招搖過市
招搖過市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12.1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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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요과시:방울을 울리며 시장을 누빈다
이는 ‘방울을 울리며 시장을 누빈다’라는 뜻으로 공자세가(孔子世家)에 전하는 이야기이다.

춘추시대 공자께서 자신의 정치적 이상인 왕도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열국을 주유할 때 맨 먼저 위(衛)나라를 방문했다. 당시 위나라 군주인 영공(靈公)은 어리석어 임금의 구실을 하지 못하고, 나라의 모든 국사를 자신의 부인인 남자(南子)에게 맡겨놓고 있었다. 그때 왕의 부인 남자는 공자에게 자신들의 위세를 보이기 위해 나라 안에 있는 미녀들을 소집해 모두 예쁘게 치장시켜 궁궐 주변에서 시중들게 하고, 자신은 호화로운 보석 방울로 치장한 옷을 만들어 입고선 직접 공자를 맞이했다. 남녀 간의 만남이라 둘 사이에는 발을 드리우고 대화를 하면서 그녀가 몸을 움직일 때 마다 방울 소리가 요란했다. 이를 본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는 그녀의 무례함에 매우 분개했다. 며칠이 지난 뒤 공자는 위 영공과 함께 수레를 타고 거리를 구경했다. 그때도 부인 남자 또한 같이 동행하면서 온 거리에 방울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면서 백성들 앞에 자신을 과시하자, 거리를 오가는 행인들은 모두 눈살을 찌푸리고 손가락질을 했다. 공자는 더 이상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이 부끄러워 바로 위나라를 떠나고 말았다. 초요과시(超搖過市)란 말은 이 이야기에서 유래한 말로 ‘허장성세로 남의 이목을 끄는 것’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며칠 전 북한에서는 인공위성이란 위명아래 장거리 로켓을 쏘아올리고 난 뒤 그 성공을 두고 마치 그들이 세계열강에라도 든 것처럼 국내외 자랑을 늘어놓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식량 부족으로 곳곳에서 굶어 죽거나 기아석상에 해매는 국민들을 제쳐두고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 핵을 개발하고 그것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허장성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자국민을 안전하고 풍요롭게 살게 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테지만 무력을 과시하면서까지 자국의 안전과 이익을 얻으려 한다면 그것만큼 무모하고 위험한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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