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제품이 수출1위를 차지한 것은 무엇보다 국가가 중화학공업에 관한한 선택적 집중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80년대 이후 역대 정부들은 국내 정유 산업의 근간을 ‘규모의 강화’에 뒀다. 그 결과 원유 정제능력을 기준으로 SK 울산공장이 세계2위, 에스오일 온산공장은 세계7위다. 하루 정제량 278만 배럴이 5개 공장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하루 정제량이 우리보다 1.5배 많은 427만 배럴에 달하지만 27개 공장으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공장 당 정제 능력은 16만 배럴에 불과하다.
국내 정유사들이 고도화 설비에 집중 투자한 것도 석유제품 수출을 늘리는데 크게 한몫했다. SK 에너지 등 정유4사는 2007년 이후 값싼 벙크C유를 원료로 경질유를 생산하는 고도화 설비에 10조원을 투자했다. 그 결과 2007년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고부가가치 경질유가 수출에서 75.8%를 차지했으나 올해 상반기 중 85%로 늘어났다. 정유사들이 수출시장을 다양화하고 사업을 다각화한 것도 주효했다. 2007년 이전까지만 해도 수출물량의 대부분은 북미, 유럽, 중동지역으로 수출됐다. 그러나 자가용 증대로 중국시장의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중국 등 아시아 쪽으로 시장을 다변화한 게 적중했다. 또 국내 정유사들이 국제 흐름을 미리 파악해 본업인 원유정제 외에 합성섬유 재료를 생산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 한 덕도 톡톡히 봤다.
한 때 잘 나가던 조선 수출물량이 격감했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조선이 이럴진대 반도체와 액정디바이스, 휴대폰도 결코 안전지대는 아니다. 기업의 끊임없는 미래투자와 경영전략이 없으면 하루아침에 도태되는 게 오늘날 국제경제 질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수출1위 등극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