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중요한 것은 ‘희망’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희망’입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5.2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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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연구소에는 ‘부모역할’을 배우는 어머니들의 모임이 있다. 어머니들은 일주일에 한번 씩 모여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한 사례를 서로 나누고 책에서 배운 이론에 대해 토론하는데, 오늘의 주제는 ‘부모역할의 유형’이다.

전제형의 부모는 마치 독재자처럼 자녀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언제 해야 할지를 명령한다. 자녀들은 의문을 제기하거나 도전하거나 부모의 의견에 반대할 여지가 없다. 주어진 일을 잘하면 부모에게서 보상을 받고 일을 못하면 처벌을 받는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기가 죽어 있거나 스스로 포기하거나 또는 부모의 말에 자주 반항한다. 반항은 보통 10대에 일어나는데, 그 이유는 10대가 되면 부모와 맞서 싸울 만한 충분한 힘이 키워졌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동안 많은 부모들이 독재자형의 부모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10대 자녀들의 반항은 정상적인 것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부모가 독재자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10대 자녀들도 굳이 반항할 필요가 없다.

자유 방임형의 부모는 전제형의 부모와는 반대되는 방법으로 아이들을 양육한다. 이런 부모들은 거칠고 완고한 독재적 방식에 반대하며 자녀들이 제 마음대로, 지나치게 많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허용한다. 그러한 가정에는 질서와 규율이란 없고 무제한의 자유가 허용된다. 이러한 부모들은 자녀의 심부름꾼처럼 행동하면서 자녀들이 부모를 마음대로 조종하도록 방임한다.

민주형의 부모는 사랑을 바탕으로 존중하며 적절한 규율과 임무를 자녀에게 부과한다. 자녀 개개인이 다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인정을 받고 무슨 일이든 자신의 능력 안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도록 양육된다. 이 가정에서 자녀들이 누리는 ‘자유’는 ‘팽창하는 한계 안에서의 자유’인데, 아이들이 점점 더 많은 책임을 수행해 갈수록 부모는 자녀에게 부과된 한계를 늦추어 준다. 그리하여 자녀가 10대가 되어 부모 곁을 떠나갈 때쯤이면 부모는 ‘자문위원’과 같은 역할로 자녀 곁에 머물며, 그들이 필요로 할 때 지원하고 도와준다.

부모양육의 세 가지 모습에 대해 살펴본 후 ‘나는 어떤 부모인가’에 대해 서로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내 딴에는 잘 한다고 했는데 이 셋이 다 섞여있어요. 일관성이 없었네요.”

“가끔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아이를 야단쳐놓고 보면 그게 꼭 우리 엄마가 내게 하던 방법이었습니다. 그것도 내가 그렇게 싫었던 방법으로 내 아이를 야단치고 있었으니….”

“내가 뭐 매일 화만 내나요, 참기도 하죠, 참고 또 참고…. 그런데 얘들이 그만두지 않으니 드디어 폭발을 하는 거지요.”

“아이가 나로 인해 힘들어하고, 제 딴에는 살아남으려고 한 행동이 문제로 보여 또 아이를 잡았으니… 내가 이러고도 부모라 할 수 있나요?”

후회도하고 원망도 하고, 그리고 우리는 또 다시 아이들을 위해서 진정으로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자녀양육에서 크고 중요한 역할을 부모가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모든 책임을 부모에게 돌리는 것은 억울(?)하다. 지금까지의 양육방법에 걸림이 있었다고 해도 우리 나름으로는 최선이었고, 설령 아이에게 상처주고 부정적인 말을 하면서 키웠더라도 그런 자신을 용서하자고 다짐한다.

왜냐하면 잘잘못을 따지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고 더 중요한 것은 ‘희망’이니까.

/ 이일례-울산 아동.청소년 심리 상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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