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세게’ 사는 대학생 조카
‘빡세게’ 사는 대학생 조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11.0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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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명절이 벌써 달포가량 지난 것 같다. 이 날은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들을 마음껏 맛보는 결실의 날이다. 또한 그렇게 떠들썩하지 않고 늘 조용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한다.

2년 전의 한가위 날이다. 흩어진 일가족이 한데 모여 기분 좋은 날, 심적으로는 그야말로 여유로운 분위기로 풍요롭다. 많은 친척들과 만나 정답게 이야기할라치면, 윗어른인 할아버지로부터 나이어린 꼬맹이 조카까지 화제거리가 만발한다. 그 중에는 어리고 젊은 고등학교 청소년 조카들의 이야기도 듣게 된다. 한 조카아이가, 차례가 끝난 후 차례 상 앞에 앉아 부모형제, 삼촌 앞에서 불쑥 말을 내뱉는다. “지금 고3인데요. 내년에 꼭 대학에 들어가야 하나요?”라고….

그때를 생각하면 이 말 한마디가 온 집안사람들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놈은 평상시 성품과 행실이 좋았고 공부를 못했던 아이도 아니다. 자기반에서 늘 상위 급에 드는 놈이다. 그런데 대뜸 그런 말을 하다니? 지금까지 애지중지 키워온 부모로서는 이게 날 벼락같은 말이 아닐 수 없다.

결국 그 조카아이는 과감하게도 다음해 대학을 가지 않았다. 2년 후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제 나름대로 알찬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보면, 젊었을 때의 1, 2년은 대학을 가지 않고 세상 경험을 하나하나 해보겠다는 야심찬 생각을 했던 거다. 다행히 1년 후 대학에 들어간 그는, 자기의 적성에 맞는 학과에 당당히 입학해 남보다 활기차고 열심히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 유명 교육전문가는 고3 졸업 후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유랑인(流浪人)으로 있는 것이나, 또는 대학 재학 중에 휴학하거나 재학 중 해외 교류대학에 응모해 1년간 유학생으로 가는 방법을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고교 졸업 후 1, 2년 유랑인으로 지내는 경우는 한국에서 드문 일이지만, 선진국에서는 점점 확산되어가는 추세다. 대학 신입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에 나가는 대신 그 시간에 다양한 사회의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잠깐 여기서 그가 대학에 들어가기 전, 나름대로 체험한 것을 나열해 보자.

제일 먼저,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커피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 성인이라면 누구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요즘 흔히 보는 커피 전문점이다. 그곳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대화는, 드라마 같은 세상 이야기에서부터 젊은이의 사랑이야기, 어른들의 사업이야기, 한가한 아줌마들의 끼 있는 이야기 등 다양하다.

둘째, 그는 평일 야간에는 자기 몸을 관리하기 위해 헬스장에 다니면서, 기초 스트레칭부터 근육 만들기까지 젊은이로서의 몸짱미를 한껏 다지고 있었다. 또 ‘정보가 늦으면 세상을 잃는다’는 모토로, 편리한 ‘태블릿 PC’를 몸에 소지하면서 정보화 시대의 젊은이답게 알찬 정보들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

셋째, 주말에는 폐기물 재생센터에서 일했다. 더욱이 전문 사진가의 스튜디오에서 심부름도 했으며 배낭을 메고 걷는 하드워킹이나 여행, 스키, 독서 등도 열심히 했다. 하물며 슈퍼마켓에서 고기를 포장해 팔기도 하고 외국인 가정에 입주해 아이를 돌보면서 본고장의 말도 익혔다. 그것뿐인가! 어린아이를 좋아해 방학동안 아이들과 같이 연극 연습도 해 소공연을 열었고 조그마한 거북선까지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영웅심을 길러줬다… 약간 돈키호테적이지만 이 얼마나 대단하고 멋진 놈인가?

그러나 대학을 입학한 후, 재학 중 1년 휴학하는 경우에는 찬반양론이 있을 수 있다. 인문분야에서는 3학년 때 1년간 유학생으로 외국에서 보내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change of pace)가 되지만 자연과학 분야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문과학과 달리, 한 과정 한 과정 단계적 순서를 밟아가는 학문이어서 중도에 학업이 정지되면 애써 배운 기초지식을 잊어버릴 수 있는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경우 주의해야할 점은, 부모는 부모 나름대로 자기 생활을 지키면서 아이를 대해야된다. 즉, 그것을 핑계 삼아 집안일로 시간을 낭비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16년간 맹목적으로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자신과 사회를 위해서 한번 누에고치 속 학교생활에서 바깥세상으로 나가 봤으면 좋겠다.

입시경쟁으로 서로 옥신각신하며 다투지 말고, 학문 이외의 다른 세상이 어떤 것인지를 체험해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아마도 제도권 속의 학교에서 얻을 수 없는‘넓은 견해’를 습득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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