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산층일까 서민층일까?
나는 중산층일까 서민층일까?
  • 이주복 기자
  • 승인 2008.05.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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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중산층의 가구당 평균 총자산은 지난 2006년 기준 2억8천112만원이라고 최근 통계청이 발표했다. 이 금액에는 저축ㆍ보험ㆍ전세ㆍ월세보증금 등 금융자산 5천745만원, 주택ㆍ토지ㆍ건물 등 부동산 2억1천604만원, 자동차ㆍ회원권 등 기타자산 964만원이 포함된다.

가구당 금융기관 대출금은 2천881만원, 임대보증금 1천67만원으로 가구당 총 부채의 평균은 3천984만원이었다.

중산층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의 중산층 또는 중산 계급은 고전적인 마르크스주의 이론에서는 노동자 계급에 속한다기 보다는 자산을 가지고 있지만 자본가에는 끼지 못하는 계층을 의미한다. ‘화이트 칼라’라고도 불린다. 19세기 후반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발달하면 할수록 빈부의 차이는 심해질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19세기 말의 독일 사회민주당의 베른슈타인은 자본주의가 발달하면 중산 계급이 대두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대공황 후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가 발전시킨 재정 정책이 실현되자 자본주의는 자정력을 갖추게 됐다. 이익을 독점하고 있으면 언제든지 혁명의 도화선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을 깨달은 자본가 계급은 노동조합에 양보해 자본에 협력하면 노동자에게도 그 이익 중의 몫을 더 많이 주는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그리하여 그 후 중산 계층의 육성이 사회와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

사회학에서는 중산 계급을 신중간층이라 부르고 마르크스주의에서는 여전히 상층 노동자로서 이들도 노동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후발 노동자’라고도 부른다.

현대적 의미의 중산층은 국제적으로 합의된 개념은 없다. 다만 객관적으로 소득 수준이 최저생계비의 2∼2.5배인 계층을 말한다. 주관적 기준도 중요하다. 흔히 프랑스는 외국어를 할 줄 알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와 악기가 있으며 자신만의 요리가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 미국은 퇴근길에 피자 한 판, 영화 한 편, 국제전화 등에 아무 생각없이 돈을 쓸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30평 아파트와 2000㏄ 중형차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중산층이 우리나라에서는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최근의 경기침체로 중산층도 최근 3년간 가정경제 만족도가 제자리 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상류층과 저소득층은 만족도가 각각 올라갔다. 중산층만 외톨이였다는 얘기다.

3년전까지만 해도 시민단체를 가장 신뢰했던 이들은 이제 금융기관과 의료계를 가장 믿기 시작했다. 청와대와 정부, 국회에 대해서는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냈다. 일에 대한 열정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현실은 중간층인데 스스로의 눈높이는 상류층이다 보니 정체성의 혼란도 극심했다.

최근 모기업의 연구보고서는 대한민국 중산층이 외톨이로 전락한 주된 요인을 경제적인 측면에서 찾았다. 가정경제 만족도가 3년째 40%를 밑돌며 답보 상태를 보인 것이다. 게다가 정부 정책은 저소득층, 기업체 마케팅은 고소득층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정부와 기업에서도 중산층은 철저히 외면 받았다.

더 큰 문제는 정체성의 혼란에 있었다. 보고서는 “결혼관·자녀관 등 가치관이나 눈높이는 상류층인데 반해 현실은 중간층이다 보니 사회에 대한 태도가 오히려 저소득층에 가깝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정치 성향도 비판적으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중산층의 성향 변화는 시대적 변화와 무관하지 않으며 정치적 변화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경제적 측면의 중산층은 수치로 나타낸다는 것은 사실상 현실성이 없다. 자산 2억8천여만원이 서울에서는 소형아파트 전세도 되지 않지만 울산에서는 중형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경제적 측면의 중산층보다는 정신적 의식의 중산층이 국가를 지탱하고 이끌어가는 진정한 중산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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