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에 새겨진 피리
반구대암각화에 새겨진 피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10.2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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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암각화 왼쪽 모서리에 서있는 사람이 긴 대롱을 입에 물고있는 듯한 모습이 있다. 어떤 사람은 이 모습에 대해 대롱 속의 독침을 입으로 불어 짐승을 잡는 무기라고 해석하는가 하면 일부는 ‘피리부는 인물상’이라고 풀기도 한다.

이 형상에 대해 생각을 나눠보고 싶다.

언젠가 대구에서 온 답사객 중에서 반구대암각화에 새겨진 피리는 대구광역시 동구 덕곡동 팔공산 자락에서 맥을 잇고 있는 민속놀이 공산 괭말타기 때 사용하는 악기인 ‘딩각’이라고 주장했다. ‘딩각’은 커다란 나팔처럼 생긴 것으로 오물(五物)놀이 중 하나이니 새겨둘 만한 이야기였다.

반구대암각화가 8천년전에 여기 살았을 사람들이 그렸다면 암각화 속의 피리의 역사는 더 오래전이라고 추정할수 있다. 그 문양이 피리가 맞다면 아득한 시절에 음악을 즐겼다는 것이 된다. 그게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닐 것이다. 지금도 갈대의 대롱을 입으로 우물거려 불면 특이한 소리가 난다. 오늘날 여러 악기소리를 듣는 우리도 그 소리를 즐긴다. 선사인들이 우연히 갈대를 꺾어 불다가 이상한 소리를 듣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그 소리는 바람소리, 물소리, 짐승울음소리와 다르다. 볼을 실룩거리며 바람을 많이 넣으면 큰소리가 나고, 적게 넣으면 작은 소리가 나는 것이 신기했을 것이다. 그것도 스스로 조절할수 있다는 것이 더욱 흥미로웠을 것이다. 이렇게 재미를 붙여 하나의 악기로 발전했을 수 있다. 그 악기가 내는 소리는 나중에 서로를 식별하는 신호가 되고 마음을 달래는 음악으로 발달됐다.

반구대암각화의 이 그림을 피리하고 보고 아메리카의 코코펠리와 결부 짓는 설도 있다.

2004 한국암각화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포항공대 권오대 박사가 북미지역 암각화에 출현하는 피리와 울산지역 암각화에서 출현하는 피리의 상관성에 관한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정리해 보면 다음의 내용으로 이해하게 된다.

8만9천년전 즈음에 아프리카의 이디오피아 산 위에 얼음 눈이 쌓이고, 유럽과 북아메리카전역은 엄혹한 겨울을 맞이하였다. 이들은 생존을 위하여 북부아시아로 남부아시아로 분리 이주한다. 북부아시아로 간 이들은 간빙기에 바이칼호 가까이에 와서 삶을 이어가게 되었다. 지나간 수만 년간 이상 알래스카 지역의 배링해협이 아시아와 북아메리카를 연결하는 육교였다는 것과 첫 아메리카 원주민은 약 1만5천년~2만년 쯤 전후하여 중앙아시아로 들어 온 호모사피엔스가 동시베리아 아무르강 지역을 거쳐 건너간 것을 기원으로 삼는 것이 통설이다. 또 그 중앙아시아 호모사피엔스의 한 지류가 동진 남하하여 한반도까지 내려와 반구대암각화를 새겨 놓았다고 보는 것이다.

참고하면, 권 박사는 반구대암각화에서 ‘피리 부는 남자의 측면 누드’ 그림과 북미 원주민(Amerindian) 사회에 널리 전래되어 온 ‘피리 부는 남자의 측면 누드’ 그림을 소위 북아메리카 여러 지역에서 두루 나타나는 고대 전설의 피리 부는 남자의 그림인 코코펠리(Kokopelli) 바위그림과 상관성이 있다고 하였다.

피리와 관련, 한반도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만파식적’이다

삼국유사 기이편 권 제2의 기록에 이 이야기가 있다. 682년 신라 제31대 신문왕 재위 2년에 해관(海官) 파진찬 박숙청이 아뢰기를 ‘동해에 있는 작은 산이 감은사 쪽으로 와서 물결을 타고 왔다갔다 합니다’라고 아뢴다.(중략) 왕이 산 위에서 가져온 한간(一竿)의 대나무로 만든 피리를 불면 적병이 물러나고 병이 나으며, 가물 때에는 비가 오고 비가 올 때는 맑아지고 바람은 가라앉고 물결은 평온하였다. 그래서 이 피리를 만파식적(萬波息笛)이라 하고 국보로 삼았다.

세상에는 대나무로 만드는 피리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6세기경 고구려기(高句麗伎)에 쓰이던 도피필률은 복숭아나무 껍질로 만든 피리였다. 1114년 고려 예종(睿宗) 임금 9년에 송나라의 새로운 음악이 들어 올 때 여러 악기와 함께 들어 온 당(唐)피리는 흑단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대나무를 재료로 하는 향(鄕)피리, 향피리 보다 조금 작고 가는 대를 사용하여 더 가는 소리를 내는 세피리 등이 있다. 봄날에 수양버들 새 가지의 속을 빼내고 여린 수피만으로 불어 대는 피리도 피리이긴 하다.

오래 전 아버지가 대청마루에서 무념에 잠긴 듯한 분위기에서 대금을 즐겨 부셨는데 그 때의 당찬 소리와 아련한 음률이 가을바람에 솔솔 실려와 옛 추억들을 들썩인다.

울산 반구대암각화에 새겨진 선사시대의 피리에서 울산의 소리가 들렸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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