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사투리, 이제 말하게 하자
울산 사투리, 이제 말하게 하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12.06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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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산시민들이 ‘아귀’를 ‘아구’로 말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마산의 명물 생선인 ‘아구’가 표준어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를 위해 시민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아구는 전 국민이 사용하는 살아 있는 말인데 사전 속에서 죽어 버린 아귀를 표준어로 고집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런 마산이 부럽다. 자기 고향에서 가장 자주 쓰는 말이 표준어에 밀려 사라지거나 무시당하고 있으니 더 이상 천대하지 말라는 당당한 주장이다. 맞는 말이다.

울산 바닷가에서 늘 들었던 ‘멍게(울멍치)’도 1988년 표준어로 인정 받기까지는 방언이라는 이유로 방송에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짜장면’도 지난해까지는 표준어가 아니었다. 참 희한한 일이고 억울한 일이기도 했다. 공통 말, 표준어로 교육받고 그것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사투리와 방언에 대한 무시이다. 정말 사투리와 방언은 사라져야 할 촌놈의 것일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주장이 설득력 있었고 대부분 그것이 옳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 각 지방에서는 자신들의 고향 말을 말하는 ‘사투리 경연대회’가 유행이다. 강릉과 대구, 제주, 경남, 목포의 사투리 대회가 대표적이다. 문화원연합회 경남지회는 경상도 사투리 말하기 대회를 열고 있다. 사투리가 지역문화를 담고 있는 그릇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런 대회가 소중한 문화유산인 사투리를 후손들에게 전승 보급하는 계기가 되는 일이고 향수와 애향심을 일깨우는 것이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질 정도이다.

제주도는 이미 ‘제주어 사전’을 펴냈던 곳이고 ‘제주어 보존 및 육성 조례’까지 만들었다. 강릉의 ‘강릉 사투리보존회’도 단오제에 맞춰 사투리경연대회를 열고 있는데 외국인들도 열광한다고 한다. 모두가 그동안 밀려나고 죽어 있던 ‘사투리’를 되살려 활용한 ‘지역문화상품 개발’의 좋은 사례이다.

울산은 어떤가? 울산의 사투리는 지금 어디 있는가? 누가 울산의 사투리를 말하는가? ‘태홧강’은 사라지고 ‘태화강’이 남아 있는 것이 사투리나 토박이말이 사라진 증거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울산시가 내년에 ‘울산방언사전’을 발간한다는 것이다. 울산 사람의 생활사와 언어 연구의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내년 10월 국판 950쪽 분량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단순한 어휘모음집이 아니라 울산 사투리의 고저장단을 정확히 채록한 용어사전 형식으로 발간한다는데 기대가 크다. 같은 울산이란 말도 울산 사람은 ‘울’에 억양을 주고 부산 사람은 ‘산’에 강한 발음을 한다. ‘언니’도 ‘행님’도 같은 경우이다. 또 울산 사투리에는 아직도 꼭지 이응의 영향이 많이 남아 있다.

이런 발성과 발음의 특성, 말의 고저장단을 알려면 서로 말을 주고 받아야 한다. 울산 사투리 대회가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곱새기, 철베이, 사고디, 내앵제, 마카, 깨뚜배이, 야꾸라, 해깝다…’ 사라져 가는 울산 사투리이다. 입가에 맴도는 정겨운 말이다. 그러니 방언사전을 만드는 울산시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울산의 사투리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일이 ‘울산시’만의 일이겠는가. 늦었지만 먼저 나서는 것인데 대학교와 연구소, 문화원과 문화단체, 문화예술인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울산의 역사와 정신이 담긴 사투리 연구와 보존에 좀 더 귀 기울여야 한다. 사투리도 이제는 지역의 중요한 문화유산이고 문화상품이 되기 때문이다.

김장철이다. 엊그제 강동 정자에서 보내온 통마리 ‘맷젓(멸치젓갈)’을 맛보았다. 지금 강동 바닷가에서는 멸치 젓갈 출하에 여념이 없다. 울산에서 멸치젓을 넣지 않는 김장은 별로이다. 강동 멸치젓은 외솔선생이 잊지 못할 고향의 맛을 소개하면서 첫째로 꼽았던 ‘유지렁’, 그것이다. 해마다 늦가을에 잡은 멸치를 소금에 절여 6~24개월간 숙성시킨 발효식품이다. 김장에도 넣지만 쌈과 삼겹살, 고래고기에도 궁합이 잘 맞다. 그 멸치젓갈을 나는 여전히 ‘메래치’로 만든 ‘맷젓’이라 부른다. 표준말에 오염되지 않은 울산 사투리이다. 그래야 멸치젓갈이 훨씬 맛있게 느껴진다. 음식에 관대한 입장이지만 그래야 맛의 여운이 입 속에 오래 남는다. 사투리나 방언은 그래서 더 정겨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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