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는 걸 가르친다. 정권이라고 예외가 아닐 것이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 뭉쳤던 세력도 권력 앞에선 흩어져 싸우다 결국 허무하게 끝나는 것을 많이도 봐왔다. 그러니 5년 동안 적재적소의 인재를 선발하지 못하면 결과는 뻔하다. 임기 5년은 수성기다. 때문에 정권창출이라는 창업보다 올바로 지켜나가는 수성이 더 어려울 것이다. 어떤 인재를 등용해 어디에 쓸 것인가. 그것은 전적으로 리더의 선택이자 책임이다. 결과에 따라 권력의 색깔은 상당히 달라진다.

전임자의 실패에서 배우라는 말이 있다. MB 정권 초기를 돌아보자. ‘고소영’으로 시작된 인사는 오로지 영남판이었다. 과메기로 상징되는 영포라인이 술 안주로 회자될 정도로 끼리끼리 잘도 뭉쳤다. 권력 장악, 권력 사유화란 비판이 늘 따라 다녔다. 당연히 민심은 멀어지고 인사는 만사(萬事)가 아닌 망사(亡事)가 되기도 했다.

모두 지나간 일이라 치부하고 말 것인가? 천만에다. 역사는 늘 되풀이 된다. 벌써부터 대통령 당선인의 수석대변인 인사를 보고 ‘아니다’고 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48%를 짓밟으려는 의도라는 악평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겪어왔던 경험과 수많은 반복 훈련의 결과이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지만 초기의 잘못된 인사는 모든 일을 어그러지게 한다. 나라를 이끌고 국가정책을 좌우하는 인사일수록 철저한 검증과 비판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걸 귀찮아한다면 결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

아직 임기가 남았지만 지금으로 봐서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CEO마인드로 시작한 4대강 결정은 민주주의 절차와 논의를 무시했고 미국 소고기 수입파동은 스스로 사과했다가 뒤엎기도 했다.

시작부터 꼬인 것은 잘못된 인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 대통령의 실책은 부자감세, 언론장악, 민간인 사찰, 전셋값 폭등에 이르기까지 정치의 권력 사유화와 공공성 파괴 논란을 낳았다. 이런데도 스스로 완벽한 도덕정권이라고 해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제 묵은 과거는 물러가고 새로운 해가 뜬다. 어둠을 물리치는 맑은 해가 솟으니 송구영신이다. MB의 실패로부터 무엇인가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우선 MB와 거꾸로 가는 것이 좋겠다. 국민이 궁금해 하는 것은 ‘즉답’을 해 주어서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 것이며 미디어 천지에 소통은 자연스레 해 막힘이 없도록 해 주어야 한다. 신뢰와 약속은 잘 지켜질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일방통행에 모두 네가 못나서 그렇다는 남 탓하기는 사라져야 한다. 모든 것은 내가 해봐서 아는게 아니라 약자와 소수자  실패자들의 심정을 먼저 헤아려 주고 치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니면 역사책을 읽어보라. 거기에서 일단의 해답을 얻을 수도 있다.

“예로부터 임금의 자리는 갖은 고난 속에서 어렵게 얻었다가도 안일함 속에 쉽사리 잃곤 했다. 그만큼 수성이 어렵다” “정상에 오르기란 어렵다. 그런데 정상에 오른 뒤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은 더 힘들다. 그 이유는 자만심 때문이다.” 당 태종의 정관정요에 나오는 말이다. 개인도 그렇지만 집단이나 권력은 자만심에서 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만심은 자신감을 부풀려 헛된 꿈을 꾸게 한다. 자칫 현실을 잘못 보게 만들고 판단을 잘못하게 만든다.

지켜야 할 가치와 개혁 대상을 잘 분간하고, 때로는 진보로부터 배워 수용해야 한다. 그것이 48%를 존중하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열린 보수’로 나아가는 길이다. 그렇지 못하면 새 정권에 미래가 없다는 진단이 벌써 나오고 있다.

다시 정관정요를 보자. “임금은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뜨게도 하지만 반대로 뒤엎기도 한다”(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 그것이 민심이다. 국민들의 심판은 냉엄하다. 잘못하면 5년 뒤 어떤 선택이 기다릴지 아무도 모른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이제 사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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