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인이 해야 할 일
대통령 당선인이 해야 할 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12.2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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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41년 만에 과반을 넘은 지지를 얻어 대통령이 되었다.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부녀 대통령이 된 셈이다. 박 당선인은 당선 첫 소감을 밝히면서 민생대통령, 약속대통령, 대통합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라는 말이 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말이다. 박근혜 당선자의 경우는 이에 해당한다. 박 당선자는 변해야 하는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조화롭게 갈무리해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올랐다. 원칙과 신뢰라는 변해서 안 되는 덕목을 쌓음으로서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새겼고, 정권교체를 넘어 시대교체를 주창함으로써 더 크게 변해야 함을 강하게 각인시켜 이번 대선에서 승리를 끌어냈다.

박근혜 당선자는 1987년 민주화 운동의 성과물로 직선제 대통령선거가 실시된 이후 네 번의 대선을 치르면서 자리 잡은 3대 대선 징크스도 깨버렸다. 첫 10년은 보수에게 또 다른 10년은 진보에게 정권이 넘어갔으니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는 보수진영이 이길 것이라는 추측을 무너뜨렸다. 후보 단일화를 이룬 진영은 승리한다,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이 승리한다는 검증되지 않은 징크스도 깼다. 75.8%라는 높은 투표율은 정치전문가나 분석가들이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수치이거니와 이렇게 높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진보야권이 패배하리라곤 누구도 예견치 못했다. 그래서 모든 것은 변하는 것임을 보여 주었다.

박근혜 당선자는 ‘내 꿈이 100% 이루어지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선거 슬로건을 내 걸었었다. 선거결과를 보면 이 슬로건이 유권자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것 같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 박 당선자의 신뢰와 원칙이미지가 깔려 있다. 바로 이것이 당선자의 정치적인 자산이자 힘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때문에 그 만큼 걱정도 크다. 무엇보다 바로 앞에 놓인 과반의 덫이 문제다. 당선자가 51.55%를 득표해 과반을 넘겼지만 나머지 절반은 여전히 반대파다. 이념갈등, 지역갈등, 양극화갈등에 더해 이번 선거를 통해 세대 간의 갈등까지 심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갈등들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당선자는 그 해법으로 이미 국민 대통합을 제세해 둔 상태다. 탕평인사도 공약했다. 편 가르기도 안하겠다고 했다. 인자한 모성의 심정으로 새로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노라고도 했다. 정치개혁과 부패척결의지도 강도 높게 밝혔다.

하지만 이런 약속들이 실천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 우리는 그런 사실을 이미 TV토론과정에서 지켜봤다. 우리사회의 오른편과 왼편의 거리가 얼마나 먼지 호불호의 차원을 넘어 증오의 감정으로 깊이 대립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았다. 당부당을 떠나 일사불란하게 대오를 갖추어 맞선 진보야권의 하나 된 힘도 보았다. 지금은 패자가 된 후보의 공약과 주장에 지지를 보내는 49%의 힘도 확연히 봤다. 이것이 바로 당선자가 직면한 정치사회적 현실이자 앞으로 풀어 나가야할 과제다.

과거정권에서 반대표의 힘이 당선자의 발목을 잡아 약속한 공약이 물거품이 돼버리는 경우를 우리는 익히 봐 왔다. 권력주변에 기생한 내부의 부정부패로 인해 정권 일부가 무너지는 광경도 안타깝게 지켜보았다. 박 당선자에게 실린 약속과 원칙, 신뢰의 힘이 있다면 동시에 권위적이고 고집불통이라는 취약점이 있어 걱정스럽다. 불필요한 권위와 소통부재는 변화와 민주를 원하는 현대적 리더십에 치명적 흠이다. 안보나 국내외적 경제위기보다 지도력의 부재가 더 큰 국가 위기를 초래한다. 또 지도력의 위기는 민심을 떠나게 한다. 5년이란 대통령 임기는 한 번 떠난 민심을 되돌리기에 너무 짧다. 그러니 처음부터 지지를 보낸 과반보다 반대한 나머지 반의 마음을 붙들어야 한다.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진 옷을 입은 사람의 첫인상이 좋을 리 없지 않는가. 제 편끼리 자리 차지하고 으스대는 패거리의 뒤통수에서 그들이 결코 좋은 소리를 할 리도 없다. 지난 5년처럼 당기순익에 매몰되어 밀어 붙이다 국민의 마음을 잃어버린 정치기업가가 되지 말아야 한다. 시대를 교체하는 대통령이 되려면 입만 열면 국민을 들먹이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에도 매몰도지 말아야 하며 신념과 원칙을 고집해 시대를 거스르는 독선불통에도 빠지지 말아야 한다. ‘당선되면 뭐하나, 저들끼리 소고기 사먹겠지, 소고기 사먹고 돈 남으면 뭐하나, 빌딩 사겠지.’ 이런 유행어를 절대 용납 않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박기태 한국정경문화연구원장, 정치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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