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행사 성패기준은 기획이다
문화행사 성패기준은 기획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10.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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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일은 울산을 대표하는 중견 사진작가이다. 그의 리사이클링 프로젝트는 쓰레기와 폐기물 사진이지만 사진을 통해 새로운 생명으로 재탄생한다. 그는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 슬도 예술제를 기획했다. 무인도가 지역 예술가에 의해 예술의 섬으로 부활했다.

이기철은 시인이자 문화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이다. 예전에 달님별님이란 문화 운동을 펼친 주인공이다. 지금은 북구 강동해변의 인문학 서재 몽돌을 맡아 바다도서관이란 평범한 이름의 공간을 인문학 서재로 변모시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연극인 오만석은 간월재 울주 오디세이를 두 번째 기획했다. 은빛 억새밭이 무대였고 쪽빛 하늘과 구름이 조명이 됐다. 인공적인 연출의 흔적을 최대한 자제했다.

화가 곽영화는 신화마을을 지붕없는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공해마을을 ‘꿈꾸는 예술마을’로 변화시켰다.

울산의 가을이 축제와 행사로 출렁이고 있다. 그만큼 울산 문화예술계가 활력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간혹 돈에만 기대어 진행하는 축제도 있고 급조된 행사도 보인다. 늘 해오던 대로 하거나 누가 해도 달라질 것이 없는 구태도 있고 행사의 콘텐츠보다 참석 내빈에 신경을 쏟고 관객 수에 집착하는 경우도 흔하다.

지역의 행사를 보면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확연하다. 문제는 기획이었다. 색다른 공연과 행사는 모두 뛰어난 기획과 연출의 산물이었다. 4~50대의 기획자들을 보라. 그들의 문화기획을 살펴보면 울산문화의 젊은 활력에 기대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지역에 이런 기획자들이 많아야 한다. 지원에 맞춘 이벤트성 행사를 계속하다 보면 자신의 문화적 역량만 소진되고 결국 스스로 사라지거나 외면 받게 된다. 더 이상 새롭게 보여줄게 없으니 말이다.

앞의 문화기획자들은 단순한 예술 분야의 실무자들이 아니다. 모두 자신의 일상을 문화적으로 가꾸어 가는 사람들이다. 다양한 분야와 교류하고 통섭과 융합을 실험하는데 앞서고 있다. 우리네 삶의 질을 문화적으로 높이는데 이바지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다.

이들은 울산의 역사와 문화의 전통에 대해 소홀하지 않고 깊은 이해를 위해 노력해 왔다. 최신 유행만 뒤쫓거나 새로운 정보에만 매달리지도 않는다. 문화의 가치와 힘을 믿고 상품 판매자나 흥행사이기를 거부한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울산의 문화는 여전히 행정이나 관에 기대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예산지원에 집중되다 보니 관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아무래도 관은 익숙하거나 검증된 문화에 지원하고 싶어 한다. 에러를 싫어하니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지원의 끈을 쥐고 있으니 ‘문화’가 종속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기획보다 탈 없는 진행을 선호하고 문화가 거기에 맞추고 있어 ‘something new’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기획이다. 문제는 사람이다. 관의 지원이 이런 기획을 우선시 해줘야 한다. 이런 사람을 주시해야 한다. 콘텐츠만 있으면 먹고살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회성 이벤트로는 뭔가 허전하다. 울산의 문화계도 그렇게 흘러가야 한다. 철저하게 울산이라는 지역성을 바탕으로 했는가? 참여와 소통은 제대로 되고 있는가? 울산의 문화자원을 잘 연계하고 활용하고 있는가?

10월이 가고나면 울산 문화계가 이런 문제를 놓고 되돌아 보고 스스로 점검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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