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명되는 지역유산 ‘마두희’
재조명되는 지역유산 ‘마두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11.26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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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발전연구원이 주관한 한 학술발표회에서 울산 전통민속 ‘마두희’를 복원해 지역 정체성을 살리자는 의견이 나왔다. 마두희(馬頭戱)는 글자 그대로 ‘말 머리 놀음’이다. 무룡산 형상이 말머리와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조선조 영조(1724~1776)때의 줄다리기 형태로 당시 학성도호부(울산)에서 시행됐다고 한다.

영조 때 마두희 행사기록이 나오니 실제는 그 보다 훨씬 빨랐을 것이다. 16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고 가정하면 임진왜란이 끝난지 50~60년 뒤부터 행해진 셈이다. 전 국토를 피폐시키고 학성도호부를 잿더미로 만든 대전란 이후 지역민들이 이 놀이를 시작한 이유는 자명하다. 과거의 고난과 고통을 씻고 새로운 삶을 기약하는 동시에 단결과 화합을 통해 외적(外敵)의 침입에 대비하자는 것이었다. 겉으론 풍년을 기원하거나 무룡산의 산세가 바다로 빠지는 것을 막는다는 등 풍수 지리적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론 내부 단결을 도모했을 가능성이 크다.

울산에 역사문화유산이 여럿있지만 마두희가 사실성, 역사성, 지역성에서 두드러진다. 전승되는 일부 문화유산은 고증(考證), 지역, 발생시점이 모호해 정체성으로 자리 잡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에 마두희는 울산에서 시행됐다는 사실이 역사서(학성지)에 기록돼 있고 1936년까지 200년 이상 전승되다가 일제의 우리문화말살 정책 때문에 중단된 민속 문화다. 그 발단도 추상적이거나 애매모호하지 않다. 크고 작은 외침(外侵)을 겪으면서 지역민들이 공생(共生)과 자조(自助)를 위해 행했음도 확실하다. 마두희가 내재하고 있는 역사성, 특히 임진왜란 이후 시작됐을 가능성과 일제의 탄압에 의해 지역 전통문화가 매장된 사실만 가지고도 이 역사문화유산은 울산의 정체성을 나타내고도 남는다.

울산은 다른 어느 곳보다 국가의 풍상(風霜)을 한 몸으로 받아 낸 지역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해 온 곳이기도 하다. 잿더미 속에서 생명력을 찾고 위기에서 자신을 보존하는 방법이 무엇이겠는가. 전체를 한 줄로 묶고 그 속에서 밀고 당기며 힘을 기르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을 하나로 아울러 구체화한 것이 바로 마두희다. 다행스럽게도 중구가 마두희를 지난 9월 문화거리 축제에서 재조명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말살된 지역문화유산을 약 80년 만에 되찾은 것이다. 지역을 떠나 전국적으로 확산시킬만한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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