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문고 창시자 엄대섭 선생 재조명
마을문고 창시자 엄대섭 선생 재조명
  • 정선희 기자
  • 승인 2012.10.2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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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문예회관 내달 9~18일 테마기획전 ‘도서관에 바친 혼!’
30년 이상 마을문고운동 등 업적 담긴 자료·유품 전시
연구자들 초대 토크콘서트

마을문고의 창시자이자 도서관 설립 운동의 선구자인 간송(澗松) 엄대섭(嚴大燮·1921~ 2009·사진) 선생을 재조명하는 자리가 울산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울주문예회관은 엄대섭 선생의 일대기를 집중 조명하는 테마기획전 ‘엄대섭-도서관에 바친 혼!’을 11월 9일부터 18일까지 회관 1층 전시장에서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엄대섭 선생은 울주 웅촌 출신으로 지금의 새마을문고와 작은도서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마을문고운동을 1960년 초반부터 30년 넘게 펼쳤고 전국 공공도서관 건립 운동에 평생을 바쳤다.

1951년 개인 장서 3천여권으로 울산 최초 사립무료도서관을 개관했으며, 주민이 읽을 수 있도록 폐탄환상자를 이용해 책을 싣고 마을 곳곳에 다니는 ‘순회문고’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다음달 9일 오후 3시 개막식에 이어 개최되는 토크콘서트와 선생의 업적을 알 수 있는 자료와 유품 등으로 구성되는 전시회로 구성된다.

‘아름다운 도서관人 엄대섭’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토크콘서트에는 엄 선생과 함께 일했거나, 선생에 관해 집중 연구한 주요 인물들이 게스트로 초대된다. 이용남 전 마을문고진흥회 사무국장(현 한성대 명예교수)과 이용재 부산대 교수(문헌정보학)가 그 대표다.

1960년대 마을문고운동에 동참했던 장석순 전 합천 묘산도서관장과 엄 선생이 설립했던 전 대한도서관연구회 간사로 일했던 정선애 관악문화관도서관 사서과장도 함께 한다.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의 사회로 2시간가량 진행되는 이 토크 콘서트는 한평생을 한국 도서관운동에 바친 엄 선생의 삶과 업적, 한국 도서관계에서 차지하는 의미 등의 내용으로 이뤄진다.

다음달 18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선생이 책을 담아 경운기에 싣고 다녔던 폐탄환상자와 60년대 마을문고함, 각종 사진과 서류 등을 만날 수 있다.

오만석 울주문예회관 기획팀장은 “도서관 관계자로부터 우연히 엄 선생에 관해 얘기 들은 후 서울을 비롯한 다른 도시와 관련 학계에서는 많이 알려졌는데 반해, 울산 출신인 엄 선생에 대해 오히려 ‘우리가 더 모르고 있었던 것을 반성했다”며 “비록 도서관 관계자는 아니지만 기획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 끝에 이번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엄대섭 선생은 1921년 울산 울주 웅촌면에서 태어났으며, 가난한 환경 탓에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못하고, 다양한 분야 책 읽기를 통한 독학으로 자립기반을 다져 나갔다.

1950년 부산의 한 헌책방에서 ‘도서관의 운영과 실제’라는 오래된 일본책을 사서 읽게 되면서 도서관운동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1951년 울산에서 개인 책 3천여권으로 사립무료도서관을 열었으며 폐탄환상자를 이용해 50여개의 순회문고를 만들었지만 아쉽게도 당시 운동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1961년 본격적으로 ‘마을운동’을 시작, 1962년 ‘사단법인 마을문고진흥회’를 설립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 나갔다. 1961년에 26개였던 마을문고가 1968년 1만개를 넘었으며, 1974년 말에는 3만5천여개 마을문고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1980년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지역봉사 부문)을 받아 그 상금으로 ‘간송 도서관문화상’을 제정했다. 또 이 기금으로 1983년 대한도서관연구회를 설립해 전국 시·군·구 단위 도서관건립운동도 적극 펼쳤다.

건강 악화로 1980년 대 후반부터는 한국에서의 활동을 정리하고 아들이 있는 미국으로 건너나 요양 생활을 했으며, 2009년 2월 작고했다.

한편 울주군은 이번 테마기획전뿐 아니라 연말께 울주문화원이 펴낼 ‘울주 천 년 인물을 만나다’라는 책에도 엄 선생의 삶을 기록할 예정이다.

정선희 기자 0175053371@uj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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