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에 대한 새로운 발상
반구대암각화에 대한 새로운 발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10.25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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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배(船)는 창녕 비봉리패총에서 나온 유물이다. 무려 8천 년 전의 것으로 추정한다. 그 전까지는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배가 가장 오래된 배로 5~9세기에 만들어졌다고 알려졌다.

유물로 실체가 남아 있지 않지만 반구대암각화의 배 그림은 이보다 더 오래된 배이다. 선사시대 최고(最古)의 배인 셈이다. 신석기 혹은 청동기 시대의 생활모습을 그린 것인데 배에는 사람까지 새겨져 있어 더할 수 없이 귀한 자료다. 비봉리패총의 배와 반구대암각화의 배 그림은 모두 통나무배이다. 이는 가장 원시적인 모양이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인 배였다고 한다.

최근까지도 이와 비슷한 게 남아 있었는데 ‘마상이’라고 한다. 대동강이나 한강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배로 한두 사람이 탈 수 있는 작은 규모로 통나무 속을 파서 만들었다.

반구대암각화의 배 그림에는 10여명의 사람이 타고 있는데 고래잡이 하는 사람들로 해석하고 있다. 당시에 벌써 고래잡이에 사용할 정도로 배가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잡이배가 마상이 같은 통나무배가 아니라 가죽배였을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미국 시카고에 살며 ‘코리안 신대륙발견 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성규회장이 주인공이다. 김회장은 반구대 암각화 선사인들이 귀신고래를 따라 울산을 출발해 연해주, 쿠릴 열도, 캄차카 반도, 알류샨 열도를 거쳐 미국 알래스카로 건너갔다는 이른바 ‘코리안 신대륙 발견설’을 제기했던 분이다.

지난 여름에 김회장은 알래스카주 어날래스카시(市) 아막낙 섬을 답사하고 ‘온돌 터(Ondol House)’와 현지의 박물관에 소장된 ‘고래뼈 탈(Whalebone mask)’ 등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반구대 암각화의 고장 울산시와 자매결연을 맺어 고래 연구를 함께 해야 한다며 필자에게 주선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의 주장들은 우선 발상이 흥미롭고 상상력이 매우 풍부하다. 충분한 자료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의 검토와 연구가 따라야겠지만 함부로 논박하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몇몇 주장들은 고래전문가인 김장근박사도 동의 할 정도이다.

그는 신라시대까지 우리 조상들이 동물 가죽배를 사용했던 전통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그 전통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동물 뼈와 가죽배로 만든 ‘Skin-on-skeleton’ 카약은 지금도 알라스카 이누이트인들이 사용하고 있는게 아닌가. 과연 우리 선조들이 가죽배를 사용했을까? 김회장이 제시한 문헌자료를 보면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더 확장하면 카약의 기원이 선사시대 코리안 뱃사람들이었다.

가죽배는 혁선(革船), 피선(皮船), 우피선(牛皮船), 자피선(者皮船), 과피접 등으로 불렀는데 확인을 위해 한국고전종합DB를 검색했다. 그러고 보니 안정복의 동사강목(東史綱目)에는 고려시대 충숙왕 때(1323년) ‘혁선(革船)으로 물을 건너고(革船渡河)’라는 기록이 있다. 이 넉자는 익제난고(益齋亂稿)와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 동문선(東文選), 경암집(絅菴集), 자저(自著)에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가죽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 이 흥미로운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도 나오는데 성종 13년(1482년) 조에 두 번 등장한다. 5월에 ‘야인들이 가죽배를 타고 압록강을 건너와 사냥을 했다’와 6월에 ‘비록 물이 불었다고 하더라도 말을 탄 사람들이 가죽배(皮船) 몰래 다니면서 노략질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혁선(革船)에서 피선(皮船)으로 한 자가 바뀌었을 뿐이다.

우리는 역사 해석을 할 때 한번 굳어진 학설을 바꾸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경험한다. 지나친 고집과 고정관념 때문에 그렇다. 발상전환으로 새 자료와 근거를 찾고 다른 해석을 해보면 어떨까? 반구대암각화 연구도 마찬가지다. 미국 시카고에서 이런 발상과 자료를 제시하는 동안 우리는 물과 댐에 갇혀 새 해석을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신라와 가야시대의 오리모양 토기도 대부분 ‘카약(Kayak)’이나 마상이를 닮은게 아닌가. 카약 그리고 가죽배와 오리모양 토기… 반구대 암각화의 배 그림이 가죽배이면서 카약의 기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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