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를 위한 단상
지역문화를 위한 단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5.27 2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8 함평 세계나비·곤충엑스포를 둘러보고
“말도 마세요. 매일매일 함평 전체 인구보다 많은 손님이 찾아오는데 노다지도 이런 노다지가 없습니다.”

숙소로 가는 택시 안에서 기사는 함평의 지금 모습에 열변을 토한다. 인구 3만 6천명인 함평군이 이렇게 사람잔치를 하는 것은 나비와 곤충이라는 특화된 문화상품으로 지역 브랜드화에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4월 18일 개막식을 치른 ‘2008년 함평 세계나비곤충엑스포’는 6월 1일까지 45일간 이어지는 문화행사다. 지난 21일에는 개장 한 달 여만에 유료입장객이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하루 평균 3만명 이상이 이곳을 방문하였다는 말이다. 5월5일 어린이날 하루는 함평인구 2배에 육박하는 6만7천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그동안 전국에서 관광버스로 하루에 적게는 300대, 최대 1천200대까지 왔다고 한다.

21일까지 순수 입장객 수입만 76억을 벌었으니 먹거리와 잠자리 등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력은 쉽게 계산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주말에는 무주와 영광 등 인근 지역의 숙소까지 동이 날 정도로 대박을 터트리고 있는 이 행사를 둘러보며 문화가 단지 일회성의 이벤트가 아니라 하나의 산업으로 분류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함평의 사례처럼 지역을 먹여 살릴 마땅한 산업이 없는 지자체는 특화된 지역문화산업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기에다 선출직인 자치단체장의 의욕까지 겹쳐 경쟁적으로 문화산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 지방자치가 정착하면서 지역경제와 지역민들의 삶의 질은 결국 지역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됨으로써 지역문화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지역별, 혹은 마을별로 경쟁적으로 지역문화를 개발하다 보니 흡사 전국이 축제의 장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 속에서도 함평의 사례처럼 큰 성공을 거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2~3회를 넘기지 못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만다.

울산도 시와 구, 군 등 단위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축제를 종합하면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지만 딱히 울산문화로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늘 2%부족한 무엇이 있다.

산업조건이나 인구, 문화환경, 경제규모 등 모든 조건이 판이하게 다른 함평을 우리와 단순 비교, 분석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지만 전국을 넘어 세계축제로 발돋움시키고 있는 함평의 문화에 대한 인식과 사업추진력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문화산업은 다른 공산품과 달리 사람의 감성를 자극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분야이다. 성급하게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고자 하기 전에 울산의 이미지에 맞는 특화된 아이템의 발굴이 우선되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치밀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축제가 우리만의 잔치가 아니라 지역경제를 고려한 하나의 산업으로 본다면 외지인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구, 군별로 며칠간씩 치르는 행사를 시 차원에서 일정기간 안에 집중하여 통합적으로 치러보는 것은 어떨까?

함평을 돌아보며 지역문화가 곧 지역의 경쟁력이라는 말이 새삼 다가왔다. / 범서신문 발행인 김봉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