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하이(拉市海)의 차마고도(茶馬古道)
라스하이(拉市海)의 차마고도(茶馬古道)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12.26 2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라스하이 호수.

● 별천지 호수·고도 절벽 무한경

리장에서 차를 타고 교외로 한참 이동하다보면 호수 라스하이의 장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호수가 고원지대 한 가운데에 바다와 같이 넓게 펼쳐져있어서 주민들은 이 호수를 바다라고 부른다. 이 아름다운 호수에서 쪽배를 타며 습지대의 야생식물과 조류들이 만들어내는 생태자연의 풍광을 즐기고, 꾸밈없는 나시족 시골마을에서 전통차를 마시며 느끼는 달콤함은 이곳을 찾은 여행객만이 느낄 수 있는 호사이다. 밤하늘 별들이 손을 뻗으면 바로 닿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펼쳐지고, 심장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한 이곳은 그야말로 별천지 중 별천지다.

라스하이는 차마고도의 시발점이기 때문에 더욱 흥미를 끈다. 옛날부터 마방들은 리장 쑤허고진(束河古鎭)에서 말등에 소금과 차를 싣고 이곳 라스하이 차마고도 산길을 따라 상그릴라(香格里拉)와 더친(德欽)장족자치주를 거쳐 티베트, 네팔, 인도로 보따리여행을 떠났다. 티베트는 식물이 귀해 차로 비타민 섭취를 보충하기 때문에, 윈난에서 생산되는 찻잎은 귀중한 교역품이 됐다. 척박했던 시절, 산적의 습격을 받기도 하고 절벽에서 추락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마방들은 생존의 길을 왕래했던 것이다.

동네에는 차마고도를 체험할 수 있는 말 사육장이 여러 곳 있다. 말을 타고 산속 차마고도를 지나다보면 시냇물과 폭포 등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과 함께 울려 퍼지는 나시족 마부의 구성진 노랫가락에 흥이 절로 난다. 조그마한 체구의 이곳 말들은 온순하고 무거운 짐도 거뜬히 질 수 있을 만큼 튼튼한데, 그 모습이 제주도 조랑말과 같아서 무척이나 친근감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낭떠러지 좁은 길을 지나가면서는 마방들의 위험하고 고달팠던 애환을 간접적이나마 체험할 수 있다. 출발 시에 함께 한 사오십 마리의 말이 돌아올 때는 반도 채 남지 않는 경우가 허다할 정도였다고 하니 위험한 길임에는 틀림없다.

● 비행기 잔해 등 역사 흔적 간직

차마고도는 중일전쟁이 발발한 1937년 이후 태평양전쟁이 종료될 때까지 외부세계와의 유일한 통로이기도 했다. 당시 국민당 정부는 난징에서 충칭을 거쳐 윈난에 자리 잡은 후 차마고도를 통해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 주둔 미군부대와 교류하며 물자를 공급받았다.

미군 비행기가 히말라야산맥을 넘어 라스하이까지 오기도 했는데 종종 비행기가 추락해 잔해들이 라스하이 곳곳에 떨어졌다고 한다. 이처럼 차마고도는 마방들의 생명선이면서, 세계사 속 생생한 현장을 목격한 증인이기도 하다.

흥미를 끄는 대목은 바로 이곳 동네 입구에 세워진 ‘신농촌운동(新農村運動) 시범마을’이라는 중국어 푯말이다.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을 모델로 해 중국 농촌에서도 현재 ‘신농촌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라스하이에서도 이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한류가 이제는 전방위적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7억의 절대빈곤농민의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중국의 노력도 엿보인다.

▲ 차마고도의 말들

● 현지인들 공산주의경제 실천

이 동네를 방문했던 한 미국인이 이곳사람들이 밭을 경작하는 데만 말을 활용하는 것을 보고, 차마고도 체험에 말을 활용해 수익사업을 해보자는 제안을 하면서 동네는 더욱 활성화됐다고 한다. 동네의 모든 수입은 1/n로 나누어 배분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서로 간에 협조가 순조롭게 이뤄지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을 하든 자발적이고 참여의식이 일어날 수 있는 동기부여가 성공의 필수요건인가보다.

돌아오는 길에 나시족 시골밥상을 맛보고자 농가식당에 들렀다.

호수에서 건져 올린 즉어로 끓인 매운탕, 닭눈콩이라 불리는 콩으로 만든 묵 지더우량펀(鷄豆凉粉), 그리고 호수바닥에서 채취한 풀을 볶은 요리 등 담백하면서도 자연의 맛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농촌음식들이 나왔다. 중국 8대 요리 외에 구석구석의 소수민족 전통요리까지 합친다면 중국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음식의 보고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울산대 국제학부 중국학전공 교수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