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 듣기 좋은 꽃노래 아니길
대선공약, 듣기 좋은 꽃노래 아니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12.0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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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지난달 30일 선거 유세차 울산에 왔다갔다. 같은 날 새누리당 대통합위원회 한광옥 수석부위원장, 이인제 공동선대위원장도 울산에서 유세활동을 벌였다. 박근혜 후보도 이번 주 안에 올 것이라고 한다.

지난 며칠 동안 지역을 찾은 정치권 인사들의 면면만 따져도 울산은 이제 ‘한국의 신정치 1번지’다. 내 노라는 인물들이 줄줄이 몰려드는 바람에 웬만한 정치인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말 그대로 울산이 정치 주가(株價) 상한선을 치고 있는 중이다. 이런 판세와 더불어 새누리·민주 양당이 내 놓는 지역공약도 매머드 급이다. 양당 후보 모두 울산지역에 근로자를 위한 대형병원을 짓겠노라 약속했다. 울산과학기술대((UNIST)도 한 등급 승격될 게 거의 확실하다. 반구대 암각화문제 해법도 양측이 내놨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며칠 전 울산을 찾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울산을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광역경제권 중심으로 삼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한반도 남동부 경제중심축을 울산에 심겠다고 했으니 앞으로 울산 사람들은 살판 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공약의 취약성을 모른 사람은 별로 없다. 역대 선거공약대로라면 반구대 암각화보존대책과 시민식수문제는 벌써 해결되고도 남았다. 현 정부는 지난번 대선공약으로 울산에 산재병원을 설립하겠노라 했다. 하지만 집권한 뒤 경제성이 없다며 약속을 백지화했다. 울산과 간접적 연관이 있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과학벨트 유치약속도 한낱 공론(空論)으로 끝나고 말았다. 선거당시는 가능성이 있어 약속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일이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다는 데 어쩌겠는가.

대선공약이란 대통령이 되고자하는 사람이 국민을 앞에 두고 당선되면 이런 저런 일을 하겠노라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것이다. 개인 간의 약속처럼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가벼운 것이 아니다. 한번 공언했으면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할 대상이다. 그러니 당장 표(票)가 필요하다고 해서 될 것, 안 될 것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늘어놓을 일이 아니다. 16대 대통령선거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150개의 공약을 발표했지만 퇴임 후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이행율은 44.2%에 불과했다. 다행스럽게도 지역 유권자들은 이미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듣기 좋은 꽃노래’ 부를 생각일랑 아예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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