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까지 온 철탑농성
대선까지 온 철탑농성
  • 권승혁 기자
  • 승인 2012.12.18 2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차 비정규직(사내하청) 출신 노동자들의 ‘철탑농성’이 대통령 선거일인 19일로 64일째를 맞았다.

한파에 몸을 누인 젊은이들은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사내하청 3천500명에 대한 정규직 ‘채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6천여 사내하청 전원을 정규직 ‘전환’하라고 맞선 상태다.

철탑아래는 ‘혼돈의 장’이다. 노사간 폭력과 비방이 난무한다. 곳곳에서 ‘누가 먼저 때렸냐’를 놓고 말다툼하는 꼴사나운 모습도 보인다. 노노(勞勞) 관계마저 불편한 모양새다.

과거 협상에서 회사 임원이 ‘외신기자가 있나, 없나’ 전전긍긍했다는 웃지못할 얘기도 들린다. 이 곳이 진짜 자동차 생산공장인지, 아니면 분쟁지역인지 헷갈릴 정도다. ‘맏이’가 이러니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평탄할 리 만무하다. 울산 거리를 메운 저 멋진 차들을 정말 이러한 ‘노’와 ‘사’가 만든 것인지 불가사의함마저 든다.

살벌한 분위기지만, 낙관론도 있다. 지난 17일 최성준 울산고용노동지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노사 모두 대화에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어 철탑농성이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여년 노동현장을 누비고 노사관계 실무서까지 펴낸 최 지청장의 화려한 이력을 차치하고라도, 누구나 믿고 싶은 말일 것이다. 조금만 살피면 내 이웃의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노와 사 모두 종국엔 대화와 양보에 기대야 한다. 장기 농성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정규직노조도 ‘비정규직 16.9% 합의’라는 ‘원죄’를 잊어선 안된다. 어느정도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18일 현대차비정규직노조 김상록 정책부장은 “(철탑농성자들이) 아무래도 투표는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생각이 든다. 5년에 한 번 오는 귀중한 ‘투표권’도 놓았는데, 기득권을 양보하지 못한단 말인가.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