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장(麗江) 이모저모
리장(麗江) 이모저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11.2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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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버섯 요리.

리장은 해발 2천여m에 위치한 고원도시이다. 산소량이 부족해서인지 가만히 있을 때도 달리기를 한 후 숨이 가쁜 느낌을 종종 받는다.

하루에 사계절을 모두 체험할 수 있을 정도로 리장의 날씨는 변화무쌍해, 조석은 으스스한 겨울, 한낮은 강한 자외선이 내리쬐는 여름과 같다. 그래서 리장의 일기예보는 어긋날 때가 더 많다고 한다. 그리고 강한 자외선을 많이 받은 리장의 원주민 나시족은 얼굴색이 다른 민족보다 검은 편이다.

● 하루에 사계절 체험 변덕날씨

쌀 수제비 볶음인 얼콰이.

리장의 겨울은 춥고 습해서 음식들이 대체로 매콤하면서도 얼얼한 맛(酸辣)을 낸다. 매콤하고 얼얼한 음식이 몸속 한기와 습기를 제거해주기 때문이다. 특산 음식으로는 리장바바라고 하는 호떡 모양의 전병, 과자 스바꽈이(十八怪), 저렴한 먹거리 얼콰이(餌塊), 그리고 닭백숙 쌀국수인 둔지미셴 등이 있다. 윈난 지역은 이모작을 하기 때문에 쌀이 풍부해 쌀을 재료로 한 음식이 많다. 특히 얼콰이는 네모 모양의 쌀 수제비 조각에 기름을 두르고 야채와 고추를 섞은 후 간장에 조린 국물 없는 음식이다. 우리식으로 명명한다면 쌀 수제비 볶음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쌀 수제비 볶음인 얼콰이
하지만 리장의 대표적인 요리는 아무래도 야생균(野生菌) 요리일 것이다. 이곳 사람들은 버섯류를 균이라고 통칭하기 때문에, 균은 버섯을 의미한다. 리장의 높은 설산 깊은 곳에서 자란 야생 버섯은 종류도 많고 약효나 영양이 좋아 일본, 유럽 등지에서 수입해갈 정도다. 리장의 대표적인 식당거리인 화마가(花馬街)의 야생버섯 음식점에 들러 버섯요리를 시켜보았다. 샤브샤브식으로 먹는데, 송이버섯과 홍우간(紅牛肝)이라고 불리는 버섯 등 희귀한 버섯들을 각종 야채와 함께 탕에 넣어 데친 후 소스에 묻혀서 먹는다. 야생 송이의 양이 한 솥 가득할 정도로 많음에 입이 호사로울 따름이다. 식당 사장 말로는 송이 중에서도 흑송이는 매우 귀해 1그램에 우리돈 80만원에 팔리는데 공급량이 부족할 정도라고 하니 금값보다 비싼 버섯도 중국에서는 이제 손쉽게 소비가 되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곳 송이는 땅속에 묻혀서 보이지 않게 때문에 냄새감각이 뛰어난 돼지를 풀어서 송이를 찾아낸다고 하니, 채취 방법도 흥미로운 일이다.

중국은 이제 어디를 가더라도 한국음식점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몇 년 전 한국 드라마 <대장금>이 높은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 속에 비친 한국 음식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리장에서도 한류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서인지 불고기나 비빔밥 등을 파는 한국음식점들이 눈에 띄었다.

● 쌀 음식·다양한 버섯요리 유명
리장 인구는 30만 정도이지만 주변지역 거주자와 시내로 드나들며 장사하는 상인까지 합치면 120만명 정도 된다. 한족과 26개 소수민족이 함께 살지만, 그중 나시족 거주자가 70% 정도로 가장 많고, 뒤를 이어 한족과 모쑤어족, 이족, 바이족 순이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치장, 그리고 미의 기준이 민족마다 다르다. 이족 여인들은 머리를 빳빳하게 만든 후 앞으로 길게 솟게 해 강렬한 인상을 준다. 한편 나시족의 미인 기준은 얼굴이 검고 뚱뚱하며 엉덩이가 크고 체격이 건장해야 한다. 바깥일을 잘하고 아이를 순산하는 것이 미인 기준이다. 여자들 역시 체격이 크고 건장한 남자를 선호한다고 한다.

● 나시족 모계사회 유지
나시족 사회에는 아직도 모계제 흔적이 남아있다. 천 년 전 나시족 남자들이 차마고도를 통해 장사를 나가면서 장기간 집을 비우자 여자들이 가장 역할을 함으로써 모계사회가 정착되었다는 것이다. 아직도 외할머니와 엄마가 아이들을 키우고, 결혼식도 아버지도 없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남자는 저녁에 집에 들렀다가 아침에 돌아간다. 여자가 몇 번 만나다가 싫증이 나서 슬며시 표시를 하면 남자는 바로 발길을 끊는다고 한다. 특히 루구 호수에 거주하는 나시족 일파인 모쑤어족은 전통 모계사회를 잘 유지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나시족 언어는 한족 언어와는 달리 어순이 알타이어계와 동일한 ‘주어+목적어+동사’의 순이다. ‘밥을 먹다’를 뜻하는 ‘한즈’에서 ‘한’은 목적어 ‘밥이고 ‘즈’는 동사 ‘먹다’이다. 이러한 나시족을 보면서 점점 나도 모르게 리장의 친근한 매력에 빠져든다.

울산대 국제학부 중국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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